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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성원 Jun 04. 2017

도시의 재구성

도시재생을 이해하기 위한 개론서

모두가 도시재생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도시재생이란 것이 매우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우선 도시개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도시개발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1970~90년대 도시의 가장 큰 과제는 딱 한 가지. 바로 양을 늘리는 것이었다. 산업의 변화가 지리적 집중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농업은 기계화로 인해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했고, 2차 산업의 발달로 도시에 있는 공장의 인력은 부족했다.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동이 빠르게 진행됐고, 도시에는 언제나 공간이 부족했다. 살 집이 없었고, 상가 자리가 부족했고, 공장도 늘려야 했다. 그런 때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용적률 뿐이었다. 디자인 등과 같은 가치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오로지 육면체의 공간 만을 늘려야 하는 때, 건축은 당연히 최대한 공간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이 무수히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건물은 짓고 나면 곧바로 사람으로 채워졌다. 공간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 그 경제논법은 통하지 않는다. 이제 특정 공간을 제외하면, 공간은 남아돈다. 그리고 대중의 미감은 상당 수준으로 높이 올라왔다. 인건비나 폐기물 처리비용, 건축재료비 등이 크게 올랐다. 요즘 도시재생의 대명사처럼 흔하게 등장하는 건축기법인 ‘재생건축’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저 "옛 것은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아니다. 과거와 달리 급등한 비용을 극복하기 위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면서, 옛 것 속에서 매력을 찾아낼 수 있게 된 대중의 등장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제 사람들은 그저 네모난 공간을 소비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 한다. 재생건축 기법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간을 소비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반면 개발시대에 공장식으로 찍어낸 네모난 공간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수요도 변했다. 과거에는 어쨌거나 공간만 공급하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수요를 구겨넣었다. 반면, 이제는 다르다. 지금 사람들은 자신들의 수요에 꼭 맞는 공간을 찾는다. 그 첫 번째가 바로 1인 가구, 그리고 그 1인 가구의 중심을 이루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 속에서 수요의 동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건물과 공간이 인기를 끈다. 공동체주택의 등장은 이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공간 형태 중 하나다.


지리적 집중 양상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서울 어디든 좋았지만, 이미 포화가 된 지금은 서울 중에서도 특정 지역에만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강남과 판교를 아우르는 서울의 동남권, 홍대와 합정을 포함하는 홍대권역, 전통적 상업지역인 광화문 정도가 서울에서 여전히 쏠림이 나타나는 지역이다. 물론 가장 큰 무게추는 동남권에 쏠려 있다. 이 집중양상을 알아야만, 자본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자본의 속성을 알아야만 도시재생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사실 도시재생은 도시개발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자본이 쏠리지 않는 곳에는 자연스러운 도시재생을 이끌기 어렵다. 집중되는 곳이 아닌 곳에는 공공의 자본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이란 원래의 용도가 다 한 동네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 그 용도에 맞게 건물과 동네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다.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를 민감하게 살펴봐야 하고, 움직이는 도시를 이해해야 하며, 미래를 만드는 수많은 동인들에 대해 촉수를 뻗고 있어야만 한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도시의 재구성>에는 바로 이런 내용들을 담았다. 도시재생의 시대에 미약하나마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109299


추천사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못된 건축> 저자

도시는 낯설거나 기껏해야 부정적인 개념이었다. 금세기에 접어들며 도시는 로망의 공간으로 주로 외국의 도시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여행기와 역사서에 이어 인문학적 분석이 따라왔고 이제는 ‘여기 지금(Here and now)’을 다루는 우리의 즉각적인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도시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도시가 자연발생적면서 동시에 인공적인 특이한 유기체에 가깝다는 속성 때문이다 마치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처럼 각자의 촉각이 이끄는대로 이해하고 소비되는데다가 거대하며 움직이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다시 살아나기도 하는 문자 그대로 유기체이다. 도시를 탐구하며 저자는 단독주택에 주목한다. 집은 도시의 시작이며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이지만 집 또는 주택이 곧 아파트를 가리키는 ‘여기 지금’의 상황에서 단독주택은 특수한 지위에 있으며 미래의 희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경제적 현상, 역사적 자원을 극대화하는 도시 재생이 과거와 현재의 도시 모습이라면 공유경제의 트랜드에서 집을 나누어 쓰는 코리빙 그리고 기술의 진보가 주거 문화를 변화하리라는 근미래에 대한 예견이 펼쳐진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4차산업혁명이 도시와 주거에 드리울 어두운 그림자와 테크놀로지에 의한 해결책을 동시에 보여주는 책이라 할 만하다. 매 번의 산업혁명 마다 테크놀로지가 인간을 대체하며 점차적으로 역사에서 밀어냈었고 이 네번째 혁명은 지난 어느 때보다도 큰 폭과 깊이로 다가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막연한 희망과 묵시론적 좌절사이에서 새로운 공유사회로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도시, 건축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반전의 실마리를 잡아내고 있다고 본다. 풍부한 자료와 손에 잡힐 듯한 인터뷰가 저널리스트로 훈련된 저자의 단단한 취재와 모범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그 와중에도 내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드러나는 것은 소년 같은 저자의 순수함이 행간에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의문형으로 된 소제목들이 한 쪽만 더 읽기를 끝없이 유혹한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저자

윈스턴 처칠이 건축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말한 경구는 도시와 거주민의 관계에 더 적확하다. 우리가 도시를 만들지만, 이후엔 도시가 우리를 만든다.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일상에 건축은 지배적 영향을 끼치지만, 너무 익숙한 환경에 대해 우리는 그 존재와 영향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집과 도시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마저 잊고 있다. 저자는 서울시와 미래를 담당한 기자 출신답게 꼼꼼한 취재와 풍부한 정보를 기반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환경으로서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석과 제안을 내놓는다. 이 책을 읽고나면, 당신이 사는 공간과 도시의 구조와 미래가 갑자기 다채로워지고 선명해지는 걸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우리의 삶터인 도시는 어디로 향하고 있나? 늘 진지함과 열정으로 삶을 대하는 음성원 기자가 직접 발로 뛰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했다. 1인 가구, 젠트리피케이션,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임차인 사회, 공유사무실, 공유주택 등 그가 발굴한 도시재생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우리 도시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저자 소개

음성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한겨레신문과 문화일보 기자를 하며 경제와 도시, 건축 분야에 대해 깊게 취재했다. 시멘트와 같은 무생물로 이뤄진 공간과 유기체인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적 현상’과 ‘공간 심리학’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로 일하며 공유도시의 미래에 대해 파고들고 있다. 저서로는 《시티오브뉴욕》이 있고, 서울연구원이 펴낸 《서울의 미래 : 도전받는 공간》, 서울시의 《Re-Seoul 도시재생, 함께 디지로그》에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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