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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HSonG Jul 05. 2022

오설록 제주 화산우롱차

당신의 입을 우롱하는, 그것은 우롱차

우롱차. 솔직히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우롱차가 그냥 "녹차를 발효한 차" 라는 것을 알았을 때 뭔가 제대로 "우롱당한" 기분이 들었었다. 어렸을 때 친척이 사왔었는지 누가 사왔는지 몰라도 우롱차 캔을 먹어보고는 그 쌉쌀하지만 구수한 맛에 "아, 우롱차는 뭔가 약재같은걸 우린 차겠지?" 라는 어린 생각에 이거만 한때 신나게 마셨던 기억이 있기에, 이게 그냥 녹차의 "한 종류" 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나의 어린시절의 기억마저 뭔가 "우롱당한" 것 같았던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서울, 인사동과 북촌 국립현대미술관, 용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등에서 만날수 있는 오설록에도 우롱차는 (당연히 차니까) 있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오설록은 세작 녹차, 녹차라떼, 녹차 아이스크림이 익숙하지, 우롱차는 뭔가 사람들에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기에 (그리고 자주 가지 않으면 어떤게 우롱차 메뉴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어쩌면 그냥 녹차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롱차를 이야기 하는게 여러분에게도 더 차류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다. (여러분을 그저 우롱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우롱차는 도데체 뭘까? 그러나 외국 여행을 자주 다녀온 사람이라면 우롱차는 몰라도 "철관음" 은 알것이다. 관세음보살과 같다 하여 건륭제가 이름을 붙였다 하는 (혹은 관세음보살이 알려준 곳에 차나무가 있었다 하는 설도 있는) 철관음이 바로 우롱차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우롱차는 "오룡" 차이다. (만화 '드래곤볼'의 그 팬티를 좋아하는 돼지 오룡과 한자 철자가 동일하다) 그리고 이것은 녹차를 발효한 "발효차" 이다. 발효차 이야기를 하면 여러분의 생각은 바로 그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맞다. "보이차"다. 보이차도 역시 발효차이다.(보이차는 "푸얼" 차라 하고, 역시 만화 '드래곤볼' 에 나온 야무차의 친구 푸알이 이 푸얼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제부턴 정말 어려운 이야기. 그런데 왜 중국 사람들은 굳이 이 발효차를 "우롱차" 와 "보이차"로 나눈 것일까,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이 두개를 해외에서 분류할땐 그냥 "Black Tea" 다. 이제 여러분은 이상함을 느껴야 한다. "Black Tea"는 홍차 아닌가. 맞다. 여러분은 정말로 우롱당했다. 홍차와 우롱차와 보이차는 거의 비슷한 계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차이는 바로 "처리 방식"이다.

녹차보다 우롱차 이야기를 하는게 여러분에게 "차류"에 대해 이해시키기 빠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롱차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한다면, 홍차와 보이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바로 이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차나무에서 찻잎을 땄다 치자. 그리고 그것을 바로 덖어낸 것이 녹차이다. (이걸 다도 용어로 "비산화차" 라고 한다.) 즉 찻잎에 있는 폴리페놀 성분으로 대표되는 천연 항산화 성분이 날아가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덖고 (그리고 바로 "유념"이라 하여 덖은 찻잎을 비벼서 잘 우러날 수있게 찻잎의 조직을 살짝 으깬 후)말려서 산화 자체를 "틀어 막았다" 라는 의미이다. 즉, 쇄청이라 하여 말리는 과정을 거쳐주게 되는데, 이때 덖고 유념한 차에서 바로 쇄청을 해서 바싹 말리면 그 상태가 우리가 아는 녹차다.

참고로 덖고 유념한 찻잎을 숙성하면 자연스럽게 찻잎 속 효소가 산소와 접촉하면서 (발효에 가까운) 산화가 일어나는데, 이때 살짝 산화가 된 상태 부터를 "반발효차" 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철관음은 딱 이 시점에 만들어진 우롱차이다. (정확하게는 살짝 산화된걸 쇄청해 말린 상태이며, 이걸 우롱차 청차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 지나면 우리가 아는 그 갈색 우롱차가 된다. (이걸 우롱차 황차 라고 한다.)

문제는 이제 바로 덖고 유념까지 했고, 쇄청까지 끝났는데, 그게 공기중의 효모를 만나건, 직접 따로 효모를 접종을 하던, 그 차가 효모로 완전 발효가 되면 그게 보이차다. 그리고 중간에 쇄청을 안하고 효모를 접촉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그 차를 그대로 완전산화 시키게 되면 그게 홍차가 된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차의 종류를 이야기하며 한번 더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이렇게 된다.

(정확히는 콤부차라고 종류가 하나 더 있지만 이건 나중에 이야기해도 될 정도니 넘어가자.)

