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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성원 Jun 30. 2018

"아파트가 고향인 젊은세대, 70~80년대 건물에 열광

조선일보 인터뷰

‘부동산의 중심’ 조선일보 땅집고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와 건물 올리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할 제3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의 문을 다음달 2일 엽니다. “좋은 건물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3기 과정을 이끌 건축 멘토들을 미리 만나 그들이 가진 집짓기 철학과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집짓기 멘토] 음성원 도시건축전문 작가 “리모델링이요? SNS와 젊은이에 답이 있죠”

음성원 도시건축전문 작가. /오유신 기자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리모델링이 성공합니다.”

2011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모건스탠리는 ‘임차인 사회’라는 보고서를 냈다. 건물주 위주의 시대에서 임차인이 주도하는 시대가 온다는 내용이었다. 과거에는 공급보다 임대 수요가 많아 경쟁력 없는 공간이 들어서도 수익을 내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공간을 어떻게 꾸미느냐, 타깃을 누구로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이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 작가는 “건물주는 여전히 옛날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수요 창출이 가능한 디자인에 집중하고,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음 작가는 서울대 도시계획학 석사와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도시의 재구성’, ‘시티오브 뉴욕’ 등 도시건축 관련 다양한 책을 쓰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카페.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음성원 작가 제공


과거엔 집이 소비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고가의 집값에 비해 기회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산 유동화를 이뤄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주먹구구식으로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리스크는 줄이면서 건물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요는 동네마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큰 트렌드를 따라가면 절반은 성공한다”면서 “결국 대세는 젊은이다. 이른바 모바일 세대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 SNS(소셜미디어)에서 전파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한 건물. 오래된 건물에 현대적 재료를 섞어주면 지저분하지 않고 세련돼 보인다. /음성원 작가 제공


-젊은 트렌드 세대의 특징은.
“이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성장했다. 아파트를 고향으로 여긴다. 아파트 구조는 사각형으로 단순하다. 미적요소가 없는 공간에서 성장한 이들은 1970~80년대 옛날 건물을 보면 외국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현대식 소재가 덧붙여지면 대비 효과로 옛날 건물이 세련돼 보인다.

이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과는 확실히 다른 요소다. 차를 갖고 다니지 않고, 여행하듯 걸어다니는 걸 좋아한다. 건축적 요소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이다. 동네 주민처럼 느끼고, 거기서 커피 마시고 식사도 한다. 리모델링에서 중요한 요소다.”

-젊은이들이 트렌드를 선도하게 된 이유는.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은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과 여행을 자유롭게 즐긴다. 그래서 수준이 높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디자인으로는 어필하기 힘들다. ‘세월의 감성’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리모델링이 더 강점을 갖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연희동의 연희동사진관에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1980년대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음성원 작가 제공


-건축주가 참고할 만한 핫플레이스를 꼽는다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과 중구 을지로2가에 가보면 무슨 이런 디자인이 있나 싶을 정도의 기묘한 카페들이 많다. 한결같이 1970~80년대 모습을 띠고 있는데 오히려 상당히 세련돼 보인다. 건축주라면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고 느껴볼 필요가 있다.

마포구 서교동도 주목할만하다. 30대 거주자들의 증가 폭이 매우 높은 곳이다. 예전에는 외곽에서 살고 도심으로 출근했지만 요즘엔 도심에서 살기를 원하는 수요가 많이 늘었다.”

서울 을지로의 인쇄소를 카페로 바꾼 '4F' 내부. /인스타그램


-성공적인 건축주가 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스마트폰이 매우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입소문을 퍼뜨리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과거 홍대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최근 연남동은 불과 2년 걸렸다. 경의선 숲길이 들어서자마자 바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주기가 매우 짧아진 것이다. SNS로 사진을 공유하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연간 수십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는 미술관이나 뮤지엄에는 사진찍기 좋은 곳이 많다.”

모바일 세대는 SNS를 통해 소통하고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음성원 작가 제공


-건축사무소들이 이런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나.
“많은 건축사무소가 부동산 시장이나 트렌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건물을 리모델링하려면 결국 입지와 수요 분석, 타깃에 맞는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 임차인이 공간을 스스로 꾸밀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줘야 한다.”

-수강생들에게 조언한다면.
“인테리어 등 내부 디자인보다 유연한 공간에 대한 고민을 더해야 한다. 유연한 공간이 주는 임팩트를 만들어야 한다. 차라리 리모델링을 100% 하지 말고, 나머지 공간을 임차인에게 맡기는 것도 좋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공간이 배치된 미국의 한 주차 빌딩. /음성원 작가 제공


-향후 계획은.
“올해 말을 목표로 건물의 다목적 용도에 대한 가치를 책을 통해 알리고 싶다. 미국의 한 주차장 사례처럼 단순히 주차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도 가능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유연한 공간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한다. 기존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땅집고 오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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