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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HSonG Jul 27. 2022

작고 깊은 데서 “노래”를 만든다는 것

노래를 만드는 것은 의외로 “작고 깊은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요즘 음악계가 가장 큰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표절 논란” 이었는데, 처음엔 한 작곡가의 표절이 터지더니 여러 작곡가들과 여러 뮤지션들의 곡이 표절이네 아니네로 난리가 벌어진 마당이다. 솔직히 표절에 대한 진지한 접근의 칼럼은 언젠가 생각은 해두고 있지만, 에세이에서까지 털어놓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나도 최근 이 이슈가 굉장히 얼떨떨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 이기 때문에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식으로 발표한 음원 한곡이 곧 나오게 되지만 (가을 즈음에 나오게 될 것 같다.) 오래 전부터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 등에 습작을 많이 만들어서 올렸다. 단, 정식 음원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활동을 못했다 뿐이지 이렇게 생각해보면 나도 일종의 “인디 뮤지션” 이긴 하고, 별도로 음악 칼럼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작사가들, 그리고 작곡가들이 어떤 마음, 어떤 생각, 어떤 마인드로 한 곡의 음악을 만드는지는 그럭저럭 파악할 수 있는 사람 중 한명이라서, 그런 시각에서 “노래를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노래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아예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직접 악기를 배워보고, 여러 지역의 문화 강좌 등으로 하는 “나만의 노래 만들기” 같은 강좌를 한번 이상 들었던 분들에겐 “음, 그럭저럭 할만하네?” 라는 생각이 드실 거다. 그러나 나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가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내 안에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표현하여” 음악적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드는 과정인데, 그것을 끄집어 내는 과정은 굉장히 “작고 깊은 무언가”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이걸 어려운 말로는 “음악적 동기” 라고 한다.)

중학교 시절, 소위 “중2병”의 차원을 떠나서, 조금 고차원적인 의미로 “사랑타령” 가득한 노래를 잠시 싫어했던 적이 있다. “아니 뭐 사람들이 왜 이리 사랑에 목말라 있는 거야” 라느니 “아니 왜 이리 다들 사랑과 이별앞에 찌질해지는 거야” 란 철없음이 가득했던 시절에는 그런 것보다 당장은 “나의 고통”이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학교에서 겪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의 고통, 오늘은 또 어떤 애가 나에게 시비를 걸어올지, 오늘은 또 어떤 애가 나를 창의적인 표현으로 조롱하고 따돌리게 될 지, 최근의 나의 시험 성적에 대해 가족들은 어떤 하마평을 하게 될지, 그리고 당장 수학 교과서는 왜 이리 재미가 없는 건지 (기계를 좋아하지만, 진지하게 수포자였던 것이 바로 이런 이유. 그래서 공대를 못갔다.) 그런 당장의 여러 생각들이 더 가깝게 느껴져서 어쩌면 “사랑타령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진 거일수도 있다.

그러나 커서, 아니 당장 고등학교때 아주 잠깐의 연애를 하면서 눈에 들어온 주제들이 바뀌어 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도 여러 이유로 서로의 마음이 식고 그냥 친구로 지내자는 말과 짜게 식어버렸지만, 그 잠깐 동안이라도 남영역에서 월곡역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과 시간에 떠오른 키워드는 얼마나 솜사탕 만큼이나 달콤했던지를.

그렇다. 노래를 만드는 것은 그런 내 안에 “작고 깊은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당장 나에게 들어오는 키워드를 술술 풀어보자. 아무래도 청년들이라면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처한 걱정. 자신의 불안한 미래, 혹은 당장의 연애, 당장의 인간관계, 당장의 직장생활 혹은 오늘 내가 투자한 주식이나 다른 무언가의 차트의 등락 등 그 모든 것들이 노래를 만들 “동기”들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다른 누군가는 불러보지 못한 박자와 멜로디로” 부르는 것이 노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표절은 창작자를 괴롭게 하는 “규율”이긴 하지만 이것이 또 창작자들에게는 “발상의 전환”을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표절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꼼수들이 한때 등장했고, 그것들이 지금 굉장히 작곡가들에게 다양한 창작의 선택지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아무튼 최근에 음악계의 표절 논란을 보면서 다른 의미의 씁쓸함을 느낀다. 어쩌면 그들의 음악적 동기가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나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세상 앞에 유명해지는 것” 혹은 “세상 앞에 쉽게 이름을 알리는 것” 은 아니었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것이 한편으로 “대중음악과 자본의 논리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볼 때, 그저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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