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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킴 Nov 09. 2019

3년 반 만에 영어시험을 봤더니...

유비무환, 고진감래를 믿어 보기로 했다.

내가 벨기에에 나가기 전,


수도 없이 영어시험을 봤었힘들었던 기억에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짠해지는 오늘이었다. 왜냐하면 오늘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토익 스피킹(토스)이라는 시험을 치르고 시험실에서 이제 막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난 1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하다가 승진 후 영미권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 영어 시험을 치르곤 했었다.


먼저 TEPS라는 서울대 시험은 거의 10번도 넘게 봤었고, 점수는 오르지 않아 매번 좌절의 연속이었다.

 한  때는 영국에서 출제하는 아이엘츠 시험도 5번 넘게 시험을 봤다. 워낙 비싼 시험이라 볼 때마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지만, 스피킹과 라이팅에서 나름 꾸준히 오르고 있어 그나마 희망을 갖고 연속해서 보고 점수도 올랐다.


다만, 두 시험 모두 다 나의 취약한 분야는 단연코 리스닝이었다. 20대나 30대인 젊은 친구들은 리스닝이 제일 쉽다던데... 

나는 성문 종합영어 세대로서 문법과 어휘 등 독해만 잘할 뿐, 교육받아 본 적 없는 리스닝은 항상 제자리였다.

그래서 나도 늘 20대 친구들처럼 이어폰을 꽂고 출퇴근 때마다 듣고 미국 드라마도 보곤 했다. 외국어대학교 야간 어학당도 3개월 정도 다니면서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리스닝이 크게 개선된 시험은 벨기에를 나가기 3개월 전에  본 TOEIC 시험이었다.

그전에 어려운 TOFEL 시험도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TOEIC은 체감적으로 쉽게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내 풀어야 하는 순발력에 한계가 있어 리스닝은 여전히 한 숨을 게 했었다.


언젠가 토요일 당직 근무를 서고 난 후 피곤한데도 토익 리스닝 모의고사를 리스닝만 4회 연속으로 풀었다.

그런데 뭔가 리듬감을 타는 듯싶더니 이게 웬일인가....

거의 다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확 실력이 jump up이 되었다. 거의 만점에  가까워진 것이다.

직도 그때의 짜릿한 쾌감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계기로 인해 나의 영어 성적은 상위권이 되었고, 더 이상 지긋지긋한 어려운 시험들을 안 봐도 되었다.


그리고 난 벨기에 국제기구에 출근을 했고, 6개월 정도는 시험 영어와 해외에서의 현실 영어는 참, 너무도, 많이 다.르.다.는 걸 절감하는 순간들이었다.

내가 그간 외웠던 템플릿도 한계가 있고 기계적인 느낌까지 들게 했다. 결국 난 현장에서 부딪히고 깨지는 영어를 배웠고, 창피하다는 생각을 서서히 지워가면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대화하다가 3년 후 한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오늘.


2년의 유효기간인 과거 영어점수는 무용지물이 되어 토스라는 시험이 가장 빨리 결과가 나온다 하여 시험을 접수해서 갑작스럽게 봤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아 시험 유형만 보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여전히 나는 시험장 내 학생 중 최고령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의 힐끗힐끗 보는 눈빛에도 전혀 창피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시험을 끝내고 녹화된 내 음성을 들으면서 느낀 점을 이 글에서 그저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과거의 그 치열한 시험에서 들었던 내 스피킹 음성은 스스로 자조적인 웃음만 나오고 어딘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시험에서 들어본 녹화된 내 음성은 적어도 수치스럽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목소리에 자신감도 있고 평가자 입장에서 들어줄 만 했다.


적어도 수많은 시험 공부와 국제기구에서의 부딪히며 깨졌던 경험은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유비무환, 고진감래를 다시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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