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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Jan 03. 2023

7. 나를 닮아 고맙고, 미안하다.

요즘 큰아들은 레고를 틈틈이 만든다.

탑건을 본 후 전투기에 꽂혔다.

해외 배송으로 F18 호넷을 사서 

주말 동안 열심히 만든다.


요즘 둘째는 책을 종종 본다. 

마인크래프트가 좋다고 

소설책과 공략집을 사서 보고 또 본다.

크리스마스가 오니 공룡이 좋아진다고

침대에 뒹굴대며 공룡책을 본다. 


내 어릴 적 모습들이다. 

나도 레고와 프라모델에 빠져 살았었다.

동내 문방구에서 천 원, 이천 원하던 

건담을 사서 만들기도, 

레고가 귀한 시절에 할아버지가 사준 

레고를 박스 하나에 모아두고 이것저것 

만들면서 좋아했다.


중학교 때는 책이 좋아서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제인에어의 폭풍의 언덕을, 

대학교 때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들을 읽고는 했다.  


나 어렸을 때 모습이 아들들에게 보인다. 

기쁘다. 


나 어렸을 때 해야만 했던 모습이 안 보일 때는

슬프다. 


아빠가 운동을 싫어해서, 

아들들도 좋아하는 운동이 없다. 

큰아들 친구들은 야구나 농구를 보고 

선수들도 외우지만, 

큰아들은 그다지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둘째 친구들은 딱 봐도 운동을 

좋아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괜히 친구가 된 건 아닌 것 같다.  

집에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서로 모여서 집안에서 논다. 


아들들 커가는 걸 보니 

나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 나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기쁘면서 미안하다.


나처럼 살지 마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말한다고 들을까.


그냥 내가 밖에 나가서 뛰어야지,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싶다.


이불 밖은 위험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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