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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킴 Nov 17. 2019

김치에 관한 추억을 곱씹어본다...

김치가 없으면 허전하지.

 "어제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김장을 담갔다."


 비록 남동생 식구는 못 왔지만, 여동생 식구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했다. 벨기에 가 있는 동안 전혀 못해 보다가 4년 만에 김장을 담그는 거라 오히려 생소하기까지 했다.


 먼저 배추 30포기 정도를 미리 절여놓고 쪽파, 미나리, 홍갓, 무생채를 일정 크기로 잘라서 소쿠리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식탁 위에 투명 비닐을 덮고

그 위에서 김장 양념을 만들었다.

고춧가루, 소금, 설탕, 멸치액젓, 새우젓 등을 거의 쏟다시피 하면서 엄마는 맨 손으로 섞어가간을 맞추었다.


 그러고 나서 배추에 일일이 양념을 펴 바르면

흰 배추가 빨갛게 옷을 입 완성되자마자 

김치통 안에 하나씩 하나씩 쌓여갔다.

혼자 하면 오래 걸릴 작업을 4-5명이 함께 웃으며

수다 떨며 하니 두 시간 만에 김장 담그기가 끝났다.


 중간에 간이 맞는지 한쪽 잎을 잘라 한 입에 배어 물면 사각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깊은 정성의 맛이

 온몸에 전달된다.


 벨기에 있을 때에는 항상 김치를 사 먹었다.

'신라'라는 한국 식료품점이 브뤼셀 중심에 있어

 주말 때면 꼭 들려 장을 보곤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간식도 많을뿐더러

김치, 두부, 콩나물 등을 사기 위해서였다.

물론 A4지 크기의 종갓집 김치를 사는 것도 필수였다.

가끔 한국관 식당에서 총각김치, 갓김치를 팔기도 해서 신선한 행복 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 푸드'라는 경쟁업체가 등장했다.

본점은 이웃나라인 독일 쾰른에 있지만,

 이메일 사전 수요조사로 벨기에 한인 거주자에게서 주문서를 받고

매월 한 번씩 브뤼셀 신라 슈퍼마켓의 여유 공간에

터를 잡고 상생하며 팔았다.

 음식과 반찬류 종류가 워낙 다양했고

김치도 큰 단위로 살 수 있었다.

심지어 갈비탕, 족발, 꽃등심, 설렁탕, 닭갈비,

무지개떡, 쑥떡 등도 살 수 있었다.


특히 독일에서 직접 담가서 가져온 김치라

수입김치보다 더 맛있고 싱싱했다.

 김치라는 음식은 해외 거주하는 한인에게

항상 최고의 관심 대상이 된다.

직접 재료를 공수해서 김장을 담그는 사람도 있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하루는 인도 출신 라젠드라와 아프리카 수단으로

출장을 갔다. 출장 갈 때면 항상 챙기는 것은 컵라면,

참치 캔, 햇반, 김치 캔이었다.

하지만, 공항 검색대 직원이 김치 캔을 꺼내더니

이게 뭐냐고 물어본다.

'코리안 킴치'라고 했더니,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캔 안에 액체 구성 비율을 측정하더니

 2개만 허락하고 탐욕스러운 얼굴로 다 뺏어갔다.


 갑자기 힘이 빠지는 듯 우울했다.

어쨌든 난 출장 기간 도중 컵라면, 햇반에 김치 캔을 따서 라젠드라와 같이 호텔방 테이블에서 게눈 감추듯 먹었다.

품격 있는 클래식과 한류 음악을 반찬 삼아

라면과 김치의 맛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라며, 

수도 없이 감탄의 소리를 자아냈다.


 심지어 내가 남긴 컵라면 국물을 수프 찌꺼기까지 마시고, 김치 캔에 남은 김치 국물마저 마셔 버렸다.


 그 이후로 출장 갈 때면 라젠드라가

먼저 김치 캔과 라면을 챙겼는지를 체크하였다.

 김치는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고, 

다양한 채널로 전 세계에 홍보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사람이 영업하는 해외 한식집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김치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에

혼란과 교란을 주고 있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서글프다.



 김장을 담그다 보니 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 날이었다. 요즘은 당연하듯이 먹고 있는 총각김치, 나박김치, 갓김치가 해외 생활에서는 구하기 힘든 금치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비싸기도 하지만, 엄마가 해 준 이 정성스러운 김장 김치와는 맛의 품격과 여운 자체가 다르다.


난 그 맛의 깊이를 재삼 느끼며,수육을 끌어안고 있는 

김치의 따뜻한 마음까지 목구멍 깊은 곳으로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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