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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Sep 26. 2022

주니어와 시니어

회사에 주니어가 많아야 하는 이유

회사가 젊은 사람들을 채용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대하기 편해서 뿐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10여 년간의 경험을 통해 주니어들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젊은 사람의 수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확실히 열심이고, 활기차고, 편안하고, 재미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젊은 사람들은 흥분감을 퍼뜨린다. 그들은 일한 경험이 짧지만, 기술을 익히는 중이며 어려운 업무에 능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들은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며, 무엇보다 잘하고 싶어 한다. - 톰 드마르코 -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잘 정돈되어 있어서 그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질서와 잡담, 들쭉날쭉함, 시끄러운 소음이야말로 조직에 필요한 요소다.


우리 시니어가 배운 지식들은 이미 10여 년 이상 지난 기술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내부에서 재교육을 통해 시니어들도 기술을 습득하지만 진보의 속력은 대개 주니어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높은 자리에서 조직을 리드하고 지배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은 조직의 실질적인 리듬을 지배한다. 그리고 조직이 진보하는 속력을 결정한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의욕이 넘치며, 재미를 느낀다. 


이것이 주니어를 많이 채용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것이 시니어들이 주니어에게 배우고, 끊임없이 젊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에게는 시시콜콜 간섭할 필요가 없다. 그저 투자자의 마인드로 새로운 업무를 슬쩍 밀어주면 충분하다. 그러면 아주 능력 있고 열정적인 일꾼이 되어 때로는 당신에게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줄 것이다.



회사가 늙은 조직이 되어가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굳이 성장할 필요가 없다

비즈니스 생명 주기에 따르면 모든 비즈니스는 탄생-성장-성숙-쇠퇴의 단계를 거친다. 즉, 무한히 성장하는 비즈니스는 없다. 따라서 어느 정도 성숙 단계를 거치면 조직은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비즈니스의 수명을 연장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조직, 즉 정부기관이나 일부 독점 공급업체의 경우 조직의 노쇠화가 빨리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조직에서 새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원하는 주니어들은 괴롭기만 하다.


2. (주니어가) 할 일이 없다

정말로 주니어가 할 일이 없는 조직도 있다. 정확하게는, 주니어가 할 일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시니어들은 10년 이상 일해 오면서 쌓은 그들만의 명성과 실력을 잃는 것이 두렵다. JAVA기술만 20년 이상 해 온 사람이 갑자기 ABAP으로 된 시스템을 선뜻 만들어보자고 하진 않을 것 아닌가. 기꺼이 자신이 보유한 기술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니어는 많지 않다.


이런 기존의 기술을 고수하는 조직에서는 굳이 주니어를 뽑을 이유가 없다. 그들이 하던 일만 문제없이 할 수 있으면 된다. 젊은 사람들만 아는 새로운 기술을 써보려는 의지가 없으므로 주니어가 있을 이유도 없다.



3. 회사가 경력자만 뽑는다

조직이 그때그때 당장 쓸 인력만 채용한다. 오늘내일 안에 해결될 일만 하면 된다. 신입 채용을 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아깝기만 하다. 이런 조직에서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퇴사율 또한 높다. 누군가 퇴사하면 또 경력자를 채용한다. 지금 당장 해결될 일만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금방 노쇠화가 된다. 






전례가 없는 일은 하면 안 되는, 할 수 없는, 굳이 할 필요 없는 골치 아픈 일이다. 그러나 젊고 활기찬 회사는 다르다. 그들에게 전례 없는 일은 곧 새로운 기회와 도전거리를 뜻한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SpaceX)’의 직원 평균 연령이 30세였다고 한다. 그들 입장에서 골리앗과도 같았을 NASA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낸 것은, 무모하지만 창조적이고 빠른 그들만의 진보의 속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측면에서 점점 늦어지고 있는(30대가 다 되어서야 가능한) 한국의 신입 나이는 아쉬울 따름이다. 30대가 아주 어리다고는 할 수는 없는 나이니까.


새로운 기회를 타진하고, 도전하는 것은 필수이지 선택이 아니다. 기업이 모든 구성원들을 시니어로만 채우는 것은 조직의 종말을 고하는 조종(弔鐘)이라는 것을 모든 시니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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