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올해 주류업계의 가장 큰 소식은 <원소주> 였다. 실제 주류업계에서는 “원소주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 주류업계의 변화의 폭풍” 이라고 말할 정도로 원소주의 출시를 기점으로 드디어 한국의 주류 트렌드가 “전통주”로 옮겨지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주류업계에 엄청난 폭풍을 몰고 왔다는 <원소주> 그러나 문제는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라고 할정도로 (진짜 이거를 만든 박재범도 제대로 못구했다고 한다) 오리지널 원소주는 “옹기 숙성” 공정의 문제로 인해 (숙성용 옹기를 직접 옹기 제작 장인이 제작했다고 하며, 그래서 당연히도 옹기를 많이 못만들면서 원소주의 수율 자체가 나오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많이 낼수도 없고, 많이 팔수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박재범과 원스피리츠의 사람들은 “양산형”을 개발하기로 하여, 드디어 7월 12일, 그 양산형이 나오게 된다. 그것이 바로 <원소주 스피릿>이다. 다행인 것은 오리지널 <원소주>와 제법은 완전히 같다고 한다. 원주산 토토미 쌀을 쓴 것도 맞고, 직접 개발 하던 도중 농촌진흥청에서 직접 보내줬다는 한국형 누룩도 그대로 쓴게 맞다 한다. 대신, 옹기숙성만 거치지 않고, 협업하여 만드는 모월 양조장의 대량생산 설비를 쓴다. 그리고 옹기 숙성이 안되는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나노 산소를 주입하는 에어링공정을 더했다 한다.
뭐 원스피리츠쪽의 설명은 이렇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원소주 스피리츠 마저도 원소주 만큼이나 구하기 힘들었다!”
원래 원소주 오리지날은 라벨이 천 재질로 전사인쇄가 된 재질이었다. 양산형인 스피릿은 그냥 스티커인게 아쉽다만 대신, 자개 디자인을 적용했다 한다. 이번에 원소주 스피리츠는 몇달 전 부산에서 원소주 팝업스토어 행사에서도 밝혀진 것이지만 GS25 전용 상품으로 출시가 결정되었다. 문제는 “화/목/토 에만 입고되고, 그날당 입점 점포당 4병”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마케팅 방식이었다. 즉, 아무리 어느정도의 증산이 가능한 모월 양조장 마저도 박스단위의 대량생산은 아직 어려운 문제였고 (이 쯤에서 그럭저럭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광주요그룹의 <화요>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그래서 일단은 “대량으로 팔 수는 있는” 정도로의 출시 정도만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예 구할 수 없는 신비의 소주” 소리 듣는 것보단 나았다. 일단 GS25도 진심이다. 아예 자체 편의점 어플안에 “원소주 스피릿 재고 확인 지도” 서비스를 개시했다.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새벽에 어플을 켰을 때 “재고 있음”으로 뜨는 곳이 있다면 최대한 빠르게 달려가야 하는 “(성인대상) 전국민 보물찾기” 가 열린 것이다.
나 마저도 새벽 4시에 겨우 동네 GS25 2군데를 뒤져서 성공한 원소주 스피릿. 일단 오리지널 원소주를 마셨던 분들에게 먼저 조사를 해본 결과 평이 극과 극이긴 했다. “맛이 있긴 하다” 는 평부터 “섞어먹기엔 괜찮은데, 그냥 먹기는 좀 아니었다” 는 평까지 굉장히 다양한 평을 들었던 터라… 분명 오리지널보다는 양산형이 “부드럽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던 더라 (오리지널 원소주는 22도, 원소주 스피릿은 24도이다.) 그건 충분히 감안하고 열었고 먼저 향부터 맡았다.
