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리포트
서울 마포구 연남동 랜드마크 자리에 있는 미용실은 꽤나 버텼으나, 결국 꽃집으로 바뀌어 버렸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핫플레이스에 있는 미용실을 ‘굳이’ 찾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 궁금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미용실이 처음 문을 열었던 곳을 닫고 더 넓은 곳으로 이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확장이전라는 것은 다시 말해 사업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손님이 많이 찾아 직원이 늘고, 결국 기존 사업장의 면적이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는 뜻이다. 성공요인은 무엇이었을까? 핫플레이스를 찾는 도시관광객의 존재?
도시관광객이 찾는 미용실
내 머리를 깎아주신 디자이너 선생님은 “동네 외부에서 온 손님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 역시나! 방문루트는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라고 했다. 연희동을 놀러 갈 계획을 세우면서, 그곳에 온 김에 머리도 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동네 외부 손님이 몇 퍼센트나 될까? “방문객의 약 30퍼센트 정도”라고 했다. 이는 얼핏 적어보일지 모르지만 엄청난 숫자라 생각한다. 만약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가 매장의 성공을 이끄는 ‘플러스 알파’ 요인이라면 얼마나 위대한 숫자인가. 이들은 "하루 트립의 시작으로 좋은 시작점"으로, 또는 "(머리 한 뒤) 사진 찍으려고" “핫플레이스에 있는 미용실이 더 트렌디한 스타일을 잘 반영할 거라는 기대감” 등의 이유로 핫플레이스의 미용실을 찾는다.
이곳이 연희동의 대표 미용실로 자리잡을 수 있던 배경은 (1)프랜차이즈가 아니어서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로컬 특유의 유니크함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 (2)연희동 고유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건물에 임차하면서 로컬의 유니크함을 극대화하며 사업을 이어왔다는 점이다.
케빈 린치의 <이미지 오브 더 시티>는 도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로 사각의 일반적인 모습과 다른 형태의 건축물들을 꼽는다. 연희동은 1970-80년대 대형 단독주택들을 포함해 쿠움파트너스가 손 댄 증축 리모델링 건축물이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동네다. 여기에 로컬 브랜드가 얹어지면서 대중들에게 독특한 매장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미용실 확장을 위해 옮긴 장소는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원래 있던 곳에서 몇 걸음만 걸어도 되는 가까운 곳이고, 단독주택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연희동 특유의 매력을 담고 있는 건물로 옮겼다는 점이 그렇다. 미용실 쪽 역시 건물의 힘을 버리고 새 장소로 옮기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결정이었다고 한다.
주거, 오피스, 관광이 혼합된 동네의 힘
반대로 70퍼센트가 동네에서 소화된다는 점도 놀랍다. 연희동을 이른바 ‘핫플레이스’라 부르는 데에는 살짝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외부에서 ‘굳이’ 찾아오는 ‘도시 관광지’ 중 하나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같은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갖는 동시에 일반적인 동네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은 미용실의 지속가능성에 굉장히 긍정적이다.
더욱이 연희동은 단순히 주거지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작은 오피스가 주택 곳곳에 붙어있다. 디자이너 선생님은 “여긴 오피스가 많아서 주중에는 오피스에서 일 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결국 동네의 임차인을 살리는 힘은 바로 다양한 토지이용, 적절한 믹싱이다. 주거, 오피스, 음식점과 술집 등이 절묘하게 결합된 작은 동네 연희동은 작은 임차인들을 먹여 살리는 분산형 경제 시스템의 토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