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어. 웬 또 맥주냐 싶겠지만 루트비어는 맥주가 아닌 “사르사프릴라” 라는 약초와 기타 여러 약초를 우려내어 만든 소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식물과 비슷한게 환삼덩굴이라 알려져 있다. 아주 같은 종은 아니지만) 나도 루트비어를 몇년 전 필리핀에서 처음 먹어봤다. 필리핀에서는 오히려 맥도날드, KFC보다 더 많은 점포가 깔려있다는 졸리비에서 먹어봤는데, 나와 같이 필리핀으로 선교여행을 떠났던 이들이 처음엔 “콜라인가?” 싶다가 다들 한모금을 먹고 한꺼번에 “우웩”을 외치며 뱉어버린 것이 바로 이 루트비어였다.
그때 가이드를 해주셨던 목사님이 우리를 엄청 신기하게 보시더니 “엇, 여러분 이상한거 못느끼셨나요?” 라 하시는 거였다. 그 이유는 뒤에 다시 이야기 한다. 아무튼 나 마저도 “콜라인줄 알고” 마셔버렸던 이 루트비어 소다를 다시 만난 것은, 서울이었다. 바로 쉐이크쉑 버거.
솔직히 쉐이크쉑이 처음이었던 작년 말, 쉑버거에 루트비어 플로트를 시키고도 확신에 안차서 콜라를 시켰지만, 콜라는 쉑버거와는 안어울렸다. (photo by EHSonG)
서울 종각역, 매주 LOL 게임의 프로경기인 LCK 경기가 열리는 101번 정류장 앞 롤파크 경기장이 있는 그랑서울 빌딩 1층에 있는 종각 쉐이크쉑 버거. 솔직히 정식 명칭보다는 “쉑쉑버거”라는 별칭이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이곳의 특징은 바로 세트 메뉴에 주는 음료가 “콜라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기본 메뉴인 쉑버거의 세트를 시키면 쉑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그리고 점원분이 하는 말 “밀크 쉐이크로 할까요? 아니면 플로트로 할까요?
플로트. 그렇다. 탄산음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섞은 음료. 그리고 미국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어느정도 본 사람들이라면 이 플로트를 무엇으로 만드냐면, 당연히 “루트비어”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루트비어가 가질 거부감을 쉐이크쉑 측도 어느정도 알고는 있는지, 포도 소다나 오렌지 소다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플로트도 주고는 있다. 그러나 쉐이크쉑에서 한번 이상의 식사를 해본 나는 과감하게 말한다.
“플로트로 먹을거면 루트비어 플로트로 해라”
아까 전 가이드를 하신 목사님이 우리에게 졸리비에서 먹었던 그 루트비어를 이상하게 여기시지 않은 이유는 바로 “세트 메뉴에 딸려나온 아이스크림” 이었다. 그랬다. 우리에게 대뜸 “왜 여기는 햄버거 세트 시키면 아이스크림을 주지? 하고 이상해 했을 거에요. 다시 말할게요. 그건 콜라가 아니에요” (참고로 이걸 알고 있던 현지 사역자 분들은 코-크를 시키셨다.) 그렇다. 애초에 그 아이스크림은 그 아이스크림의 윗동을 떠서 그 소다 안에 넣으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미국, 캐나다, 그리고 필리핀과 푸에르토 리코,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의 미국의 영향권을 다소 받았던 국가들의 경우 엔간한 패스트푸드점에는 루트비어 소다를 팔고 있다. 다만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 특유의 활명수와 물파스 사이에 있는 향과 수정과보다 살짝 더 화하기만 한 이 맛이 호불호를 심하게 줄 뿐, 여기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루트비어 플로트는 “이거랑 햄버거랑 먹는다고? 느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완벽하게 잠재울 정도로 햄버거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하지만 우리가 루트비어에 대해 거부감이 심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루트비어를 사 먹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서”가 맞다. 솔직히 루트비어를 서울에서 취급하는 곳은 옛날에도 많지 않았다. 기껏 해봐야 이태원쪽의 바베큐 식당 내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샌드위치 집 등에서나 겨우 캔 단위로 놓고 팔았었고, 그것마저 없는 가게들도 많았다. 그나마 일부 PC방 등에서 웰치스 소다, 코카콜라 클래식 (한국 코카콜라보다 미묘한 단맛과 감칠맛이 더 세다. 콘시럽이 대놓고 들어가있기 때문) 과 함께 같이 A&W 루트비어를 팔긴 했지만 이것 마저도 시원하게 캔으로 내놓은 잔치집 식혜에 밀려(?) 장렬하게 사라진 역사가 있기 때문. 그렇다보니 쉐이크쉑이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야 한국 사람들에게 루트비어가 각인되었다고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게 된 것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루트비어는 “루트비어만” 따로 사기가 곤란한 문제가 발생했다. 쉐이크쉑에서는 루트비어를 따로 살 때 병으로 따로 주기 때문이다. (아비타 루트비어로 준다. 오히려 그게 더 성분이나 맛은 더 고급이긴 하다.) 그렇다보니 “캔으로 가볍게 살짝 먹고싶은데” 그거보단 더 많은 양의 루트비어를 냅다 먹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코스트코 등에서 파는 (코카콜라에서 내는) 바크스 루트비어 내지 A&W 루트비어 박스를 사는 것도 애매한 문제. (일단 코스트코를 가는 것부터가 굉장히 험난한 일이니) 그러나 우리에겐 외국 음식과 외국 음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있다는 것에 감사해라.
