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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Dec 09. 2021

다이어트는 살만 빼는 것이 아니다.

아들에게 말하고픈 세 가지 이야기 


"확찐자" 


코로나 시대의 유행어입니다만 남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 가족 모두 확찐자가 되었으니까요. 특히 저와 큰 아들은 살이 많이 쪘습니다. 큰 아들은 5년 전만 하여도 날씬했습니다. 요즘 피자, 치킨 들을 자주 먹다 보니 살이 많이 쪘네요. 그러나 제눈에는 통통한 큰 아들이 귀엽습니다. 아침마다 오동통한 볼살을 콕콕 찔러봅니다. 살이 쪘다라기보다는 덩치가 좋아졌다고 생각했었죠. 이제는 스스로의 최면에서 벗어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주말에 온 가족이 운동을 하러 가서, 가족들에게 나 살 뺄 테니 저녁을 안 먹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큰 아들이 할 말이 있는지 아빠, 엄마 주변에서 쭈뼜쭈뼛 댑니다. 


"아빠, 아니야... 말해도 안 될 거야..."

"뭐? 말을 해야 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지. "

"해줄 거야?"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야 안다니까."

"나 5킬로 빼면 레고 사줄 수 있어?"

"얼마야?"

"20만 원" 


고민되더군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20만 원은 큰돈이죠. 무턱대고 사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좋아. 5킬로 빼면 15만 원, 7킬로 빼면 20만 원, 12월 31일까지. 아빠와 함께 빼자." 

"고마워, 아빠!!"


집에 오자마자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데드라인을 정해서 세웠습니다.  

- 아빠는 12월 31일까지 5킬로를 뺀다

- 큰 아들은 12월 31일까지 7킬로를 뺀다. 


12월 31일까지 일자별 칸을 만들고 위에 목표를 적었습니다. 망상 활성계를 자극하기 위하여 목표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었죠. 의욕을 상실하지 않도록 주기적인 보상 계획도 세웠습니다. 2주마다 목표를 달성하면 게임시간 30분을 주기로 했습니다. 아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옵니다.  


이때다 싶어서 집에 있는 간식을 모두 치웠습니다. 라면, 과자, 사탕 등을 안 보이는 곳에 두었습니다. 아무도 안 먹던 호밀빵 도넛과 누룽지만 남겨놨죠. 


"아빠, 너무 하잖아! 먹을게 하나도 없어!!"

"응. 이제는 6시에 저녁 먹고 아무것도 안 먹는 거야. 너무 배고프면 누룽지 먹어." 


그래도 목표가 생기니 아들 얼굴이 환해집니다. 계단 걷기도 하고, 치킨과 피자도 한 달에 한 번만 먹는다고 합니다. 남자아이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게임밖에 없다고 하던데, 게임 외의 목표에서 이런 도전적인 모습 오랜만에 봅니다.   


큰 아들이 살찌는 것이 계속 고민되더군요. 몸이 무거워지면서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학원 숙제도 많아지니 의욕도 줄어듭니다. 침대에 오래 누워있습니다. 이걸 보는 엄마는 속이 터지죠. 이 기회에 큰 아들 살도 빼고 활동적인 예전 모습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큰 아들에게 살을 빼는 과정을 통해서 말 해주 싶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첫째, 욕구를 조절 하자.   

아들은 치킨, 피자를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10월은 큰 아들 생일도 있어서 자주 먹었습니다.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하니 자꾸 사주게 되네요. 지난주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쿠팡 이츠를 매주 시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정도로 먹은 줄 몰랐었기에, 조절하기로 하였습니다. 큰 아들이 살을 빼야 하기에 한 달에 한 번만 먹는다고 합니다. 그것도 점심에 만요. 피자도 미디엄 한판을 다 먹었는데, 이제는 두 조각만 먹겠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욕구를 조절해 봤으면 합니다.  


둘째, 하루 계획을 세우자. 

"너 공부 30분 했어." vs "아냐, 1시간 했어." 

"할 일 다 하고 저녁에 놀아." vs "응응, 이것만 하고" 

집에서 엄마와 아들이 자주 하는  대화입니다. 시간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달라 끊임없이 다툽니다. 서로 데이터를 보고 이야기하자고, 큰 아들에게 한 달 동안 시간표를 쓰게 했습니다. 하루에 2~3시간은 학원, 숙제에 2~3시간이 적혀있습니다. 아들이 참 바쁘더군요. 


시간표를 보니 아들도 엄마도 이해가 됩니다. 하루에 이걸 어찌 다할까라는 생각도 들고 집중하면 금방 할 일들을 왜 이리 오래 하나라는 생각이 모두 듭니다. 하루일에 대한 우선순위가 서로 다르니 엄마와 아들의 옥신각신합니다. 시간이 눈에 보이니 덜 다툽니다.


요즘 큰 아들이 시간표 쓰기를 귀찮아합니다. 식사 시간과 운동 시간을 정해야 하니 시간표를 다시 씁니다. 우선순위도 생각하면서 시간표를 써보라고 하였습니다. 확실히 큰 아들 생활 패턴이 건강해집니다. 


세 번째, 꾸준히 하자. 

아이들에게 하나만 가르쳐 주라고 하면 저는 "성실함"을 선택할 겁니다. 근데 성실함을 어떻게 가르쳐 줄까요? 모르겠습니다. 이젠 2달 동안 매일매일 몸무게를 적어야 합니다. 음식도 조절해야 하고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성실함을 배웠으면 합니다. 혼자 하면 중간에 그만둘 테니 저도 매일매일 함께 합니다. 아직까지는 꾸준히 몸무게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자기 주도 학습'. 학원가를 지나가면 자기 주도 학습을 키워준다는 광고판이 많이 보입니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자기 주도 학습을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인가요? 저는 하루하루 자신이 세운 목표를 꾸준히 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거 참 어렵습니다. 저도 잘 못하겠습니다. '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겨야 하루하루 정한 일을 할 텐데, 요즘 큰 아들은 '망했어'라고 투덜거리면 자꾸 침대에 눕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아들 마음이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해보자'라는 마음을 생기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빠가 함께 다이어트를 하니 아들이 음식도 조절하고, 운동도 하고 기록도 매일 합니다. 말로 가르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죠.


아이들 귀에는 필터가 있습니다. 부모가 하는 말을 걸러주기에, 우리가 한 말은 못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지우개도 있습니다. 자기가 하기로 했던 것이 뭐였는지를 아주 깨끗이 지워줍니다. 당연합니다. 자신이 정한 목표가 아닌데 부모가 하라는 말이 들릴 리 없고,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리가 없죠. 이번 다이어트로 자신이 정한 목표를 스스로 달성해본다면, 레고 20만 원은 아깝지 않습니다. 


큰아들에게 잘하자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둘째가 옆에서 투덜거립니다. 형은 뺄 살이 있어서 레고도 사는데 자기는 뺄 살이 없어서 레고를 못 산답니다. 자기도 이제부터 살을 찌우겠답니다. 내년에 5킬로 또 빼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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