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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성원 Nov 11. 2016

로봇으로 곡면을 쌓다

전통적인 건축재료와 최신 기술이 만나 예술을 빚었다

로봇팔을 이용해 벽돌의 위치를 조금씩 다르게 쌓아올려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튀어나온 외관을 만들어낸 예술작품 갤러리가 중국 상하이에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곡선은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곡선으로 이뤄진 공간과 직선으로 이뤄진 공간에대해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fMRI 검사를 통해 연구한 결과가 있습니다. <건축물에서 윤곽이 미학적 판단과 접근-회피 결정에 미치는 영향 Impactof contour on aesthetic judgments and approach-avoidance decisions inarchitecture>이라는 논문이 있는데요. 그 논문을 보면, 사람들은 곡선으로 이뤄진 공간을 접했을 때 더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 곡면을 볼 때보상과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인 전대상피질을 활성화시켰습니다. 접근-회피 결정에서는 윤곽의 모양이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만, 이 연구 이후로 우리는 "곡선이 더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네모란 벽돌을 쌓아 그런 곡선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중국의 건축설계사무소인 아키-유니온 아키텍츠(Archi-Union Architects)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설계도를 그린 뒤, 로봇팔 기계가 설계에 따라 정교하게 벽돌을 올리도록 해 건물 외관(파사드) 디자인을 완성한 작품 ‘치쉬(池社)’를 최근 공개했습니다. 로봇의 정교한 움직임이 아니라면, 인간이 벽돌을 쌓아 부드러운 곡면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벽돌을 정교하게 쌓아 아름다운 곡면을 만들었습니다. 로봇팔을 이용해 가장 인간적인 부드러운 곡선을 구현해냈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사진 아키-유니온 아키텍츠

 이 건물은 원래 산업용으로 썼던 것이라고 합니다. 오래된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설계사무소가 선택한 방법은 외부 벽체를 보강하는 일이었습니다. 내부공간을 최대한 넓게 유지해 전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지요.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회색 벽돌의 출처입니다. 기존 건물에서 빼낸 회색 벽돌을 정교하게 쌓아 곡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옛 건물의 정취가 그대로 담겨 있어 새 것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성을 끌어냅니다.

 오래된 벽돌이 모여 부드러운 곡면을 이룬 이 입구를 보면, 누구든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서 아주 적절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제 건물 내부를 한 번 보죠.

건물의 지붕은 경량 목조 캐노피로 바꿨습니다. 또 지붕 한 쪽을 위쪽으로 경사를 올려 갤러리 안에서 외부의 하늘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날씨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좋은 기법이지요.

건물 오른쪽 지붕을 보면 뻥 뚫린 창문을 볼 수 있지요.


건축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허물어져 가던 오래된 벽돌은 곡면의 벽체로 재조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벽돌, 기계와 건축, 디자인과 문화 사이의 연결을 말하려 합니다. The dilapidation of these old bricks, coordinated with the stretched display of the curving walls, are narrating a connection between people and bricks, machines and construction, design and culture."

 뭔소리지요? 뭐 아무튼 최신의 기술인 로봇팔과 컴퓨터 프로그램이 가장 전통적인 건축재료인 벽돌과 만나 이런 아름다움을 창조해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서사가 담긴 갤러리가 한국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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