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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킴 Dec 08. 2019

수호랑 탈을 쓰고 멋지게 춤을....

인터내셔널 데이 때 학교에서 보여준 춤

아들 허니는 벨기에 소재 국제 학교를 다녔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잘 적응하여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영어도 나보다 더 잘하게 된 것 같다.

3학년 때에는 학년 대표로 학생들에 의해

선출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학교에서 급식과 간식이 제공되고

 방과 후 프로그램도 선택해서 다닐 수 있어 

자녀 육아에 도움이 되었다.


12월이 되니 갑자기 생각나는 학교 행사 두 가지가

아련하게 뇌리 속에 스치고 지나간다.

바로 10월 중순에 하는  인터내셔널 데이와

 10월 말에 하는 핼러윈 데이 행사이다.


인터내셔널 데이는 학교 체육관에서 알파벳 순서 국가별로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놀이를 하면서

행진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끝나게 되부스를 설치하고

국가별 음식과 술을 시식하는 행사이다.

학생과 학부모 및 이웃들 약 500여 명이 참여하는

지역 이벤트이자 사교의 장이 된다.


첫 해, 우리 가족은 모두 한복을 차려입고

꽹과리와 징을 치며 무대 행진을 하였고

한식은 비빔밥, 김밥, 약과 등을 외국인들에게 제공했다. 외국인들은 비빔밥을 무척 좋아했으며,

매운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30여 개 이상 되는 각 나라의 음식을 먹으러 다니고,

술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마실 수 있어 우리에겐 색다른 경험이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두 번째 해인 2017년 가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콘셉트가 한국 행진에 포함되었다.


문제는 '수호랑과 반다비의 인형 옷과 탈을

누가 쓸 것이냐'는 것이었다.


그 옷과 탈이 무겁고 덥기 때문에 남자가 해야 하는데

 대부분 피하는 눈치라 내가 자원하였다.

나는 수호랑을 하기로 하고 두산에서 나온 주재원분이 반다비를 쓰기로 했다. 

행진 무대를 나가기 전부터 우리 둘은 인기가 넘쳐

여러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국 행진의 무대 음악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고, 

우리 둘은 인형탈을 쓰고 춤을 추는 역할이었다.


음악이 나오자마자 수호랑을 쓴 나는 300여 명 되는 관중 앞으로 뛰어 나가며 박수를 유도했다.

그러고 나서 무아지경의 춤사위를 보여주었고,

예상치 못한 내 춤의 능숙함에

행진하던 한국인 몇 명은

 넋을 놓고 나를 쳐다봤다고 한다.  

인형탈을 쓰고 추는 춤이라 전혀 창피함이 없었

 나의 잠재력이 모두 표출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인형탈을 고정시킨 채 두 바퀴 터닝한 춤 청중으로부터 함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퇴장 후 인형 탈을 벗으니 땀이 흠뻑 젖었고,

 여러 사람이 내게 '엄지 척'의 표시를 해주어 뿌듯했다.

나름 국위선양을 하고 평창 올림픽을 제대로 홍보했다며 주벨기에 문화원장님의 칭찬도 받았다.

 덕분에 단 한 명이라도 평창을 갔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10월 말 핼러윈 데이가 다가오면

집집마다 호박으로 만든 잭 오 렌턴을 전시한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은 제각기 다양한 괴물, 좀비, 해골, 마녀 의상을 입고 해질 무렵 모여든다.

그리고 거미줄 쳐지고 호박 렌턴켜져 있는

 음산한 집을 찾아다니며 사탕과 과자를 얻으러 다닌다.


학부모도 퇴근 후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며

함께 이벤트를 즐기며 수다를 떤다.

안 그래도 벨기에에는 초콜릿과 와플로

달콤한 것을 자주 접하는데,

이 핼러윈 데이 덕분에 한 겨울에 치과를 가야 할

어린이는 더 늘어만 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치과 의사뿐 아니라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10월의 두 이벤트를 기다리고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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