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부하는 아빠 Dec 26. 2022

1. 아픈데 왜 안 아파 보일까?

학원 다녀온 큰아들이 툴툴 거린다. 

핸드폰 제한을 왜 걸었냐며 

자기를 못 믿냐며 한껏 짜증을 낸다. 

요 며칠 핸드폰도 정해진 시간 잘 지키더니,

오늘 다시 큰 목소리로 투덜거린다. 

아내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며 약속을 지키자고 한다. 


한번 툴툴거리기 시작한 큰아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시간제한을 풀어주니 방안에 콕 박혀 핸드폰만 본다.

암만 봐도 말짱해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날 저녁 세줄 쓰기를 하면서도 왜 내가 이런 걸 하냐고 또 툴툴거린다. 피곤한가 싶어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들이 쓴 글을 보니 


"기침이 계속 나오는데 왜 나를 몰아붙이지"라고 적혀 있다. 


아팠었다. 

잔기침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줄까 봐 기침을 참으면서 학원에 있었다. 


꾹꾹 참고 집에 왔더니 핸드폰은 막혀있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곳 없어 더 툴툴거렸었다. 


아이가 열나고 피나야만 아픈 게 아닌데... 

마음이 아플 수도 있었던 건데. 


보이지 않으니 몰랐다. 

아마 보였어도 라테로 말을 시작하며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을지 모른다. 


퇴근 후 와보니 큰아들은 약 먹고 자고 있다. 

아들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줬다. 


30분쯤 지났을까 큰아들이 퀭한 눈으로 일어나 온다. 

어제 몰라줘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큰아들 입 끝이 하늘로 살짝 올라갔다.




작가의 이전글 저는 거품 가득한 맥주가 좋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