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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Oct 11. 2021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반갑다

토스의 '타다'인수가 기대되는 이유


최근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가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토스가 가진 전략과 이를 통한 사업성, 전망등을 평가하는 많은 기사들이 나왔고, 대체로는 긍정적인 기사들이 많아보인다. 


필자도 여느 기사처럼 이번 인수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인데,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비즈니스 전략보다는 과정과 실행에 대한 이야기,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보려고 한다. 





엔트로피 상승의 법칙


물리학에는 열역학 제 2법칙이 존재한다. 이는 에너지가 점점 무질서해지고, 쓸모있는 형태에서 쓸모없는 형태로 변화해 가는 자연의 섭리를 설명해준다. 


회사에서의 질서도 이와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창립때의 원칙들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확실한 원칙아래 하나의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예술가와 같은 모습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온갖 성과주의와 이기주의 아래 왜 있는지 임직원들도 알 수 없는 기능들이 추가된다. 최고 경영자는 창립자와 다른 전문 경영인으로 대체되고, 각 팀의 부서장들은 화려한 경력으로 치장한 인력으로 채워진다. 창립 초기의 헝그리정신이나 절실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직은 커질대로 커지고 관리라는 명목하에 비효율은 커져만 간다.


엔트로피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는 레거시 기업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기는 하다. 통상 도전자보다는 가진것을 지키기 위해 타이틀 방어전에 나서는 복싱 챔피언이 훨씬 더 고독하고, 힘든 법이다.




레거시 기업에게 없는 특별함


그렇다면 토스는? 토스는 출시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신생 어플리케이션이다.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버렸지만 아직 엔트로피가 상승하지 않은 젊은 기업이다. 마치 건강하게 자라는 10대 청소년처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중인 어린 아이들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호기심이 많고 가만히 있으면 심심해서 몸이 근질근질할 지경이다.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많다.


젊음 + 성장 이 두가지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거기에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몇가지가 더 있다. 토스를 써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들에게는 극도의 완벽주의와 고객 집착주의가 있다. 

토스앱을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QR체크인이나 인증서 발급, 재난지원금 신청 등을 사용해보면 확실히 타 앱과 달리 다른건 몰라도 편의성 만큼은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첫 성공사례가 되었던 간편송금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기도 하다.


물론 이면에는 몇가지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부분들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글의 주제는 "새로운 시도"니까.


'토스' 간편송금 서비스의 성공 요인은 고객에 대한 집착과 편의성에 있다.  (출처 : 비바리퍼블리카)




새로운 시도가 반가운 이유


새로운 시도란 혁신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시도가 없다면 우리는 아무런 갈등도, 놀라움을 가져올 기회도 없을 것이다. 혁신은 항상 새로운 시도 아래 탄생한다. 반대로 새로운 시도가 없다면 혁신도 없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는 '규제의 천국'으로 불리게 되었다. 관리라는 명목하에 일관된 기준이 부여되고 이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양적성장 관리 기준을 21세기인 2021년 현재 아직도 적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실제로 2019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주요국 경쟁력 순위에서도 규제 부담 부문에서 87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국 대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출처 : 중앙일보


최근 이러한 규제환경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늦었지만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토스라는 금융서비스와 그들의 새로운 시도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홈런을 치려면 일단 크게 휘둘러야 하듯이, 사람들이 놀랄만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려면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시도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며 실패한 사람에게 낙오자라고 낙인찍는 문화가 있는것 같다. 특히 엔트로피가 상승한 레거시 대기업에서는 신사업에 대해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C-레벨의 임원들은 본인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로막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예산설정에 대해 까다로운 절차를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저직급 사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려면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 즉 토스같은 신규 금융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하고 정부는 새싹들이 잘 자라도록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홈런을 치려면 일단 크게 휘둘러야 한다. / 출처 : quotesgram.com



새로운 시도를 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우선시되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를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파이어폰'을 기억하는가? 

2014년 최악의 제품으로 선정된 이 제품은 아마존의 존립 위기까지 몰리게 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아마존을 있게 해 준 제품이기도 하다. 파이어폰에 탑재되었던 모션인식 기술은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의 원천 기술이 되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발명하려고 하다 보면 반드시 실패가 따른다. 그래서 빨리 실패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보다 가장 편하게 실패하는 회사로 만들고자 한다.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다. 우리가 1000억 달러의 매출을 내면서도 끊임없이 실패에 도전하는 이유다.”


파이어폰은 실패했지만 이를 통해 배운 모션인식 기술은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로 재탄생했다.



토스의 '타다' 성공 가능성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현재 상황만 놓고본다면, 적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Tech-기반의 회사다. 비즈니스 파워로 성장한 회사가 아니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보다는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규제가 덜하다

그들에게는 도전의 유전자가 있다.

실패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것이 더 많다(잃을 것이 별로 없다)


위의 사실만으로도 나는 토스의 타다 인수를 긍정적인 쪽에 가까운 의견을 주고 싶다. 

적어도, 실패에서 배우는것만은 분명히 있을테니까.




마치며


최근 스타트업들에게 자극받아 레기시 기업들도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지극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정부와 민간부문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이 토양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계속해서 늘어나야 지금의 대한민국을 한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다고 본다. 


신사업에는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돌다리를 두들겨 봤으면,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가장 좋지 않은 습관은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는 분명 힘들고, 어렵고, 불확실하고, 위험한 길이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뒤처지게 마련이니까.



마지막으로,

필자가 좋아하는 세스 고딘의 저서 '더 프랙티스'의 글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우리는 변화를 추구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은 쉬워서가 아니라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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