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마시지 말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주 3회 술을 마신다.
그것도 **‘최소’**다.
불금이라 마시고,
일요일 오전에 마라톤 훈련을 다녀오면 오후에 또 마신다.
주중에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닿는 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마신다.
주 3회라고 하면 가볍게 들린다.
하지만 계산해 보면 다르다.
일주일의 절반.
7분의 3.
거의 50%다.
한 번 마시면 보통 3시간.
세 번이면 9시간.
한 번에 맥주 1.5리터 한 통.
안주는 오징어나 집에 굴러다니는 과자.
대충 한 번에 2만 원.
한 달이면
36시간,
30만 원.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 다음이다.
술을 마시면 숙면을 못 한다.
밤 11시나 12시에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새벽 2~3시면 꼭 깬다.
그리고 그대로 날을 샌다.
다음 날 컨디션은 엉망이고
루틴은 박살 난다.
술 마신 다음 날,
식욕은 또 어떤가.
탄수화물이 미친 듯이 당긴다.
몸은 띵띵 붓고,
겨우 유지하던 몸무게는
다시 최고점을 찍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딸아이는
내가 술 마시는 걸
정말 싫어한다.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어제도 나는 술을 마셨다.
일주일을 버텨낸 휴일이라서,
스트레스를 이길 길이 없어서,
고기 먹는 날엔 맥주가 소화제라서,
넷플릭스에 기다리던 영화가 올라와서.
술을 마셔야 할 이유는
수백 가지, 수천 가지를 댈 수 있다.
그래서 어제도 마셨고,
오늘은 두통에 미간을 찌푸린 채,
기분 나쁜 소화불량과
띵띵 부은 얼굴을 감내하고 있다.
50 인생에
금주를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최근은
2026년 1월.
지금은 1월 27일이다.
백 번, 만 번 다짐했다.
‘올해는 술 끊어야지.’
모든 질병의 근원,
내 불안의 핵심 원인인 이 술을
불안과 마음의 병을 달래겠다고
다시 술로 해결하려 들다니.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모순인가.
뿌연 머리로
유튜브를 켜고 검색한다.
#술끊는법 #금주하는법
의사들의 뼈 때리는 강의가 쏟아진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말 하나.
“선언하라.”
그래서 이렇게
솔직하게, 후련하게
선언해 본다.
나는 알코올중독자입니다.
네이버 밴드에 가입했다.
#우리는알콜중독자입니다
뒤통수가 얼얼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가입 절차가 묻는다.
당신은 알코올중독자임을 인정하십니까?
여기는 목숨 걸고 단주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적는다.
예.
밴드 상단에 오늘의 미션이 떠 있다.
오늘만 마시지 말자.
그래.
오늘만 마시지 말자.
오늘,
1일 차.
인증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