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의선 Oct 03. 2023

비판적 사고의 힘

수용적 사고 vs 비판적 사고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


최근 EBS <다큐프라임 - 교육대기획 시험 4부 서울대 A+의 조건> 다큐를 보고 느낀 점이 있어 글을 쓰게 되었다. (영상은  2016년 2월에 방송된 내용이다.)


이 영상에서 주장하는 대한민국 대학 교육의 문제점은 두 가지다.


무지성으로 수업시간에 얘기한 모든 내용을 필기하고 달달 외운다.(한 마디로 주입식 교육)

철저하게 교수 입장에서의 답을 찾아낸다.(영상의 예로 "상을 수상했다"가 영어로 "he was given"은 맞고 "he was awared"는 틀렸다. 교수님 수업에서 제시한 표현만 정답.)


사실 위의 두 가지 문제점은 한국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수정되지 않는 이유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비판에 가장 자주 반론으로 제기되는 이슈가 바로 "공정성" 이슈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모두 시험이라는 제도만큼 공정한 것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뛰어난 학생들 사이에서도 우열을 가려야 하는 상황 속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증거인 "수업"과 "시험"을 대부분 사용한다. 게다가 암기식 교육, 즉 수용적 사고력 또한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주장도 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충분히 쌓지 않은 상태로 비판적 사고를 키운다는 것은 밑그림도 그리지 않고 색칠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성" 하나를 잡기 위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시험이라는 제도가 절대적으로 공정하다는 생각부터 잘못된 것 같다. 

최소한의 시간에 5지선다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험을 구술로 보게 되면 어떨까? 단순 암기식이 아닌 토론을 잘하는 능력으로 학생을 평가한다면? 분명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막상 아이들에게 이렇게 크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너의 어떠한 생각도 가져서는 안 되고 네 생각이 아무리 좋아도 교수님과 다르면 버려야 되고 교수님의 말씀을 단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적어야 되고 이게 서울대학교의 교육이라고 과연 얘기할 수 있을까.."  <다큐프라임 - 교육대기획 시험 4부 서울대 A+의 조건 中>

이 말을 듣고 슬퍼하기 바란다. 서울대뿐 아닌 모든 학교에서 거의 사실이니까 말이다.


"교육"에서는 그렇다 치고, 그럼 사회에서는 어떨까?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전히(광고를 비롯한 일부 업계를 제외한다면) 주입식 교육이 대세이기는 하다. 적어도 주니어 때만큼은 그렇다.


하지만 시니어 레벨로 점점 올라가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직장 생활이란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늘 정답이 존재하고 그것을 잘 찾는 사람이 칭찬받던 기존 세상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직장 상사들은 늘 자신의 말을 정답으로 믿고 따라주기를 바라지만, 막상 지시받은 사항이 지금껏 없었던 일이라면 정말로 해야 하는 가치를 명백히 드러낸다. 바로 "창의성을 활용해 업무에 적용하라는 것"이다.


항상 정답이 있는 세계에서 살아왔고 정답을 모르면 선생님, 교수님이 정답을 알려주던 학생의 신분에서와 달리 사회에서는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의 정답을 원한다. 따라서 수용적 사고에만 길들여져 있던 주니어들은 갑작스러운 회사의 지시에 당황하곤 한다. 이제까지는 배우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사고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는 케이스는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많아지고 있다.






수용적 사고 vs 비판적 사고


비판적 사고란 무엇일까?


비판적 사고는 교육학 용어로 교육학 용어사전에 기술된 정의는 아래와 같다.

어떤 사태에 처했을 때 감정 또는 편견에 사로잡히거나 권위에 맹종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평가·분류하는 사고과정. 즉, 객관적 증거에 비추어 사태를 비교·검토하고 인과관계를 명백히 하여 여기서 얻어진 판단에 따라 결론을 맺거나 행동하는 과정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批判的思考]


수용적 사고가 도화지라면 비판적 사고는 펜이다.

비판적 사고는 주어진 지식을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그 지식이 참인지 거짓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혹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등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것을 기초로 한다. 비판적 사고는 기존 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세계로 뻗어나갈 힘을 만들어 준다. 



한국에 비해 미국 대학은 필기와 암기가 학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출처: EBS 다큐프라임 - 교육대기획 시험 4부 서울대 A+의 조건


하지만 비판적 사고가 그동안 주변 환경에서 경시되어 온 이유는 점수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점과 이로 인해 서열화된 교육 풍토에서 내재적 동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회사에 입사할 때 면접이라는 것을 본다. 만약 대학 성적이 업무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고 하면 면접이라는 것은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스펙이 이제는 실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에서 이미 입증이 된 부분인데, 왜 아직도 교육에서만큼은 암기와 점수환산에 목을 매는가?






이 글을 거의 다 읽었으니, 당신은 회사, 가정, 학교 등에서 사람들을 교육시킬 확실한 선택안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서울대 교육의 사례처럼 지식을 수용하도록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도 한 가지 선택이다.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에 무게를 두고 비판적 사고를 독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한 마디로 답하기는 어렵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교육방법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해진 매뉴얼이 있고 한 치의 오차도 발생되지 않아야 하는 생산/제조라인에서의 업무라면? 수용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관리자로 승진하기를 희망하거나 창의력을 요하는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비판적 사고를 기르도록 교육해야 한다.


수용적 사고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우리 세상을 지배해 온 교육 모델이었고 이는 일부 산업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기초 기본 지식이 동반되지 않으면 비판적 사고 역시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본인이 부모라면 - 자녀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자녀의 의견을 들어라.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라. 중요 내용을 건조하게 요약해서 이야기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하도록 하라. 매주 가족회의를 열고 이를 문화로 정착시켜라. 가족의 의견을 경청하고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라. 집단에서의 문화란 한 번 만들어놓고 모른 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로 모일 때, 그 집단의 영향력은 커지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IT 아웃소싱 vs 인소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