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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HSonG Apr 24. 2024

봄을 버티지 못하는 나의 몸

알레르기의 계절, 봄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뭔가 “아이러니” 덩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중 하나가 저는 봄에 태어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에이 뭐 설마 봄이면 유독 우울이나 불안이 심해지셔서 그런 건가?’라는 물음이 먼저 나오시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알레르기의 계절에 만성적인 알레르기성 비염과 알레르기성 기관지염을 동시에 앓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저의 알레르기성 기관지염에 대한 에피소드는 군대 때 웃지 못할 이야기 하나입니다. 이 때는 2014년, 때는 상병 때였고, 그때가 이른바 “전자담배”라는 것이 나올 때였는데, 부대 동료가 어느 날 휴가를 다녀와서 전자담배라는 것을 무는 것이 좀 신기해 보였습니다. 기존의 연초담배는 당연히 연기만 쐬여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는데, 이거는 그냥 뭐 수증기에 니코틴 정도만 탄 거니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료에게 허락을 맡고 한 모금의 전자담배 니코틴 증기를 빨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엄청난 가래와 재채기, 그리고 발진으로 하루 정도를 앓았습니다. 더 난감한 것은, 이것이 군대 밖이라면 어떻게든 항히스타민제를 구해서 응급처치를 했겠지만, 그렇지를 못해서 부대에 이걸 어떻게 보고 해야 할지를 난감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충 “PX에서 사 먹은 새우탕면 때문인 거 같습니다!”라고 얼렁뚱땅 넘기긴 했는데, 그 뒤로는 결국 주변에 흡연자가 있으면 “알러지성 기관지염으로 고생 중이니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미리 말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봄에는 보통 “황사” 가 불고, 또한 “꽃가루”가 날립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저의 몸은 알러지성 비염과 기관지염 반응이 동시에 나오는 마당이 되고, 이게 참 주변에 “민폐”를 의도치 않게 끼치게 됩니다. 문제는 이것이 저의 “소심함”과 겹치면서… 이렇게 민폐를 끼칠 바에야 밖에 나가지를 말자…라는 생각이 먼저 앞설 때가 많습니다. 이게 참 안 좋은 형태로 악순환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항히스타민제를 쌓아두고 너무 심할 때라거나,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하는 중요한 일에는 한 알을 먹고 나가는데, 참 이 항히스타민제는 독합니다. 최소 졸음 내지 어지러움을 수반하는 독함 때문에 이것마저도 상당한 딜레마가 되더군요.


그래서 정말로 이 “봄을 버티지 못하는” 나의 몸이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는 욕심만 그득한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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