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집에 오니
고소한 냄새가 남아있었다.
싱크대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발골된 닭다리들이 보인다.
1인 1 닭을 해보고 싶다는
큰아들에게 아내가 시켜줬었다.
배불리 먹고 충분히 게임한 아들.
편하게 누워서 자고 있다.
학원 숙제는 옆에 펼쳐놓고서.
힘든 학교 다녀와서 쉬고 싶다는 아들,
학원 숙제는 해야 되지 않겠냐는 아내.
어느 쪽 편도 들지 못한 채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이럴 때마다 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머니.
그 시대가 그랬듯 어머니도 고생 많이 하셨다.
시부모님 모시고 살았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없는 살림에 형과 나 대학원까지 보내주시고.
나 원하는 거 있으면 해 보라며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던 어머니.
형이나 내가 어머니한테
100점짜리 아들은 아니었을 텐데,
살면서 생기는 답 없는 문제들을
어머니는 어떻게 해결하셨을까?
지금도 집에 가면 "우리 아들 덕분에"라거나
"너희들 잘 되는 게 제일 좋은 거"라고
말하시는 어머니
전기구이 통닭 먹고서 만화책 보며
킥킥 대던 중학생의 나를 보며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었을까?
당장 물어봐도 대답은 뻔하다.
"바빠서 신경도 못 썼는데
너희들이 잘 자랐다고.."
거짓말.
형과 나 아빠 엄마 속 많이 썩였는데..
치킨 먹어도 반조각만 먹고
손자들 앞으로 쓱 밀어 넣는 어머니.
애들은 안 먹는 한방 삼계탕 한 그릇
사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