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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경 Sep 07. 2021

반려견과 6년, 근데 이제 생지옥을 곁들인 #1

잘못된 만남, 삶을 송두리째 바꾸다


7살이 된 강아지 '뚱뚱'입니다.



주인과 하루 종일 떨어지지 않는 분리불안과 소심함의 끝판왕이 여기 있습니다. 무한 체력에 근육질 몸매가 매력적인 이 강아지는 자다가도 일어나서 공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물고, 뛰는 것을 좋아합니다.


출근을 할 때 홀로 두는 것이 걱정이었습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잠시 떨어지는 것도 어찌나 힘이 들던지 회사에서도 녀석 생각뿐이었습니다.


하루는 창문 너머로 혼자 있는 녀석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봤습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듯한 충격이었지요. 녀석은 현관문 앞에 놓인 제 잠옷 위에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엎드려 있었습니다. 참 무심했습니다. 하루 종일 혼자 남겨진 녀석이 뭐가 그리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하지만 뚜렷한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료값은 벌어야겠고,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렇게 방치하다시피 녀석은 오랜 시간 혼자 외로움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꼬물이 시절 뚱이의 모습. 매우 시크하다.
다리를 쭉 펴고 자는 모습은 아직도 매력 포인트



문제는 동생과 떨어져 혼자 독립했을 때 발생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하고 돌아와 보니 현관문 앞에는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녀석이 하루 종일 울고 짖으며 주인을 찾았던 겁니다.


당시 살던 오피스텔은 주로 어린 청년들이 많이 살았는데 감사하게도 소음을 항의하는 대신 녀석의 분리불안을 걱정하고 조언해주는 정성 가득한 메모로 오히려 위로를 전했습니다. 아 세상은 정말 따뜻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포스트잇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는 절 보며 녀석은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보챘습니다. 하루 종일 저만 기다렸던 녀석은 피가 말라붙고 갈라진 발톱이 아플 텐데도 해맑게 발을 내밀면서 폴짝 뛰더랍니다.


공포의 원숭이 시기. 놀라지 마세요 성장 중입니다.



충격적인 첫날의 사건 이후 우린 잠시 이별을 하기로 했습니다. 기약 없이 동물병원 케이지에 갇혀 하루를 보내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결국 본가에 맡기고 홀로 서울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이 있었느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때를 꼽을 것입니다.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얼마나 애틋하고 그리웠는지 회식 날이면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보고 싶다'를 연발하기도 했죠. 어느새 내 삶의 중심이 되어버린 녀석입니다.


일 년 여의 고통 끝에 결국 녀석과 재회했습니다. 일을 관두는 두려움보다 녀석이 없는 삶이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는 24시간 매일 붙어있고 등을 마주대고 잠을 잡니다. 모닝 허그로 행복한 아침을 시작하고, 일을 할 때면 옆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매너로 매번 미소를 짓게 합니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족이 된 느낌입니다.


7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한 나의 가족 뚱이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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