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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성원 Nov 03. 2016

종묘의 경관권

우리가 종묘를 바라볼 권리란 무엇인가

종묘는 정말 아름다운 유산이다.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의 중심 건물인 정전은 그저 그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우리는 왜 이 건물을 볼 때 경건함을 느끼는가. 그것은 설명하기 쉽지 않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는 1994년 이곳을 들렀다고 한다. 내가 존경하는 건축가 김원씨가 "이곳은 꼭 봐야 한다고 소개했다"고 했다.

 "종묘 정전을 보더니,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어쩔 줄을 모르더라고. 비례도 황금비율도 아니고... 서양 사람들은 뭐든 설명을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 그런데 설명이 안 되는걸.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한 마디 했지. '종묘는 사람을 감동시키려고 만든 건물이 아니다. 하늘을 감동시키려고 만든 건물이다'라고."


 나는 그 경건함의 원천은 바로 건물과 바로 뒤 풍경과의 조화 때문인 것 같다. 서양의 경건한 공간인 교회의 모습을 보라. 교회의 뾰족한 첨탑을 올려다 보면, 점점 가늘어지며 어느 순간 하늘과 연결되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한국의 사당인 종묘는 그와 완전히 다른 기법을 썼다. 납작하게, 한없이 납작한 건물을 만들어 마치 하늘이 건물을 품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서양의 것보다 더 포근하고, 수평의 직선이 주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종묘가 서양의 건축물과 다른 점은 또 하나 있다. 서양의 것은 외곽에서 건물을 바라볼 때의 느낌을 중시한다. 그러니 경관권 논의도 같은 관점에서 이뤄진다. 반면, 한국의 건축물은 다르다. 우리의 전통 건축물인 한옥은 기본적으로 '차경'을 했다. 주변의 풍경을 그대로 마당 안에 담는 식이다. 종묘 역시 그렇다. 그러니 한국 건축물에서 경관권을 논하려면 건물(아니, 여러 건물이 함께 있는 군집이니 건물군이라 하는 게 더 낫겠다) 안에서 바깥을 볼 때의 느낌을 두고 얘기해야 한다. 종묘의 경관권 논의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종묘의 경관권 논의가 촉발된 것은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 때의 일이다. 오 시장은 세운상가를 헐어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거기까지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그 공원을 만드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서 시작됐다. 바로 세운상가 주변의 건물을 높게 올릴 수 있는 권한을 파는 것이다. 그 권한을 판 돈으로 세운상가를 매입해 부수고 공원으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그 사업은 공원 사업이 아니라 개발사업이었다.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양 옆의 지역에 높은 빌딩을 짓겠다는, 초대형 개발사업이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종묘의 경관권 문제를 건드렸다. 종묘 정전에서 바라볼 때 번쩍번쩍한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오면, 종묘의 가치는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한겨레>에서 그 기사를 수도 없이 썼다. 그러나 종묘는, 경관권에 대한 대중의 무지 속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다.

*기사가 너무 많으니, 핵심만 읽고 싶다면 아래 중 '종묘 앞에서 2000억을 버린 유령들의 개발' 기사를 읽으면 된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45091.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4753.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36000.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36165.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4970.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46511.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46940.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9229.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3411.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46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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