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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HSonG Jan 24. 2023

비워나가는 새해 초

2023년엔, 뭔가를 채우기보단 비우려 합니다.

2023년이 밝고, 언제가 되었는지 모르나 벌써 1월의 마지막주로 향해 가고 있었다는 거에 놀라고 있습니다.


올해는 참 재밌게도 “새해 계획”을 전혀 안 세웠습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작년 연말 전후로 정말 진지하게 시쳇말로 “현자타임” 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껴버려서 그런 것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10월 말에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를 보고 느낀 충격도 있었던 것도 맞고요.) 그래서 <4Adult Seoul> 이나, <작고 깊은 마음 하나> 에세이도 어떤 것들로 채워야 하나…. 를 계속 공전하다 한달이 가고, 두달이 가고… 했던 것은 맞았습니다. 애둘러 설명하지 않고, 바로 설명하는 ”한동안 브런치가 비어있던 이유“ 입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의외로 속 빈 강정이 아니었다” 란 거 였습니다. 분명 어릴때는 뭔가 계속 “비어있는 거 같은 기분”이 싫어서 뭔가로 막 채우려 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꽤 여러가지를 공부하고, 그런 것들이 제 삶이 되고, 일이 되고 그랬던 것은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데 무언가, 깊은 한계를 느낀 것은, 비슷한 업계에서 막 올라온 20대의 친구들을 보면서 였던 거 같습니다. 그냥 그 친구들은 뭔가를 엄청 채운거 같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뤄낸 그 성과는 참 대단했더군요. 그게 부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제 안에서 “이렇게 채워도 계속 한계가 느껴지는“ 것이 뭔가, 몸도, 마음도, 버겁게 한 것은 사실인 거 같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속이 찬 강정은 딱딱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맛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어 버린 거 같아서, 오히려 올해는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정말 맛있는 강정 내지 유과는 그 “공기 구멍”이 적절히 차 있어서 그런 것이니까, 그 “공기 구멍”을 채우는 삶을 살려 합니다. 어쩌면 그게 제 올해 큰 고민이 될 거  같습니다.


아마도 ‘좀 무리해서라도’ 여행을 가는 때가 있을 겁니다.

아마도 ‘좀 무리해서라도’ 투자를 하는 때가 있을 거고, 다행히 이건 올해 드디어 작업용 워크스테이션을 바꾸는 거로 달성했습니다.

아마도 ‘좀 무리해서라도’ 잠수를 타는 때가 있을겁니다. 여러분에게 아마 이상한 인내심을 드리게 될 거 같아 미리 죄송하단 말을 드립니다.

아마도 ’좀 무리해서라도‘ 객기를 부리는 때가 있을겁니다. 아마 이거로 통장 잔고가 박살나서 또 가족들에게 혼은 날 거 같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뭔가를 채우기 보단, 비움으로 내면에 “바삭한 공기구멍”을 만드는 해가 되려 합니다.


아무튼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 글로 새해 인사를 갈음합니다. 모두 건강한 새해 되시고, 모두 바라는 것들이 이뤄지는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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