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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Dec 30. 2022

5. 가족과 함께 영화를...

몇 개월 전 토요일 밤에 온 가족이 블랙아담을 보러 극장에 갔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긴 하였지만, 아직 사람 많은 곳에 가기 불편하다. 

아이들 학원 시간도 조정해야 하기에 멀리 여행 가기도 어렵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고, 아이들에게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종종 극장에 간다. 

내 옛 추억을 아들들과 함께 공유하고도 싶어 탑건 메버릭, 아바타 리마스터링도 봤다.

영화가 끝나도 아들들과 할 말들이 생긴다.

나 어렸을 때는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었기에 아버지, 어머니는 우리만 데리고 여행 가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에 아버지는 주말에 온 가족과 함께  교보문고를 자주 갔다. 

그리고 그 옆의 장터 국숫집에서 함께 국수를 먹고 왔다.

장터국수의 음식은 퍽퍽한 면발, 밋밋한 국물, 

양은그릇에 담겨주는 성의 없는 국수로 기억된다. 

아버지가 무엇을 드셨는지는 잘 기억도 안 난다. 

어머니는 늘 메밀 국수를 시키셨다. 

국수를 먹으며 온 가족이 "하하 호호" 웃었던 기억도 없다.

유쾌한 기억들만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종각역 교보문고를 지나갈 때마다 

온 가족이 함께 갔던 장터국수터를 얼핏 찾아본다. 

이제는 지방 몇 군데만 남아버렸기에 다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그다지 맛있지도 않았던 국수, 

집에 있고 싶어도 아빠의 성화에 갔었던 교보문고. 

화사한 빛으로 포장된 추억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냥 그때의 장터국수가 그립다.

온 가족이 함께 외출했었던 추억 때문일 거다.  

이런 기억들 덕분인지, 

아이들과 뭐라도 함께 하고 싶다. 

좋은 곳에 안 가고, 맛있는 거 안 먹어도 된다. 

가족과 함께 있던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주면 

내가 그랬듯,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영화 보고 돌아오는 밤 12시, 

차소리도 없는 아파트 단지에 가로등만 띄엄띄엄 밝혀져 있다. 

아들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DC가 어떠니, 

마블은 저러니 말하면서 걸어간다.

빠른 발걸음으로 아들들에게 달려가 

어깨를 툭 치고 도망갔다. 

아이들이 쫓아오지는 않는다. 

입으로는 "치"라고 말하며

아들들과 나란히 아파트 단지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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