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소싱이 대세가 된 IT, 과연 정답일까?
과거 필자가 취업준비생이던 시절,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IT부문은 아웃소싱이 대세였다. 당시에는 본업과는 거리가 멀고 너무 전문적인 분야라 이해하기 어려운 IT영역에 대해서 외주용역을 주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IT기술이 고객과 회사를 이어주는 중간다리 역할 정도였다면, 현재는 모바일 앱(APP)을 통해 기술이 직접 고객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고객은 앱을 사용하면서 회사의 첫인상을 남기게 되고, 그 앱의 화면의 디자인은 어떤지, 버튼은 하나하나 잘 동작하는지, 편리하게 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회사의 평가가 달라지게 되었다. 과거에는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 영업사원이었으리라.
이에 인소싱의 물결을 배가시킨 것은 개발자 부족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자 품귀 현상으로 인해 IT개발역량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로 인해 아웃소싱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한계가 발생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한 동안은 이런 인소싱에 대한 수요와 트렌드가 이어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IT기업이 아닌 모든 회사에서도 IT기술의 인소싱화가 답인 것일까?
최근에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고방식을 뒤집어놓은 것은 단연 애플과 TSMC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IT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제조업체에 아웃소싱을 줘서 제품을 생산해 낸다. 애플이 생산 주문하는 CPU칩셋은 플라스틱과 같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 불리는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다. 게다가 최근 생산해내고 있는 모바일용 칩셋인 M1, M2 칩셋의 경우 삼성전자에 비해 수년 이상 앞선 기술로 평가받으며 모바일용 CPU시장에서는 경쟁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아까 얘기했던 최근의 트렌드와도 맞지 않고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소싱도 아닌데, 어째서 애플은 이런 초기술 격차를 이뤄낼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정답은, 기술자들을 대하는 자세와 관리 역량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모든 엔지니어들은 전후 사정을 따져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훈련받는다. 이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최단 경로를 찾는 이들의 기술력을 이용하기는커녕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라거나 이러한 뇌 기능을 꺼버리라고 지시한다. 이는 그들의 잠재력을 0에 가깝게 만드는 위험한 일이다.
재지 채드는 이런 재능이 뛰어난 개발자인데, 그는 애플에 정착해서 4년 넘게 아이폰과 아이패드 운영시스템인 iOS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어떻게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그에게 문제해결을 요청하고 방해하지 않았다.
애플은 그가 합류하자 AI인재는 넘치지만 그와 같은 모바일 개발자는 없는 팀에 그를 넣었다. 그런 뒤 다음과 같은 과제를 주었다.
'시리(Siri)가 음성제어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최고의 방법을 알아내라.'
채드는 아이폰에서 작동하는 모든 시리 제안을 책임진다. 채드는 자유를 사랑한다. 그의 매니저는 채드에게 "이 픽셀을 이리로 옮기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시리가 아이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 알아내세요."
-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제프로슨- 중에서
이는 애플이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훌륭한 프로덕트 매니저는 고객과 개발자를 막는 층을 없애고, 고객의 문제를 개발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매니징 역량은 인소싱 뿐 아니라 아웃소싱에서 특히 빛나는데, 이것이 바로 애플과 TSMC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물론 TSMC라는 기업을 만난 것은 애플에게 커다란 행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을 단지 '을' 또는 '하청업체'가 아닌 기술자 집단으로 대우하고 그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훌륭한 관리자의 역할을 그들만이 수행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아이폰, 맥북 등의 제품이 있는 것이 아닐까?
"배를 만들고 싶으면 하나하나 지시하면서 일감을 나누기보다는 무한한 대양을 동경하게 만들라." - 생텍쥐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