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커피. 커피 만큼 여러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친숙한 음료도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리고 서울 사람이라면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도 "커피"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통 여러분이 서울 사람이고, 집을 나선다면 여러분은 어느 동네를 가던 이 커피 브랜드들은 피하고 싶어도 못피한다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디야커피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회사 홈페이지에서 회사 정보를 찾아보니 2001년 중앙대 앞에 1호점을 낸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커피 브랜드는 의외로 2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였고, 처음엔 "저렴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내세웠던 이 브랜드는 기어이 2016년, 만들어지고 15년의 노력 끝에 "이디야 커피랩"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우며 강남구 학동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이디야커피 신사옥으로 "자랑스럽게" 이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디야 커피랩마저도 학동에 생긴지 무려 6년이 흘렀다. 처음에 이디야 커피랩이 생겼을 때를 잊지 못한다. (물론 그때 비슷한 시기에 스타벅스도 "스타벅스 리저브"라는 프리미엄 라인업이 들어왔던 때다.) 이디야커피를 갔는데, 이디야커피스럽지 않은, 그래도 나름 "스페셜티 커피" 와 고급스러운 베이커리를 같이 들여놓은 곳. 그리고 그 이디야에서 "너희가 알던 이디야의 아메리카노 맛은 아닐거야" 라며 자랑스럽게 내놓았던 "이디야 커피랩 페르소나 블렌드" 이때 이걸 오래 전 서울 카페쇼에서 처음 먹어봤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 "이디야가? 이디야가? 이런 풍미의 커피를 파는게, 가능한 거였어?"
그리고 그 놀라움은 6년이 지나 사라지고 마트에서 파는 익숙한 블렌드의 원두가 되었다. 물론 이것이 이디야커피에서 바라던 "저렴하지만 맛있는 커피"의 모토라던가, "Always Beside You" 라는 기업의 사훈에 충실한 사업전략이라면 저야 아주 큰 박수를 쳐줄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스타벅스 리저브는 리저브 매장에 들어갈 때 그래도 "아, 여기가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매장이야?" 혹은 리저브의 원두를 살때 그 포장에서 느껴지는 "아, 그래도 이건 늘 먹던 스타벅스 원두와는 뭔가 다르겠지" 라는 그런 유니크함을 가끔 줄 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디야 커피랩이 지향하는 프리미엄이 무엇일까를 마트 매대에 놓인 페르소나 블렌드 원두를 보며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여러분이 잊으면 안되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제일 먼저 찾게 된다" 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디야 페르소나 블렌드는 어쩌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제일 무난하고 익숙한 맛"의 커피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가장 가까운 맛과 향을 보여준다. "초콜릿 향이 나고, 카라멜같은 질감에, 견과류 느낌이 나는 끝맛"
여러분이 그냥 막연하게 아무 지역의 이디야커피를 가서 아메리카노를 시켰을 때 느끼는 그 가장 무난한 맛에서 약간 뭔가가 더 덧대어진 느낌. 그 외에는 이 원두가 주고 있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이 원두는 간결하다.
여러분이 커피 원두를 사 먹으면서도 간혹 놓치는 것이 있다. 바로 옆면이나 뒷면에 적힌 로스팅 포인트와 테이스팅 노트이다. 커피에 대해 굉장히 나름 오래 탐닉한 필자의 입장으로 말하자면 절대로 저 로스팅 포인트와 테이스팅 노트는 "마케팅용"으로 적어놓은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그리고 여러분들 중에 커피에 대해 나름 트리비아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이 원두의 블렌딩 배합비율에서 이상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 맞다. 이 원두의 블렌딩 비율을 읊어주겠다.
눈치 챈 사람이 있었다면 당신은 커피도 커피이지만 어떤 누군가에 대한 존경심이 상당한 이라고 먼저 말해주고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 하는 문블렌드의 비율이 이렇다.
눈치 챘는가? 참고로 과테말라 원두는 보통 저 테이스팅 노트에서 "바디감"의 변수를 제일 많이 줄 수 있다. 즉 여러분이 문블렌드를 여러 경로를 통해서 마셔봤다면, 저 원두가 풀 시티 로스트 (다크로스트보다는 좀 덜 태운 정도) 이던 다크로스트이던 단맛은 조금 적지만 바디감은 다소 묵직하게 치고 오는 느낌을 받으셨을 것이다. 왜냐면, 내가 싱글 오리진 원두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게, 바로 이 과테말라 안티구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걸 다 풀면 재미 없으니 과테말라 안티구아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겠다. 다만 한가지만 말해두자면 이 과테말라 안티구아가 그 "커피에서 담배맛과 담배향을 느낄 수 있는" 특이한 형질의 원두라는 것 정도만 알려주겠다.
즉, 이 말은 기존 문블렌드에서 과테말라의 바디감을 살짝 덜은 대신에 그 남은 빈자리를 브라질 원두로 채움으로써 밸런스한 맛 (정확히는 저 부분에서 단맛과 후미에 가깝다) 을 더 채워넣었다는 것이 정확한 테이스팅 노트라고 보는 것이 맞다. 참고로 학동 이디야 커피랩에서는 "원두 퍼포먼스 바" 라 하여 6종의 원두를 직접 시음해본 후 자기 입맛에 맞는 비율로 원두를 블렌딩 해 볼 수 있는데, 문제는 문블렌드가 꽤 유행했던 당시 학동 이디야 커피랩에 방문했던 사람들은 다른 비율도 아니고 무조건 이 문블렌드의 비율로 블렌딩을 하고 봤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왕왕 떠돌 정도로 문블렌드는 실제로 "블렌딩의 교과서" 같은 취급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에 문블렌드와 비슷한 비율을 맞추면서도 이디야커피의 스타일이었던 "무난한 맛"을 동시에 가져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을 담아 보려 한다.
아무튼 이 원두, 평을 내자면 "아는 맛이 무섭다" 라는 것이다. "마트에서 무난한 가격으로 만나는 스페셜티 블렌드 커피" 라는 말을 냅다 써내리면 '이게 뭔 말이야?' 라는 말이 먼저 나올거 같아서 더 명확하고 명료한 표현으로 평을 내리려는 이유로 "아는 맛이 무섭다" 라는 말로 정리하기로 했다. 아직 못 먹어본 자가 있다면 캡슐커피 버전 혹은 학동 이디야 커피랩 직영점에 가서 직접 이 블렌드로 마셔 볼 것을 권한다.
여러분은 이 맛이 뭔지 여러분의 혀가 기억한다. 솔직히, 그게 제일 스페셜하면서도, 무서운 것이니까.
<Tasting Note>
감미 : 보통 / 산미 : 약함 / 쓴맛 : 조금 강함 / 바디 : 조금 강함
노트 키워드 : 견과류 (특히 호두), 카카오닙스 (다크 초콜릿이라 적었지만 내 입장에선 카카오닙스에 가까운 쓴맛), 카라멜, 무난한맛, 무난한 향
페어링 : 대부분 커피는 쿠키, 빵과 먹는다고 하나, 이디야 페르소나 블렌드는 의외로 떡. 그 중에서도 꿀떡류와 정말 잘 어울린다. 특히 꿀송편과 같이 먹어볼 것을 권한다.
<information>
이디야 커피랩 페르소나블렌드 / 이디야커피 / 블렌디드
로스팅 정도 - 풀 시티 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