화요25와 같이 드시는 분들은 그래도 "익숙한 향" 이라고 생각할 만 하다. 어차피 전통 증류식 소주는 막걸리를 만들고 - 청주를 걸러서 - 그걸 증류해서 내는 것이기 때문이니 “와… 막걸리 향이다” 이미 오리지널 원소주에서도 나왔던 평이 “전통식 소주에서 이렇게 막걸리 향이 강하게 나는구나” 라는 것이었기에, 정말 막걸리 향이 스피릿에서도 강하게 났다. 아무래도 숙성이나 후처리를 빼면 원주를 만드는 레시피 자체는 같기 때문에 이 향에 있어서는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솔직히 원소주가 히트하게 된 것은 "말로 설명을 하기 힘든 구수하고 기분좋은 향"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다음은 맛. 솔직히 이 원소주 스피릿 보물찾기 와중에서 반사이익을 본 것은 놀랍게도 “화요 25”였다. “원소주 스피릿 놓친거 억울해서 대신 화요 25를 사왔는데, 이것도 맛있었다” 는 평이 왕왕 인터넷 상에서도 돌았고, 내가 이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 시음해본 주류 중에서도 (곧 다루게 될 거고) 맛있었던 것 중 하나가 화요 25였기에 거의 전통 소주류의 맛은 화요 25를 기준점으로 쓰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확실히 맛은 “내가 생각한 느낌”과 비슷했다. 화요와 비슷하게 달긴 하나, 화요와의 차이가 있다면 일단 화요 25가 25도 대비 숙성을 길게 한다는 점에서 알콜감이 덜하지만, 이쪽은 오히려 확실히 “숙성을 안했다” 는게 느껴질 정도로 알콜감이 강하게 왔다. 오리지널 원소주가 알콜감이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남았기 때문에 알콜감 없이 넘어갈 것을 생각한 분들에게는 감점요소는 분명했다. 그러나. 확실한것은 “맛은 있다” 라는 것이다. 특히 화요와 달랐던 점은 이 뒤에 남는 향은 진짜 꽃향기와 비슷해서 좋은 위스키나 브랜디에서나 할 법한 말인 “향수를 먹는 느낌” 을 전해주기엔 원소주 스피릿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입에서는 이미 울트라 코리아가 열렸다. 마음 속의 잠실 올림픽경기장을 떠올려보기를 지난번 <코카콜라 제로 마시멜로 에디션>을 리뷰하면서 “이 콜라는 콜라의 탈을 쓴 멜론 소다라서 전통식 소주에 잘 어울렸다” 라 했는데, 정말 이 소주와 섞으면 그 “메로나 아이스크림의 느낌”이 증폭된다. 아예 그래서 이걸 “제이팍X마시멜로 콜라보” 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이 하이볼의 레시피를 아예 적어놓는다.
원소주 스피릿 35ml (소주잔 1잔으로 계량하면 된다. 지거 있으면 지거로 1oz 정도만 넣어라)
코카콜라 제로 마시멜로 에디션 Full up (오히려 묽어질 수록 메로나 향미가 강해진다)
(그 뒤는 미도리 사워 레시피 같이 스윗앤사워 내지는 오렌지필을 짜내는 것은 선택사항)
단, 그냥 콜라와는 아주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주의할 것 (취향에 따라서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먹어보면, 분명 콜라에 소주라는 안맞는듯한 조합을 넣었는데, 멜론소다에 가까운 향취로 인해 오히려 쌀과 누룩의 향이 같이 섞이며 메로나 아이스크림 스러운 향이 진하게 남는다.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면 정말 시도해볼 것. 그리고 더 정확히는 멜론 시럽이나 멜론 리큐르 (미도리 등의) 를 넣어 미도리 사워 레시피로 해도 괜찮다는 평을 남겨본다.
원소주에 탄산수, 라임즙을 넣으면 "원 밀리언 하이볼" 이 된다 하나 솔직히 원소주에 사이다만 타도 된다. 박재범씨는 아예 “나는 그냥 원소주에 탄산수, 라임 정도만 넣어도 좋다” 라고 했다. (이른바 원밀리언 하이볼) 솔직히 이거, 그냥 사이다만 섞어도 괜찮다. (화요25도 “화요 사이다” 라고 할 정도로 이미 <나 혼자 산다> 등에서도 소개 된 하이볼 레시피가 있으므로) 아니, 그냥 니트로 먹어도 (이걸 “미지근한 소주” 라고 부르더라) 괜찮다. 얼음넣은 온더락/언더락도 좋다. 단 여러분이 매주 화요일-목요일-토요일에 벌어지는 보물찾기만 성공한다면 말이다. 아무튼 “전통소주” 그리고 “전통주” 에 대해 처음 입문하려는 자가 있다면 원소주 스피릿은 그 길잡이로 충분하다. 그럴정도로 매력적인 맛과 향이다. 원소주가 한국 주류업계에 준 충격은 이정도로도 충분히 설명은, 가능하지 않을까.
원소주의 모토가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To the Past, For the Future)" 라 하는데, 한국 전통주 부흥의 미래를 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Tasting Note>
감미 : 약간 / 산미 : 없음 / 쓴맛 : 중간 / 바디 : 중간
노트 키워드 - 막걸리, 막대엿(잘 쑨 쌀엿 향), 수국(혹은 국화), 뻥튀기
페어링 : 생선회, 어포 (특히 구운 쥐포류), 간장찜닭, 간장치킨, 돼지갈비, 양꼬치
<Information>
원소주 스피릿 / 원스피리츠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 / 증류식 소주
도수 : 24%
원재료 : 쌀
기타 부가물 : 없음 (물, 누룩의 기본재료만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