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건물의 지하공간을 살리는 방법
서래마을의 한 레스토랑. 평범한 건물, 외진 위치의 이 건물은 입구를 새빨갛게 칠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 노력한다. 적벽돌 건물에 덧붙인 빨간색은 튀면서도 그리 어색하지 않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든다. 가로를 걷는 이들이 눈치채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 폭이 2미터라 가정하면 1초만에 지나칠 수 있는 입구를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아래 사진)
이 식당의 위치는 사실 매우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서래마을 중심에서 벗어난 입지, 외부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내부 인테리어, 반 지하 수준이 아닌 굉장히 깊이 들어가는 지하 1층에 더해 입구가 넓어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규모도 아니다.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입구에 쓴 컬러를 그대로 지하로 끌고 들어가며 첫 인상을 안쪽으로까지 데려간다. 아울러 조명과 계단에 놓인 와인병 등의 소품으로 내부에서 맛있는 음식이 기다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연출했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 낸 셈이다. 물론 맛집이니 만큼 훌륭한 음식 맛과 더불어 소셜미디어에서의 마케팅이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사례는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다. 명동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인도 식당을 보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외부와 내부를 단절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전이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발씩 계단을 내려갈 때 마다 인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치는 점점 늘어나고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건물도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애쓰는 한 사례다. 계단의 조명, 특히 샹들리에 조명이 “이리로 올라와봐!”라고 외치는 듯 하다.
명동의 이니스프리 매장은 이곳을 찾은 고객들이 입구를 통과할 때 자연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비춰 무의식에 영향을 준다. 입구를 들어가는 사람들은 이곳의 제품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지는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