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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Jan 24. 2023

권력의 속성(2)

권력이 향하는 곳으로 가라


지난번에 권력을 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권력의 속성- 권력은 왜 탐해야 하는가?)


필자가 '권력'이라는 키워드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조직 생활을 하는 일원으로서 권력을 소유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여 혹여나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이나 집단에서 도태되는 일을 방지하고자 하려는 의도였다. 권력에 대한 책을 몇 권 읽다보니, 조금 더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아지면서 추가적인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지난 글에서는 권력을 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권력을 쟁취할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공유할 것이다.


지난번에 이어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권력을 너무 더럽다거나 착취의 수단으로만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 힘은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역사 속의 수많은 사례에서 나타나듯 힘은 악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선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혹시 당신이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면, 당신이 가진 기술이나 지식을 활용하는 대가로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고 당신이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당신이 제기차기를 아무리 잘해도 아무도 그에 대한 가치를 매기지 않는다면, 그리고 당신의 능력을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면 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결코 권력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있는 곳과 그것이 이동하는 경로를 주의 깊게 포착할 필요가 있다. 




권력이 향하는 기본적인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권력의 변화는 주로 기술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역사로 예를 들어보자.

수 천 년 전 수렵채집사회에서 최고의 권력자는 사냥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이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이었던 탓이다. 반면 농업 사회로 넘어가면서 땅이나 동물, 농기구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 사람의 힘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후 금속활자의 발명은 인류 사회를 다시 한번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큰 변화는 다시 한번 권력을 이동시키게 된다. 문서와 책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 필경사들은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더 이상 그들의 능력은 쓸모없게 되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구식 기술에서 신식 기술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권력으로 이동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마차를 끌던 시기에서 내연기관 차의 시대로 변신하면서 대규모의 권력의 이동이 있었고, 전기와 수소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시 한번 권력이 이동이 발생할 것이다. 이외 다른 이유로도 권력의 재분배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기술적 변화는 새로운 자원을 생성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연스레 권력이 생기게 된다. 여기 태양열 기술자 '네주마'의 사례를 통해 권력의 이동경로를 살펴보자.


네주마는 도로가 하나밖에 없는 잔지바르 운구자 섬에서 태어났다. 학교도 못 다닌 채 어린 나이에 결혼한 그녀는 마을을 떠난다는 상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네 주마는 태양열 기술자가 되기 위해 섬에서 멀리 떨어진 킨야시니로 공부를 하러 떠났다. 네 주마는 킨야시니에 있는 캠퍼스에 5개월간 머물며 태양열 전기 시스템을 설치하고 보수하는 방법을 배웠다...

교육 종료 후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 네 주마는 자신에게서 새로운 힘을 느꼈다. 자신이 익힌 기술을 통해 마을에 전기를 공급했다... 이후 몇 달 만에 네 주마는 마을에서 가장 귀중하고 수요가 많은 기술에 대한 접근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통제력은 권력으로 이어졌다. 마을의 다른 여자들처럼 권력 계층 최말단에서 오직 남편에게만 의지하며 살아온 사람이 이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난 셈이다.   - 권력의 원리(줄리 바틸리나, 티치아나 카시아로) 중에서 - 


이를 우리가 속한 조직에 대입해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너무 빠른 선택도 위험할 수 있다.


기술적 혁신이 있는 곳에 권력이 있다면, 그러한 기술이 자리 잡는 시점에 선점하는 전략은 어떨까?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일까? 


1996년 GM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전기차 EV1은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바꿀 메기였지만, 결국 전량 폐차되며 실패한 사례로 남게 된다. 기술 그 자체는 항상 진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기존의 기술을 뒤엎고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 서술할 필립스의 사례 또한 미래를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필립스의 십자나사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1930년대 초반 미국인 발명가 헨리 F. 필립스는 십자 나사와 십자드라이버를 발명했다. 그가 내놓은 발명품은 기존에 사용하던 일자 나사보다 확실히 뛰어났다.

... 새로운 발명품이 확실히 뛰어났지만, 황당하게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일자 나사를 사용했다. 필립스는 굉장히 곤혹스러웠으리라. 더 나은 발명품이 찬밥 신세였으니까. 나중에야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었지만, 당시 필립스는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필립스가 개발한 십자 나사는 2차 세계대전(1945)이 끝난 이후에서야 빠르게 퍼져나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사가 되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하여 사람들이 무조건 즉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되며 때로는 의사결정 도중에 조직은 변경을 꺼리거나 미룬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전략적 결정


급변하는 현대의 기술적 변화 속에서 변화를 선택하는 것은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선택이 너무 빠르거나 느려서 권력에서 점점 멀어지는 사례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변화를 선택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1. 큰 위험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라


이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는 온라인 시장에서 얻은 수입이 월급보다 많아지고 나서야 직장을 그만두었고, 빌 게이츠는 본인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팔고 1년이 지나서야 학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그것도 완전히 그만둔 것이 아니라 학교로부터 허락을 받고 휴학을 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들은 위험을 온전히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완화시킨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 작은 위험을 여러 번 도전하라


사업과 같이 위험성이 큰 시도는 완화해야 하는 반면, 위험성이 적은 시도라면 여러 번 도전해서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필립스의 사례와 같이 아무리 우수한 아이디어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또는 사내 조직을 이동한다거나 하는 시도는 그 기회가 적을뿐더러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겠지만, 현재 위치와 업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서 혁신가의 명성을 얻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에디슨 등 최고의 발명가들은 단지 발명품 하나만으로 그들의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제안하는 능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아이디어 하나만 밀어붙이는 사람은 선동가에 불과하지만, 여러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제안하는 사람이 바로 혁신가다.  - 톰 드마르코 -



필자가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는 권력을 무조건적으로 좇자기보다는 권력의 속성을 이해하고 그 방향을 파악해야 지속적으로 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것이 조직 속에서건, 내 사업이건 상관없이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모니터링해야 자신의 성장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고 너무 변화에 적응해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권력을 향하는 길이 매우 급진적일 필요는 없으며 너무 급진적이어서도 안 된다. 매일 1%만 변화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성장일 수 있다.


작은 기회로부터 종종 위대한 업적이 시작된다.
- 데모스테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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