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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HSonG Aug 01. 2022

나만의 “지치는 마음” 달래기

솔직히 “정신력”이라는게 추상적인 말은 아니다.

아주 한때, 논란아닌 논란이 있었던 것이 바로 “정신력”에 관한 것이었다. “정신력은 실존하는가?” 부터 “정신력 이야기나 의지 이야기는 허상” 이라는 과격한 이야기부터 “정신력이라는게 있긴 하지만, 애초에 그런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문화 자체가 문제” 라는 이야기등 여러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내 생각만 말을 하자면, 정신력이라는 것은 “실존한다” 라는 것이다. 보통 이런걸 요즘은 그래도 구체적으로 “정신적 건강” 내지 “우리 뇌와 신경의 건강” 으로 적는 의사분들이 있어서 더 와닿을 수 있는 말로 바뀌게 된 것은 충분히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즉 우리가 “몸이 지친다” 라고 했을 때, 육체적인 (정확하게는 근골격계의) 피로를 이야기하는 것 처럼 “마음이 지친다” 라는 것은 신경계적인 피로를 이야기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소심하다” 라거나 “내성적”인 사람들의 경우, 그러니까 이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나 포함한 다른 모든 분들의 경우는 사람에 따라 개인차는 조금씩 있지만 대체로 “육체적인” 것보다는 “신경계적인” 피로에 좀 더 몸에 부하가 많이 받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는 그것이 “졸리고 지루한” 무언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그런면에서 나는 “크리에이터”나 “기획자”로써는 체질적인 부분에서는 안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집중이 매우 힘든 사람이기때문에,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뭔가를 즉각즉각 만들어 내기에는 몸보다 신경이 먼저 지쳐 축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스트레스에 약한” 몸이라는 것이 맞을 것 같고. 그런 것을 단련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직접 뵈었고, 지금은 SNS 으로 자주 연락하는 작가분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작가분은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다보니 나에게 이런 솔루션을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큰 여행, 너무 큰 등산 보다는, 아주 작게 걸어봐요. 아주 작게라도.” 다행히도 서울에는 은근히 그런 스팟들이 많고, 특히 내가 사는 성북구는 각 동네마다 특색과 테마가 분명해서 그렇게 하기에도 너무 좋았던 것도 있다. 그래서 한동안은 성북구의 다양한 곳을 걷거나 자전거로 매번 가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한계가 있는 법. 같은 곳을 너무 여러번 걷기엔 매번 같은 것만 보다보니 그것도 “재미 없음”의 한계 속에 갇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아예 이 방법에 변주를 주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의 습관이 된 것인데, 바로 “서울 전체” 를 범위로 두고 같은 곳도 “다른 관점들로 가보기” 라는 방법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용산 일대라 했을 때, 어떤 날은 한강으로 걷고, 어떤 날은 이촌동과 국립중앙박물관을 걷고, 어떤 날은 용산역 안의 쇼핑몰로 걷고, 어떤 날은 용산역 앞 카페들에 죽치고 앉아 있거나, 어떤 날은 이태원 쪽의 카페를 가거나 음식점에서 미식을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물론 요즘 Z세대가 하고 있다는 “무지출 챌린지”도 가능하다.)


결국엔 “쉽게 지치는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놓고보면 “정신력”은 그리 추상적인 단어는 아니다. 단지, 우리가 “정신력”이라는 단어를 쓰는 용법을 잘못 활용하고 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력은 “버티고 이겨내는 힘” 이라거나 “계속 인내하고 단련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계속 “안정적이진 않으나 쓸데없이 강력한 영향력을 주는 이 힘을 어르고 달래야” 하고 “매일 0의 상태에서 100에 가까운 상태로 채워내는 것” 으로 본다.

그러다 보면 매일 0의 상태로 시작했던 것이 어느순간 5부터 시작하고, 그러다 10의 상태로 시작하고 그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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