<01> 2022.9
문학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겪은 최초의 사랑에 대하여 회고록을 적으라고
나는 당신들에 대하여 수도 없이 적었지만 차마 문학을 쓸 수는 없었다 그 시간을 그럴싸한 언어로 포장하기에는 때로는 아주 먼 그날이 오늘처럼 선연히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내 문학은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가 없었다
나의 연약함이 온전한 길에 사랑에 대하여 쓰는 모든 글은 그저 한 자락에 숨겨둬야 할 비밀이 되고야 말았다
사라지는 듯해도 작은 후회가 파동을 일으키는 매일이 죄책감에 휩싸이는 스스로가 지독하게 자멸스럽게도 싫지만 이 마저도 나의 흔적이겠거니
나의 흔적에 여러 당신들이 살고 있는 아주 지독한 환멸을 견디는 것이 내 길임을
최영미 시인은 시집 <다시 오지 않을 것들>에서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동안은 영영 시를 잃지 않을 게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