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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Dec 09. 2021

저희 아들들도 영어 유치원 나왔습니다.

믿음을 배우는 영어 유치원

저는 2012년에 영국에 주재원으로 나갔습니다. 주재원으로 나가려 하니 가족들이 가장 걱정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가는 곳에는 한국인들이 별로 없답니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이 없어 가족들이 적응하기 힘들까 봐 불안했습니다. 하루 종일 말할 사람이 없어 와이프가 힘들어한다, 외국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근데, 어쩔 수 있나요? 우리 가족 잘 해낼 거라 믿고 가야죠. 그래도 외국생활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하여, 가족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3개월 정도 먼저 온 제가 중요한 사항들을 처리해 놨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빨리 친구들을 만들 수 있도록 주변의 유치원을 알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집 근처에 몬테소리가 있네요. 한국 나이 4살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큰 아들은 한국에서 친구들을 사귈 시간이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유치원 갈 나이에 영국으로 온 거니까요. 영어도 안 배웠는데 영국 유치원을 좋아할까? 아이들하고 잘 놀 수 있을까? 아들을 믿어봐야죠.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르더군요. 큰 아들은 새로 만난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졌습니다. 가족이 다 모인 기념으로 외식하러 갔습니다. 집 근처의 Thames 강 옆에 있는 Swan이라는 펍에 점심을 먹으러 갔죠. 야외 테이블도 많이 있어서 가족들도 많이 옵니다. 와이프와 저는 처음 보는 메뉴를 보며 뭘 먹을까 고민 중이었지만, 큰 아들은 거침없이 펍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그러다 비슷한 나이의 영국 여자아이와 놀기 시작하였습니다. 큰아들은 영어도 배운 적이 없는데 둘이 뭐라고 대화를 합니다. 들어보니 큰아들은 한국말로, 영국 여자아이는 영어로 이야기합니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참을 둘이서 놀더군요. 지켜보는 우리는 신기했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놀지?‘, ’ 서로 아는 놀이가 틀릴 텐데 어떻게 놀지?‘ 



둘이서 잘 놀다가 여자아이가 집에 간다고 서로 포옹을 하고 헤어집니다. 저희는 눈이 동그래졌죠. 아이들은 말이 안 통해도 잘 놀더군요. 유치원에 가더라도 친구들하고 놀지 못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와이프는 큰 아들이 여자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을 거라고 잘 지켜봐야 한다며 다른 걱정을 합니다. 저는 큰아들이 친구들과 잘 지낼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몇 주 뒤에 몬테소리에 갔습니다. 아이들 적응을 위해서 1주일 동안은 1시간만 있게 한답니다. 큰아들이 혹시나 유치원에 안 들어간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죠. 괜한 걱정입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갑니다. 1시간 뒤에 데리러 가니 짜증을 냅니다. 왜 다른 아이들은 다 노는데 자기만 먼저 집에 가야 하냐고요. 더 놀고 싶답니다. 모두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잘하는 큰아들이었네요. 괜히 우리 속만 태웠습니다.      

1주일이 지나 유치원에서 오전 동안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녁에 집에 와서 유치원 어땠냐고 물어봤습니다. 재밌고 또 가고 싶답니다. 영어로 말 안 해도 선생님이 자기 모습을 보고 다 알아준답니다. 안에서도 놀고, 바깥에서도 놀고, 친구들도 많아서 재밌답니다. 부모 걱정을 큰아들은 쉽게 해결해주었습니다. 큰아들이 잘 다니니 둘째도 걱정이 별로 안 되더군요. 둘째도 믿고 영어유치원에 보내니 잘 다닙니다. 역시, 아이들은 우리가 믿는 것보다 더 잘합니다.      



몬테소리에서 친구와 잘 놀던 큰아들이 학교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영국은 6살부터 학교를 갑니다. 학교는 잘 다닐 것 같은데, 영어가 걱정됩니다. 영어 조기 교육할 찬스입니다. 그것도 오리지널 영어를 말입니다. 알파벳은 가르쳐주고 학교에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는 알파벳을 5 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쓰면서 배웠지만, 큰아들은 자리에 앉아 알파벳을 쓸 리가 없습니다. 고민하다 큰아들과 게임하면서 알파벳을 공부하기로 하였습니다. 알파벳을 부르면 하나씩 찾아오는 게임을 하자고 했습니다. A~Z까지 알파벳 팻말을 만들고 아들에게 보여줍니다.        


“아들, 아들, 우리 재밌는 놀이 하자. 알파벳 가져오기 어때?”


“조아, 조아. 어떠 깨 해?” 


“아빠가 알파벳을 5개를 저기에 두고, 엄마가 부르면 뛰어가서 가져오는 거야? 할 수 있지?”

 “응응.. 나는 할 수 이쪄.” 


“저기 A, B, C, D, E 보이지? 엄마가 부르면 먼저 가져오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준비, E!”


“히히히”     


큰 아들이 열심히 뛰어갑니다. 아빠가 눈치 없이 먼저 가서 잡으면 안 됩니다. 큰아들이 A 앞으로 갑니다. 엄마가 힌트를 줍니다. "다섯 번째"      


“요거? 요거? 내가 차자쪄.” 


“우와! 우리 아들 게임 엄청 잘하네. 그럼 다른 것도 해볼까?”   


“응, 응. 이거 재미 쪄.”       


일요일 오후 내내 큰 아들과 게임을 했습니다. 몇 시간 지나니 알파벳을 다 찾아옵니다. 그리고 유튜브로 알파벳 송을 듣게 해 줬는데, 하루 만에 알파벳을 다 띄더군요. 제 아들이 천재인 줄 알았습니다. 학교에서 상도 자주 받아 옵니다. 거참... 영어 못할까 봐 걱정되었는데, 아빠한테 영어도 가르쳐 줍니다. 또 괜한 걱정을 했네요.


영국에 있을 때 아이들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친구들과 놀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잘 지내다 왔습니다. 큰 아들은 영국에 있을 때 자기가 영국인인 줄 알았답니다. 그러니 영국 친구 만나고 영어 배우는 게 어려움이 없었던 거죠. 우리가 괜히 남의 나라 사람 만나고 다른 나라 말 배운다고 걱정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동안은 아이들에 대한 믿음은 계속 커져갔습니다. ’ 아들들 잘하고 있구나. 부모가 도와주지 않아도 다 잘하는구나.‘ 이런 믿음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데, 요즘 자꾸 흔들립니다. 와이프랑 서로 불안해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영국에서 지냈던 생활을 떠올리며, 와이프에게 말합니다.      


“우리 아들들은 잘할 거야. 너무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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