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요즘 “컬래버레이션”에 맛이 들렸다. 정확하게는 지난번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와의 콜라보로 오랜만에 복각된 “뉴코크”를 시작으로 이런 움직임을 보였는데 (그런데 정작 한국엔 뉴코크 복각판이 안나왔다! 아 일좀해라 한국 코카콜라!) 최근에 아예 “코카콜라 크리에디션” 이라는 이름으로 진지하게 컬래버레이션 콜라를 내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미국 기준으로는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 그리고 <코카콜라 제로 픽셀> 이라고 2가지가 나왔고, 한국은 아직 스타더스트밖에 안나왔던 마당. 그러나 스타더스트는 이미 오래전 이걸 마셔봤던 지인들이나 유튜브 리뷰에서마저도 “그냥 한정판으로 나왔던게 나았던 맛”이라는 혹평이 있고, 제로 픽셀 마저도 “NFT콜라 라는 의의 외에는 뭔가 맛이 애매했다” 는 해외 평이 있는 바… 정말 코카콜라는 그냥 콜라맛이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라는 펩시 애호가들의 말이 반쯤 들어맞는(?) 분위기가 생기는 듯 했다.
아무튼, 그 와중에서도 코카콜라는 새로운 크리에디션을 냈다. 이번엔 DJ 마시멜로와 함께 낸 <코카콜라 제로 마시멜로 에디션>이다. 아무래도 마시멜로라는 DJ에 대해서 모르는 이들을 위해 알려주자면. 아주 특이한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DJ이다. 뭐 가면쓰고 활동하는 DJ는 몇명 있지 않느냐 하는데, 그 사람들과는 다르게, 마시멜로는 (일단은) 정체 자체가 공개가 아예 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스크릴렉스하고 사적으로 친하기 때문에 스크릴렉스와 친한 DJ 중에 정체가 유추되는 사람은 있으나 일단은 마시멜로의 정확한 정체는 알려져 있지 않은, 굉장히 기묘한 DJ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코카콜라와의 협업으로 “자기만의 느낌을 담은 콜라”를 한정판으로 내보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코카콜라를… 아예 허옇게 만들어버렸다.
DJ 마시멜로를 상징하는 화이트-블랙 투톤으로만!!!
일단 겉 캔에서 아 이게 “마시멜로 에디션” 이라는 느낌이 확 들게 만든다. 그냥 DJ 마시멜로의 캐릭터가 캔에 그려져있는 것에서 “그래요. 이거 한정판이라고요!” 라고 말하는 듯한 진득한 기분을 주게 했다. 처음엔 나도 “이거 그냥 코카콜라 제로에 마시멜로 캐릭터만 캔 디자인에 씌운 거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코카콜라 크리에디션이 붙은 거에서 느꼈다. “아, 이건 뭔가 또 코카콜라가 콜라에 딴짓을 했겠구나…”
그렇게 캔을 따서 컵에 부어보면… 다행히다. 콜라의 갈색은 그대로이다. 왜냐면 지난번 나왔던 크리에디션 한정판인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는 “우주맛 콜라” 내지 “우주적 감성의 콜라”를 보여주겠다고 컵에 부어보면 거의 와인색에 가까운 색이 나서 “이게 콜라야?” 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이 왕왕 있었지만, 이번엔 다행히도 “보이는 것은 콜라”가 맞았다. 일단 이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마 마시멜로의 캐릭터 톤에 맞게 완전히 검은색 (내지는 오징어 먹물 컬러) 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이 있긴 했지만 호기심은 그냥 호기심 선에서 끝내야 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향과 맛이었다. 일단 성분표에서 기존 코카콜라 제로 대비 뭔가가 더 첨가된 게 보였는데, 컵에서 느껴지는 것은 “멜론 소다 향기” 였다. 미국 코카콜라쪽의 설명을 보면 “딸기”와 “수박”의 향을 넣었다고 표기가 되어 있으나… 안타까운 사실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파는 “수박맛 사탕” 이나 “수박맛 젤리”는 한국 기준으론 오히려 메론 맛에 지극히 가깝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딸기의 향미는 거의 지나가듯 난다. 거의 멜론 소다에 가까운 콜라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 나는 멜론 소다를 좋아한다! 그렇다 이 콜라의 장점은 바로 나왔다. “콜라의 탈은 쓴 멜론 소다”이고, 멜론 소다를 좋아하는 이라면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DJ 마시멜로의 철자가 “Marshmello” 이고, 보통 그를 부를때의 닉네임이 “Mello” 라고 짧게 부르는 것에서 뭔가 멜론의 느낌을 넣어달라 코카콜라 측에 요청했던 거 같다.
그러나 그래서 단점도 분명하다. 제일 먼저는 “멜론 소다를 안좋아하는 이라면” 무조건 이 콜라는 먹고 다른 사람을 줘버리거나 당근마켓등의 동네 중고장터로 보내버릴 것이 뻔하다는 문제가 있고, 아무래도 여기가 <4Adult Seoul> 이니 어른들의 관점으로 말하자면 “이거로 위스키 섞으면 무조건 망하는 맛”이라는 것이다. 즉, 멜론 소다의 느낌이 강한 나머지 버번 콕 내지 잭 콕으로 만드려 한다면, 멜론의 향취가 너무 강해져서 멜론향이 따로, 위스키의 향이 따로 노는 참사가 발생한다. (맛도 콜라와 위스키 섞은 그 진한 달고쓴맛이 전혀 안난다! 그게 더 치명적인 문제다!) 그러나 멜론 소다에서 눈치 챈 자들은 알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칵테일 중 “미도리 사워” 와 가까운 느낌이기 때문에, 오히려 스피릿류나 보드카, 럼류와 잘 맞고 의외의 조합을 나는 발견했다. 바로 증류식 전통소주와 섞으면 멜론의 향과 증류식 소주의 쌀 향이 잘 섞이면서 약간의 메로나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향이 난다는 것이다. 분명 나는 콜라에 소주를 섞었는데?! (미도리 사워의 베이스가 되는 미도리가 멜론 리큐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무튼 이 콜라. 콜라라기엔 DJ 마시멜로의 테이스트가 섞여 멜론 소다에 가까운 이 콜라는 어쩌면 마시멜로의 최근 곡인 “Numb”가 생각나게 할 정도로 마시는 이를 “무감각하게” 만드려 했다면 대성공이다. 그러나 나는 다행이었다. 멜론 소다를 좋아한다면 이 콜라 빛깔나는 멜론 소다를 좋아할 것이고, 한번쯤은 먹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한정판 콜라라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