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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Jan 17. 2023

17. 아들과 보드게임


아발론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내 구슬을 움직여 상대방의 구슬 6개를 

먼저 떨어뜨리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어렵다. 


그래도 큰아들과 하면 늘 이기곤 했다.

작년까지는. 


어저께 큰아들과 다시 했다.

작년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뭉치고 상대방을 쪼개면

이긴다고 말했었다. 


이 말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내 구슬 들은 뭉치면서 

아들들 구슬들을 나눠놓으려고 공격했다.

이상하다.


뭉쳐 있어야 했던 내 구슬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하나씩 바깥으로 툭툭 떨어진다. 

어느 사이 내 구슬 5개가 없어졌다. 


구슬 한 개만 더 떨어지면 내가 진다.

아들의 검은 구슬들이 뱀처럼 꿈틀거린다.


게임 내내 말이 없던 아들.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빠"를 부른다. 


등골이 시려온다.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마지막 구슬을 지키기 위해 

도망갈 곳을 찾아보지만 빈칸이 없다.


"나 안 해!"라며 양손을 들었다.

큰아들은 당연하듯이 뒤로 돌아 누우며

보던 만화책을 마저 펼친다. 


큰아들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참 크다. 언제 저렇게 자랐을까.

내가 안 보이는 공간들을 찾아 

구슬을 놓는 걸 보니 아들 머리도 커진 듯하다. 


여전히 카트라이더 게임하며 

핸드폰 시간 모자라다고 짜증 내고,

학원이 이상하다고 툴툴대기도 한다.


다 자란 듯, 덜 자란 듯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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