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스피릿의 이름이 “서울의 밤”이다. 그 이름엔, 이유가 있다.
4 Adult Seoul의 레이블을 내걸고 하는 첫 번째 주류 리뷰로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필자는 굉장히 고민했던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어른들을 위한 4가지를 다룬 다채로운 스토리”를 다룸에 있어서 커피와 차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커피와 차류에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 선택이 너무 쉬웠는데, 음료와 주류는 고르기가 참 넓고 어려운 것이 문제였고, 주류는 이번에 리뷰를 위해 여러 주류를 먹어보면서도 내 간이 참 알코올에는 약한 (요즘 말로 “알코올 쓰레기”에 가까운) 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절절히 체감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과감하게 첫번째 주류 리뷰는 해야 했기에, 첫번째로 고른 것은 하필이면 이 레이블이 “서울”을 담고 있으니 대놓고 서울을 내세운 주류를 먼저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서울의 밤>이다.
<서울의 밤> 도데체 왜 서울의 밤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먼저 첫번째는 제조사인 더한주류 양조장의 소재지였다. 서울시 은평구. 아. 참 직관적이구나라는 생각이 한번 더 들었다. 그러나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고 한다. 더한주류 대표님의 가족이 하는 과수원이 매실 농사를 하고 있고, 송파구 방이동쪽의 서울 외곽지 과수원에 직접 매실, 그것도 황매실을 키워서 이 술에 필요한 재료로 쓰시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호오? 뭔가 이미 스토리텔링에서 “그래요! 이거 서울에서 만든 퓨전 전통주에요!” 라고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왔다.
솔직히 이 주류를 그냥 <퓨전 전통주>로 내가 분류하는 이유는 이 술의 제법이 너무나도 정리가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름 이걸 더한주류에선 “서울 진” 이라는 말로 정리를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헨드릭스 진이나 그런 진과는 와닿는 느낌이 너무 다르지 않은가, 게다가 직접 시음 노트를 적어보면서도 진과는 약간 거리가 먼 감도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그러나 왜 이걸 “진”이라고 박아놓을 수 있던 이유는 진의 재료인 두송실 (주니퍼베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 물론, 노간주나무, 이것도 서울 북한산과 남산 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그렇다고 서울의 산에서 나는 노간주나무 열매를 먹지 말것. 각 지역 구청에서 정기적으로 수목소독을 하는지라 독성이 있는 소독제를 입에 넣게 되거니와, 국립공원의 과수는 함부로 따다 걸리면 벌금이다.)
어차피 주니퍼베리도 서울약령시장에서는 “두송실”이란 이름으로 팔고, 황매실은 황매실 자체로도 쓰지만 훈증해서 “오매”라는 이름으로 쓴다. (물론 오매는 청매실을 주로 많이 원재료로 쓴다.) 뭔가 어거지로 짜맞추는 것 같지만 집이 경동시장 가까운 데 있어 자전거로 서울약령시쪽을 지나게 되면 나는 그 특유의 한약 냄새가 나에게는 너무나 좋고 익숙한 냄새인데, 그것도 같이 담겨있다. 아, 그래서 서울의 밤이었군! 그리고 정말 무슨 한약을 달이는 느낌으로 감압식 증류기로 2번 증류를 했다고 한다. 매실 성분을 넣고 한번, 주니퍼베리를 넣고 또 한번. 그래서 뭔가 정성을 많이 들인 기분도 난다.
자 이제, 긴 서두를 마치고 직접 이 술을 열어본다. 열면 열자마자 “단 내”가 정말 훅하고 치고 온다. 그러나 이게 불쾌하거나 인공적이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과일향이 ‘아 이거 과일 쓴거 맞다’ 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다. 참고로 이 술은 원소주가 유행하기 전에 전통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제일 인기가 있는 전통주였다고 한다. (아직 원소주가 마트 판매를 하고 있지 않는 시점이라서) 마트 전통주 부분 판매 1위 자리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위엄(?)있는 주류라고 하는 이유가 이 향에서 있었다.
도수는 25도이다. 어쩌면 내가 이걸 “진”이라 하기 애매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이라 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그러나 그렇다고 약주라고 하기엔 너무 센 정도이다. 이게 요즘 20대-30대의 새로운 술 문화에 걸맞는 메타라고 하면 납득은 가능하지만, 뭔가 클래식한 입장에서 주류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만은 뭔가 불호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면 첫 잔을 넣고 탁 시음을 했을때, 25도라는 도수에 맞지 않게 너무 순하게 들어갔다는 점 때문이다. 보통 25도 주류 중에서 원소주를 드셨던 분들의 많은 평이 “25도 답지 않게 순하게 들어갔다” 라는 평이 있고, 화요를 드셨던 분들의 많은 평이 “분명 나는 청주를 먹고 있는데, 얘 분류는 전통식 소주란다” 란 평이 있었는데 서울의 밤은 그 사이에 해당한다. “25도답지 않게 순하게 들어는 갔는데, 이건 전통식 소주도 아니고 리큐르란다” 라는 평으로 정리가 가능할 정도.
그러나 딱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향”이다. 그렇다. 실제로 더한주류 대표분도 신문등의 인터뷰에서도 “황매실과 주니퍼베리가 주는 향”을 포인트로 말하셨는데, 정확했다. 황매실의 뭔가 자두와 매실같은 향과 그 뒤에 치고오는 두송실의 허벌한 향기가 밀려온다. 이게 정말 좋게 말하면 뭔가 과일과 허브가 섞인 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너무 나쁘게 말하면 나의 어린시절의 기억 하나와 맞닿아 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껌이었던 “와우 풍선껌 - 플럼맛” 의 그 향기와 첫향이 너무 비슷했던 것이다.
그 느낌이 더 증폭이 되는 방법은 놀랍게도 하이볼 류로 먹는 방법인데, 토닉 워터를 섞어본다면 토닉의 브랜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정확하게 이 풍선껌 향 내지 과일 사탕 향 (특히 복숭아맛이나 매실맛 사탕, 젤리등의 먹을때 느끼는 느낌) 을 정말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단, 탄산음료 류를 섞는다면 그 음료가 스프라이트냐, 칠성사이다냐, 나랑드냐, 슈웹스냐에 따라 같은 듯 다른 질감을 느껴볼 수 있다. 아니면 정말 극단적으로 탄산수 + 초록매실이라는 정말 매실맛의 극단의 극단까지 간 조합도 가능하다. 만에하나 누군가 “깨물어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난다면 이 조합도 한번 생각해보자.
<Tasting Note>
감미 : 다소 강함 / 산미 : 중간 / 쓴맛 : 중간 / 바디 : 약함
노트 키워드 : 매화, 과일(프루티) , 허브, 풍선껌 (그 중에서도 피치,플럼맛 풍선껌), 복숭아맛 젤리, 매실맛 사탕
페어링 : 굉장히 단 느낌이 강하므로 단맛이 강한 간식류보다는 맵거나 향이 강한 음식,
특히 커리와 갈릭난 혹은 칠리류 음식, 쯔란을 잔뜩 넣은 양꼬치, 고기류 (육포류, 스테이크 포함)
<information>
서울의 밤 / 더한주류 / 리큐르 (2중 증류)
도수 : 25% (용량 상관없이 동일)
원재료 : 황매실 (황매)
기타 부가물 : 올리고당, 포도당, 노간주열매 (두송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