거기가 어디냐면, 바로 남대문 수입식품점.
루트비어를 구하기 위해 찾은 남대문시장은 날씨가 참 더웠다. 그랬다. 장마가 막 끝나고 폭염주의보가 일어난 첫날이었기 때문.
남대문시장 초엽에 해외식품 가게가 있었고 거기에서 바로 “루트비어 소다 있나요?” 를 했을 때 바로 A&W 루트비어를 꺼내다 주시는 주인분이 얼마나 감사했던지. 그러고 나서 바로 저녁, 루트비어의 캔을 열어보았다.
루트비어를 컵에 따랐을 때 여러분이 콜라와 헷갈릴만한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확하게는 콜라보단 쌍화차에 가까운 갈색이 맞다. 그러나 그냥 대충 보면 “음 콜라네?” 라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낚이기에 딱 좋은 비주얼이었다. 그러나 코를 대면 파스향이 그냥 탁 치고 들어오는 향이라 이게 “콜라와는 다르다!” 라고 말해주는 기분이었다. 맛은? 맛은 콜라와 전혀 다르다. 어쩌면 활명수를 마셨을때 느껴지는 그 약초 추출액의 화함 후에 단맛이 들어오는 것이지만 그 속의 약초 구성 성분이 다르다는게 느껴진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루트비어에 쓰이는 약초와 활명수에 쓰이는 약초 중 몇개는 똑같은 것이 있다. 특히 박하추출액은 거의 대부분의 루트비어에 들어가 있다. (멘톨이라 한다.) 소위 루트비어를 마셨을 때의 그 파스같은 느낌과 화함을 전달해주는 것이 이 멘톨이기 때문. 그리고 메이커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감초와 육두구(넛맥)은 비슷하게 들어가 있어서 이 특유의 “약맛”을 내어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
자 이제 루트비어의 맛을 봤으면 본격적으로 플로트를 먹어보자. 나는 매일유업에서 파는 “얼려먹는 상하목장 아이스밀크” 를 썼지만, 빙그레 투게더, 엑셀런트 바닐라를 써도 된다. 그냥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면 다 된다. 맥도날드 바닐라 선데, 바닐라 소프트콘의 아이스크림 윗동을 털어넣어도 되고, 롯데 빵빠레 바닐라의 윗동 일부를 털어 넣어도 된다.
게다가 순서도 문제 없다. 루트비어를 붓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털어 넣는게 정식 레시피지만, 사람에 따라서 아이스크림을 넣고 그 위에 루트비어를 붓는 아포가토식의 제법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후 저을지 말지는 선택! 나는 그냥 가볍게만 저어서 아이스크림이 자연스럽게 상온의 온도를 받아서 흘러들어가듯 녹는 것을 선호한다.
어쨌든 아이스크림이 다 녹는다면, 약간 인도식 짜이 밀크티 같은 색이 나올 것이다. 괜찮다. 그리고는 그냥 먹어도 되고, 간단한 햄치즈 샌드위치라도 만들어서 먹어보아라. 미국에서 먹는 간단한 식사를 서울에서 충분히 느낀 것이다. 물론 익숙해지는 것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서울에 있는 아무 쉐이크쉑을 갈때에도 콜라 대신 루트비어 플로트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당연한 것이지만 자주 먹기엔 힘든 것이 이 루트비어 소다이기도 하다. 진저에일 대비 뒤에 뭔가 "느끼하게" 끼는 무언가가 강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