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게리에 도전한 건축
지난해 9월20일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의 그랜드 애비뉴, 프랭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길 건너편에 새 현대예술작품 전시관이 들어섰다. 이름은 브로드(The Broad).
게리가 2003년에 지은 상징적인 건축물 주변에서 그 어떤 건물이 경쟁을 하려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브로드는 바로 옆에서 그 시도를 했다. 예술작품을 담는 그릇인 건축물이지만, 그 자체로 예술이 되어 프랭크 게리에 도전장을 냈다.
맨해튼 하이라인으로 잘 알려진 뉴욕의 건축회사 Diller Scofidio+Renfro가 지은 이 건물은 유리섬유로 강화한 콘크리트를 찍어내 벌집 형태의 반복적 형태의 외관을 만들어 파사드를 세웠다. 규칙적인 반복을 이어가면서도 중앙 부에 변주를 줘 지루하지 않게끔 처리했다. 이 벌집형태의 파사드는 작은 구멍을 통해 내부로 빛을 끌어들이면서도 여러 개의 구멍을 통해 분산시키는 효과를 만든다.
전시관을 들어가는 입구는 동굴과도 같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동굴 입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마치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을 떠나는 듯한 가슴 뛰는 감정을 전해주지 않을까. 융 심리학적 관점에서 동굴이란 영웅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새로운 세계로 통용된다.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동굴은 미지의 세계이면서도 뭔가를 습득하기 위한 통과의례와도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 동굴의 이미지를 차용해 예술작품 전시관을 디자인했다는 점이 매우 경이롭다.
이곳을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전시관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예컨대 계단을 걷다 보면, 미술작품 수장고가 얼핏 보여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을 지루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하는 한편, 전시관이 가지고 있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지 홍보하며 경이로움과 기대감을 잃지 않도록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