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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Dec 15. 2021

술래잡기는 이제 그만

아이들 나이에 맞춰 놀자

아이들이 어렸을 때 공원에 가면 뭐하고 노셨나요? 아이들이 9살이 될 때까지도 우린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저희 집은 아들만 둘입니다. 바깥에서 계속 움직여주지 않으면 집에서 답답해합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바깥으로 자주 놀러 나갔습니다. 잘 놀아줘야 좋은 아빠니까요. 공원에서 놀기에는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이 제일 좋습니다. 다른 놀이기구도 필요 없고 우리들만 있으면 됩니다. 특히 영국 공원은 나무들도 많아서 여러 놀이를 하기에 좋습니다. 아이들과 술래잡기는 제가 힘이 부쳐서 쓰러지기 전까지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잘 달립니다. 지치지도 않습니다. 저는 숨이 차서 헥헥거리지만 더 놀자고 합니다. 놀다가 너무 힘이 들면 숨바꼭질을 하자고 합니다. 저는 쉴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열까지 셀 테니 아이들 보고 숨으라고 합니다. 공원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릴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아이들은 자기들 숨은 곳을 알아서 가르쳐 주니까요. ‘찾는다’라고 말하기 전까지 아이들이 나무 뒤에서 고개를 쏙 빼놓고 저를 보고 있습니다. 술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봐야 하니까요. 엉뚱한 곳으로 가면 아빠를 부릅니다. 그러다 근처로 가서 못 찾고 있으면 자기 있는 곳을 웃음소리로 바로 가르쳐줍니다. 이렇게 아들들과 놀았습니다.    


  

2016년에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술래잡기는 계속되었습니다. 큰아들이 8살, 둘째가 5살 때입니다. 섬 놀이라고도 하는 술래잡기 비슷한 놀이도 온 가족이 나눠서 했습니다. 술래는 대부분 제가 했죠. 아파트  놀이터를 가니 아들들이 또 술래잡기를 하잡니다. 미끄럼틀 위에도 올라가고 그네 뒤로도 아이들을 잡으려 다녔습니다. 놀이터 울타리 사이로 큰 아들이 쏙 지나갑니다. 울타리 사이로 큰아들이 날렵하게 달려 나갑니다. 아이들이 지나갈 만한 폭인데, 눈으로 보니 저도 충분히 지나가겠더군요. 큰 아들이 달려가던 모습대로 저도 그대로 뛰었습니다. 큰 아들이 나가면서 몸을 튼 곳도 봐 뒀으니 저도 똑같이 하려고 했죠. 큰아들 잡으려고 열심히 뛰어서 머리로는 분명히 몸을 돌려서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대신 눈앞에 별이 보입니다. 큰아들이 통과한 곳을 저는 못 나가고 울타리에 부딪힌 것이죠. 이미 머리로는 지나갈 수 있었지만, 몸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신이 드니 가족들이 제 옆에 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일어나면서 한마디 합니다. “이놈의 몸뚱이”. 그때부터일까요? 아이들이 슬슬 술래잡기를 하자하는 말을 잘 안 합니다. 아이들도 재미없겠죠. 조금만 놀고 나면 아빠는 헥헥거리면서 못 놀겠다고 말하니까요. 둘째는 아빠가 이제 너무 느려져서 술래잡기가 재미없답니다.      



둘째 하고는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도 놀았습니다. 둘째가 뽀로로 매트 위에서 레고나 종이배를 가지고 놀면 저도 옆에서 함께 놀아줬습니다. 아래 집이 시끄러울까 봐 뽀로로 매트를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깔아놓았습니다. 그런 뽀로로 매트가 둘째에게는 자기만의 놀이터였습니다. 뽀로로 매트의 바다에서 레고 배가 나아갑니다. 저는 옆에서 함께 수영도 해주면서 상어도 되면서 레고 배를 위협하고는 했습니다. 둘째가 초등학생이 되니 레고 배 사이즈가 달라집니다. 캐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블랙펄을 샀습니다. 이제는 뽀로로 매트가 아닌 진짜 바다처럼 놀아야 하니 파란색 방수천도 샀습니다. 훨씬 넓어진 바다에서 잭 스패로우가 블랙펄 위에 있습니다. 저는 예전 생각이 나서 바다라고 하는 방수천 위에 뛰어들었습니다. 열심히 헤엄 쳤습니다, 입으로 어푸어푸 소리도 내고 팔도 크게 휘둘렀죠. 둘째는 바다에 큰 악당이 나타났으니 좋아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둘째가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말합니다. “아빠? 바보야? 이게 왜 바다야!” “네가 바다라며!” “말이 바다지 진짜 바다가 아니잖아.!” 아이들이 커졌습니다. 놀이와 현실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큰아들은 집에서 주로 게임을 합니다. 둘째는 공룡을 가지고 놉니다. 아들과 같이 놀려고 저도 브롤 스타즈라는 게임을 핸드폰에 깔았습니다. 몇 번 해봤는데, 캐릭터들이 안 보입니다. 손도 못 쫓아가겠고요. 큰 티브이로 게임만 하던 저는 작은 태블릿으로는 게임을 못 하겠더군요. 둘째하고 놀려고 해도 제가 아는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뿐입니다. 그리고 공룡 소리로는 '크앙 크앙'이라고만 할 줄 알고요. 둘째는 온갖 공룡 이름을 다 외우면서 많은 상황을 만들면서 놉니다. 그런 둘째의 상황극에 맞춰서 놀아줄 수가 없습니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둘째는 여러 공룡들을 말하면서 놀아야 하는데 저한테 일일이 다 설명해 줄 수는 없으니 혼자서 잘 놉니다.  



이제 아이들에게 바깥에서 놀자고 하면 등산이나 자전거를 탑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잘 놀러 다녔으니 바깥에 놀러 가자고 하면 싫다는 말은 안 합니다. 대신에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햄버거, 피자, 라면을 점심으로 먹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놀아준다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죠.       



제가 30대이고, 아이들이 10살도 안될 때에는 바깥에서는 술래잡기, 집에서는 블록 놀이만 해도 재밌었습니다. 이제 저는 40대 중후반을 지났고, 아이들은 벌써 10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술래잡기만 하면서 놀 나이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친구들하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시기가 지나갑니다어렸을 때와 똑같이 아빠가 잡으러 간다.’하면서 놀 수는 없습니다아이들도 자기들 나이에 맞는 놀이를 원하니까요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놀 수 없습니다아이들은 점점 커져 가고저희는 점점 작아져 갑니다이제는 서로의 나이에 맞게 놀아야 하네요몸으로만이 아닌 아이들 감성도 생각해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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