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픈데 왜 안 아파 보일까?

by 공부하는 아빠

학원 다녀온 큰아들이 툴툴 거린다.

핸드폰 제한을 왜 걸었냐며

자기를 못 믿냐며 한껏 짜증을 낸다.

요 며칠 핸드폰도 정해진 시간 잘 지키더니,

오늘 다시 큰 목소리로 투덜거린다.

아내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며 약속을 지키자고 한다.


한번 툴툴거리기 시작한 큰아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시간제한을 풀어주니 방안에 콕 박혀 핸드폰만 본다.

암만 봐도 말짱해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날 저녁 세줄 쓰기를 하면서도 왜 내가 이런 걸 하냐고 또 툴툴거린다. 피곤한가 싶어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들이 쓴 글을 보니


"기침이 계속 나오는데 왜 나를 몰아붙이지"라고 적혀 있다.


아팠었다.

잔기침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줄까 봐 기침을 참으면서 학원에 있었다.


꾹꾹 참고 집에 왔더니 핸드폰은 막혀있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곳 없어 더 툴툴거렸었다.


아이가 열나고 피나야만 아픈 게 아닌데...

마음이 아플 수도 있었던 건데.


보이지 않으니 몰랐다.

아마 보였어도 라테로 말을 시작하며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을지 모른다.


퇴근 후 와보니 큰아들은 약 먹고 자고 있다.

아들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줬다.


30분쯤 지났을까 큰아들이 퀭한 눈으로 일어나 온다.

어제 몰라줘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큰아들 입 끝이 하늘로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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