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이다.
수학 연산 문제집을 매일 풀어야 하는 시기였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가 한 숨을 푹 쉬면서
둘째가 적은 답을 보라며 문제집을 건네어준다.
"~~ 을 풀어보시오."라는 질문에는
"풀어보았슴."을,
"~을 구해보시오."라는 질문에는
"구해보았슴"이라고 적혀 있다.
둘째의 창의력과 귀찮음이 함께 보이는 답에
나는 빵 터져서 크게 웃고만 있었다.
혼내기도, 칭찬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나한테 SOS를 친 아내는 내 웃음에
오히려 답답해하기만 했다.
연산 문제가 얼마나 지겹고,
매일 있는 숙제가 얼마나 답답하면
그렇게 적었을까 싶어 둘째에게 잘했다고 했다.
그 이후 수학 학원으로 둘째와 큰 실랑이가 몇 번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황소학원을 잘 다니고 있다.
엄마에게 문제가 어렵다고 투덜대기도 하고
어깨를 축 늘이고 학원에서 돌아오는 날이 있어도,
숙제도 꼬박꼬박 하고,
쉬는 날에 학원에 가서 숙제 확인도 받고 온다.
어제는 숙제 마치려면 세 시간 필요하다면서
의자에 머리를 박고 한참을 투덜거린다.
긴급 투입된 보조 선생인 엄마와 네이버의 도움으로
문제를 쉽게 푼 둘째는
"어? 이게 되네?"
라고 말하며 숙제를 마치고는
엄마와 햄버거 쌓기 보드게임을 하면서 히히 거린다.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계속 있을 거고,
답이 없는 문제로 끙끙 댈 날도 있을 텐데
답은 우리가 모를지라도 "풀어보았슴"이라는
말이 늘 아들 입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아빠, 엄마의 문제를 풀어준 둘째가 고맙다.
집에서 그만 좀 툴툴 댔으면 하지만,
그 문제 풀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