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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Dec 20. 2021

태블릿을 부숴버리다.

아들아, 게임은 이제 그만!!

     

아들의 게임 때문에 걱정 안 하는 부모는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요? 게임 때문에 우리도 큰아들과 많이 다퉜습니다. 주변에 게임 하는 친구들을 볼때마다 큰아들은 게임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 게임이나 동영상을 계속 보고 싶어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니, 큰아들은 부모보다도 친구들하고 노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친구들과 모이면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가진 친구들이 하는 게임도 보았습니다. 당연히 집에 오면 게임을 시켜 달라고 하였죠. 저 역시 게임을 좋아했기에 아이들이 하루에 조금 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했죠. 친구들도 다 한다는데 게임시간을 적당히 조절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점점 큰아들 손에 태블릿이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와이프의 걱정도 함께 늘어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갈수록 학업량은 많아지는데, 공부보다 게임을 더 하고 싶어 합니다. 게임 중독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게임 때문에 싸우는 시간이 점점 많아집니다.

      

게임 시간을 줄이려는 와이프,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어 하는 큰아들, 힘들게 공부한 큰아들에게 쉬는 시간으로 게임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세 명이 있기에 하루의 게임 시간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와이프는 안된다고 해도 제가 하라고 하면 큰아들은 아빠가 허락 했다면서 바로 태블릿을 찾습니다. 하루에 게임 30분 하면 큰일 나냐고 묻는 저와 전두엽이 자라지 않아서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해진다는 와이프. 의견들을 서로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임을 할수록 새로운 게임들이 계속 보이니 큰아들은 게임을 더 하고 싶어 했습니다. 


큰아들이 게임을 멈출 줄 모르기에 제가 심하게 화를 냈었습니다. 한번 더 게임 때문에 엄마와 싸우면 태블릿 부순다고요. 그 정도면 큰아들이 게임 시간을 조절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2019년 5월의 주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은 늘 똑같습니다. 큰아들이 일어나자 저희 방에 들어옵니다. 저희 침대에서 뒹굴대면서 물어봅니다. “게임하면 안 돼”. 당연히 우리는 “안돼”라고 말하죠. 큰아들이 기다립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둘째와 놀기 시작하면서 다시 물어봅니다. “게임하면 안 돼?” “오늘 할 일 먼저 하고 게임해”라고 엄마가 이야기합니다. 숙제를 후다닥 마치고 나서 태블릿을 달라고 합니다. “딱 1시간이야” 서로 약속한 게임시간을 알려준 후 와이프가 태블릿을 건네줍니다. 큰아들은 침대에 누워서 게임을 하는데 그걸 지켜보는 한 시간이 정말 깁니다. 중간에 그만하라고 말하고도 싶고, 공부를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1분이라도 더 못 하게 하려는 우리는 시계를 보면서 옆에서 기다렸습니다. 


10분 전부터 게임 시간 다 되어간다고 큰아들에게 미리 알려줬습니다. 1시간이 되니 와이프가 큰아들에게 갑니다. “시간 다 됐다. 이제 게임 그만해”. 아무리 끝날 시간을 미리 말해줬어도, 큰아들은 바로 안 끝냅니다. 하던 게임을 마무리해야 한답니다. “다 했어. 5분만”. 이럴 때 아무리 말해도 안 멈출 거라는 걸 아는 와이프는 옆에서 기다립니다. “5분 지났다. 어서 내놔” “조금만 더” “안돼. 엄마가 5분 더 줬잖아. 이제 끝내” “아. 조금만 더 하면 된다는데 왜, 이것만 끝내면 된다니까!” 이런 싸움을 3개월 동안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날 아침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큰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망치 가지러 간다” 큰아들이 놀랍니다. 설마 했겠죠. 신발장 위에 있던 망치를 가지고 와서 큰아들이 하고 있던 태블릿을 가져왔습니다. 큰아들은 옆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큰아들이 보는 앞에서 망치로 태블릿을 부수었습니다.


“약속했잖아. 아빠가 몇 번을 이야기했어. 왜 우리가 게임 때문에 이렇게 싸워야만 해. 아빠는 매우 실망했어!”


망치로 태블릿을 힘차게 내려쳤습니다. 와이프도 말릴 틈이 없었습니다. 태블릿을 다 부수고 말했습니다. “게임 그만해!” 큰아들은 커다란 충격에 방에 쓰러져서 계속 울었습니다. 둘째는 잘 놀아주는 아빠의 이런 모습에 놀라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고요. 와이프도 놀랐지만 부부가 같은 의견을 보여줘야 하기에 아이들 앞에서 다른 말은 안 합니다. 제가 방에 와 있으니 옆에 와서 작게 한마디 합니다. “왜 비싼 거 부셨어? 옆에 싼 거 있는데”


조금 지난 후 큰아들 방에 가보니 아까 본모습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충격이었을 겁니다. 아빠가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겠죠. 하루 종일 축 쳐져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1개월 정도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합니다. 저는 큰아들이 아빠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충격요법이 잘 먹혔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집에 태블릿이 없어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게임은 빠지지 않습니다. 큰아들은 태블릿 대신 우리 핸드폰으로 게임을 합니다. 액정이 깨진 오래된 태블릿으로도 게임을 다시 하기 시작합니다. 태블릿을 부순 것은 한 번의 이벤트일 뿐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늘 게임 이야기를 하는데 큰아들이 게임을 안 할 수가 있나요?     

 

와이프가 앞으로는 그런 과격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합니다. 큰아들은 그때가 공포스러웠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제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충격이었을 뿐입니다. 게임을 스스로 조절하라는 메시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태블릿을 부순 것이 최선이었을까요? 그전에 큰아들이 게임을 조절하는 방법을 왜 더 못 찾았을까요? 그때 이후로 2년이 지났지만, 큰아들과 게임에 대해서 지금도 여전히 투닥거립니다. 다양한 방법을 쓰면서 게임 시간을 조절합니다. 그때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처럼 서로 감정을 할퀴면서 싸우지는 않을 뿐이죠. 큰아들과의 게임 시간 조절은 평생 해야 할 일입니다. 아들을 더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 큰아들에게는 커다란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지금도 많이 후회됩니다그 일이 있은 후 제가 다시 화를 내면 큰아들이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아빠, 또 태블릿 부술 거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된 극단적인 행동은 서로에게 아픔으로만 기억될 뿐입니다.       


2021년 12월 13일에 아들에게 그때 어떤 기분인지 물어봤습니다. 한창 게임이 안되는데 태블릿을 뺐어가서 도둑질을 당한 기분이었답니다. 그래도 자기가 게임 중독에 빠질 수도 있을 때 아빠가 막아줘서 고맙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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