오설록은 그 중에서도 반발효차, 우롱을 다양한 네이밍으로 팔고 있다. 오설록에서 우롱차 메뉴를 구하기 힘든 것이 여기에 있는데, 오설록 티하우스 매장이나 백화점 등에서는 "제주 화산암차" 라고 팔고 있고, 이걸 일반 마트에서는 "제주 화산우롱차"로 팔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티하우스, 백화점에서 파는 청우롱도 있지만, 이건 철관음과 비슷한 "우롱 청차"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트에서 구하기 쉬운, "오설록 제주 화산우롱차"를 사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물론 정확하게 제주 화산암차와 화산우롱차가 같다고 볼수는 없지만 두 차는 모두 다 "반발효차"로 분류하고 있다.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화산우롱차보다는 화산암차, 그리고 삼나무 숙성발효를 시켰다는 "삼다연"을 음료 메뉴로 쓰는 것은 화산우롱차는 정확하겐 화산암차와 삼다연의 "중간"에 위치한 차 맛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마도 오설록 입장에서는 애매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물론 오설록 매장에서 티백을 산다고 하면 화산우롱차도 시음은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가격차이가 크다. 화산우롱차가 화산암차보다 저렴하다.)

설명서에 150ml를 부으라고 그 뜨거운 물을 바로 다 부을 필요는 없다. 이 부분도 나중에 한번 더 이야기할 예정

제주 화산우롱차의 맛은, 정말 "우롱차"의 맛이다. "아니, 이게 맛 평가의 다야?" 라 싶지만, 그만큼 우리가 "우롱차" 하면 생각나는 그런 가장 "기본적인 맛"으로 여러분의 혀를 우롱한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딱 보리나 조, 수수 등에서 나는 그런 굉장히 구수한 곡물 향기가 앞에서 오고 살짝의 흙향이 지나면 그 뒤에는 녹차의 향이 입에 길게 남아있는. 이 맛이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따뜻하게 우려서 먹고 싶은 중독성을 선사하게 해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역시 여기에 있다. 화산암차보다 저렴한 이유는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먹는 화산암차 대비 뒤에 끼는 약간의 감칠맛이 덜하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이것은 양산 티백화 하면서 생긴 문제로 보이긴 하나. 이렇게 하여 "오설록 티하우스에 직접 오세요" 라 한다면 아모레퍼시픽의 이 작전은, 성공이다.

솔직히 나는 우롱차에 술, 우유를 넣기보다 그냥 얼음만 넣어서 먹는다. 어릴때 먹던 캔 우롱차가 딱 이런 시원함을 주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주 화산우롱차는 화산암차 대비 "저렴한 가격"이 메리트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우롱차의 자유도를 끌어내기 딱 좋은 차라는 것이다. 우롱차는 재밌게도 중국식 이름이 붙었지만 우롱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사람들이다.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드래곤볼'을 만들 때 대부분의 캐릭터 이름을 다 음식 이름을 모티브로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사이드킥 캐릭터들을 죄다 차 이름으로 붙였는데 이중에서 "오룡"은 나름 드래곤볼 초반부에서는 오공, 크리링만큼이나 쏠쏠한 활약을 해 낸 캐릭터였다는 점이라던가, 애니 "디지몬 어드벤처"에서 꽤 길게 활약한 코시로 (한국명 '장한솔') 가 매일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이 바로 우롱차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팬들에게는 벙찔만하다. 초기에는 흰 컵에 담겨서 제대로 알 수 없었다가 최근에 디지몬 어드벤처 트라이, 라스트 에볼루션 키즈나에서나 그 컵 안에 든게 우롱차인걸 안 사람들이 꽤 많았기 때문.) 그러다 보니 이 우롱차를 응용한 방법들이 일본발로 많이 전래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것이 "우롱하이"이다. 딱 일본식 조어로 된 이것은 술(특히 일본식 위스키나 오키나와 아와모리) 위에 우롱차와 탄산수 (혹은 라무네) 를 섞은 하이볼이기 때문. 그리고 우롱 밀크티 인데, 제주 화산암차로 이걸 만들기엔 화산암차의 가격이 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화산우롱차를 이용하면 같은 값으로 더 많은 우롱하이와 우롱 밀크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더 고급스러운 맛을 찾는다면 당연히 제주 화산암차로 가겠지만.


오설록 차 제품의 포장에는 꼭 "Tea From JEJU 1979" 라고 써져있는데, 이 이야기도 역시 나중에 한번 더.


 <Tasting Note>

감미 : 없음 / 산미 : 약함(살짝 있는 정도) / 쓴맛 : 강함 / 바디 : 강함

노트 키워드 : 보리, 수수, 조 (특히 제주 오메기), 흙, 나무(제주도 비자나무, 차나무)

페어링 : 굉장히 고소하고 바디가 강한편이라 단 과자, 특히 바움쿠헨이나, 실타래엿 같이 뒷 감칠맛이 강한 간식류


<information>

오설록 제주 화산우롱차 / 오설록(아모레퍼시픽) / 반발효차

분류 : 우롱차-황차 (반발효 녹차)

기타 부가물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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