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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성원 May 07. 2018

서울에서 30대가 몰리는 그곳

조선일보 땅집고

※아래 기사는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가 지은 ‘도시의 재구성’ 책자를 토대로 조선일보가 일부 내용을 발췌한 후 재가공한 것입니다. #도시의재구성 기사원문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이 지역에 30대 젊은 인구가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젊은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강남에서만 정반대 현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시건축전문작가인 음성원씨는 “교통과 기술 발달로 젊은층은 주거비가 비싼 강남에서 빠져나갈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오히려 강남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젊은 층의 도심 집중으로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인테리어와 공유형 주택 시장이 강남 중심으로 발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층들이 몰려드는 강남역 일대 번화가. /조선DB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내국인)는 2005~2015년 10년 동안 4704만여명에서 4970만여명으로 5.7% 늘었다. 반면 30대 인구는 820만여명에서 739만여명으로 9.9% 감소했다. 고령화와 저출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서울 인구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인구는 976만여명에서 956만여명으로 2% 줄었는데 30대 인구 감소 폭은 훨씬 크다. 서울의 30대 인구는 178만여명에서 159만여명으로 10.8% 줄었다.


구(區) 단위로 보면 어떨까. 서울 전체 25개구 중 21개구에서 30대 인구가 감소했다. 30대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서대문구. 감소 폭이 28.8%에 달한다. 이어 노원구(-26.6%), 도봉구(-24.4%), 성동구(-23.9%)에서 큰 폭으로 30대 인구가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서울의 구별 30대 인구변화 추이. /통계청

여기서 재밌는 통계 2가지가 발견된다. 하나는 서울에서 30대 인구가 늘어난 구는 4곳 뿐인데 이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곳이 바로 강남구(8.8%)라는 것. 여기에 서초구(8.6%)와 송파구(7.1%)도 증가율 2~3위에 올랐다. 강남3구의 30대 인구 증가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4위는 강서구(3.9%)였다. 강서구는 마곡지구 개발에 따른 30대 진입 효과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젊은층에게 가장 인기있는 홍대 상권을 포함한 마포구에서 30대 인구가 10년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물론 동(洞) 단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은 좀 달라진다. 마포구에서도 홍대 상권과 상수동 상권을 낀 서교동의 30대 인구는 급증했다. 지난 10년간 서교동의 30대 인구 증가율은 45.7%나 된다.


홍대 주변 경의선 숲길에서 밤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 /조선DB

전문가들은 도심으로 젊은 인구가 몰려드는 건 의외의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음씨도 “교통과 기술 발달로 ‘지리적 위치’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스마트폰 등장 이후 ‘물리적 위치’가 갖는 한계를 극복했다 선언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젠 산골마을에 살면서도 직장에서 해야 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도심에 몰려 있던 인구도 외곽으로 흩어지고, 분산되는 것이 정상이다. 젊은이들도 구태여 주거비가 비싼 강남의 직장 인근에 집을 구해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런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오히려 젊은이들은 강남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음씨는 “젊은이들의 도심 집중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고 했다. 영국 센터포시티가 2015년 7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11년 영국과 웨일스의 주요 도시 도심 인구는 2배로 늘었고, 그 중 22~29세는 3배가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들을 ‘밀레니얼’이라고 불렀다.



강남에 몰려든 젊은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빌라촌. /네이버 거리뷰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집값과 임대료가 비싼 강남으로 왜 몰려들고 있을까. 음씨는 “도시 중심에서 일도 하고,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며, 쉬기도 하는 직주근접(職住近接) 시대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이들이 주거지를 정할 때 단지 주거 편의성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도심의 편의성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에 도심으로 몰려든다는 의미다.


도심으로 몰려드는 젊은이들 때문에 새로운 주거문화도 생겨난다. 음씨는 “젊은층이 주거비가 비싼 강남으로 몰리면서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했다. 집 한 채에 여러 명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 같은 ‘공유형 주택’도 그런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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