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구성이 완성된 분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먼저 하라고 추천한다. 하지만, 글쓰기란 원래 어려운 일이다. 업무 메일을 쓰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데, 상대방에게 나의 경험을 쉽게 전달하는 글을 쓰는 일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그래서 나는 무작정 글을 쓰기보단, 마인드맵으로 시작했다. 떠오르는 것들을 마구 적은 후에 하나씩 연관된 것들끼리 묶어보면 글의 재료가 나왔다. 이 과정은 1탄에서 자세하게 적어두었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에 대한 정리가 완료되었다면,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재료가 준비된 것과 같다.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배경
: 과제, 사이드프로젝트, 업무의 배경
2. 액션
: 진행을 위해 내가 행동한 것
3. 결과
: 나의 행동으로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 혹은 참여한 프로젝트의 결과는 어땠는지
4. 배운 점
: 이전에 몰랐다가 알게 된 것, 혹은 업그레이드된 것
5. 느낀 점
: 이 과정을 되돌아본 소감
나는 모든 기록을 노션으로 하는 사람이라, 노션에다가 양식을 만들어 놓고 하나씩 정리했다. 노션을 애용하는 이유는 하나다. 한눈에 내용들을 파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과거의 내가 정리한 내용들을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어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무료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사용해 보시길)
내용을 정리할 때 배운 점과 느낀 점은 구분하기가 애매한 적이 많았다. 느낀 점이 배운 점이 되기도 하고, 배운 점이 뭔가를 깨달은 점이라 느낀 점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해당 경험을 하기 전과 후를 기준으로 '변화'나 '나아진 것'이라면 배운 점으로 구분하고, 어떠한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생각'하게 된 부분은 느낀 점으로 구분했다.
경험들을 정리한 후에는 '느낀 점'으로부터 나의 모습들을 객관화하여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나의 역량과 가치관에 대해 스스로 알 수 있었다.
대학생활, 공모전 활동, 회사생활 모두 사람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집단마다 각각 특징이 존재한다. 이를 조직 문화라고 말한다. 집단생활을 할 때 스스로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면, 지원한 회사와 자신의 역량이 연결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 면접에서도 나의 협업 방식에 대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스스로 집단 생활할 때 나의 성향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경험을 근거로 협업 역량이 있는 사람임을 어필할 수 있었다.
1. 회사 특징
: 조직 구성, 인원, 업무 성향
+ 구성원의 배경을 안다면 추가하기(동일한 스타트업이라도 대학생 때부터 함께 창업한 멤버와 대기업에서 마음 맞는 팀원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는 분위기가 다르니까.)
2. 나의 회사 생활
: 회사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3. 중요한 것
: 에피소드를 통해 집단생활에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
4. 기여한 것
: 회사 생활하면서 업무가 진행되도록 했던 행동
5. 힘들었던 것
: 회사 생활 중 힘들었던 에피소드
6. 입사 전/후
: 입사 전의 내 모습과 입사 후 시간이 흐른 내 모습 중 바뀐 부분
회사 생활이 아니어도 특정 집단을 대입해서 작성해 보아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연합동아리 활동이나 팀플 경험도 괜찮다. 나는 집단으로 활동한 경험은 모두 대입해서 정리했다.
소통할 때는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협업할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등 조직 생활에서 힘들었던 점과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으로부터 나의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직에서 내가 기여한 에피소드를 통해 '쉽게 설명을 잘함', '시각자료를 만들 때 구조화를 잘함' 등 스스로도 몰랐던 역량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으로 정리가 끝나고 나에 대한 키워드를 뽑아 보았다. 실제로 내가 발견한 나에 대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았다.
1. 변화가 많은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한 것이 많았네
→ 새로운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도메인 지식을 채워야 했는데 핵심만 잘 스터디해서 적용했어
→ 단기간에 필요한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이 좋구나
#학습능력이 좋음
2. 연합동아리에서도 회장, 팀플에서도 조장, 기획자로서 프로젝트 리딩.
→ 여러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는 경험들이 많았네
→ 개인적으로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많았어
→ 설득할 때 항상 복잡한 정보를 시각자료로 만들거나 그림을 그려서 설명했었지
→ 아, 난 구조화를 잘하는구나
#개념을 구조화 잘함
3.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참여하는 구성원이 달랐었지. 회사도 모두 분위기가 다른 곳에 다녔네
→ 생각보다 환경이 바뀌는 부분이 많았구나.
→ 변화에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편이구나.
→ 동아리 활동도 그렇고 모르는 사람들과 팀플 할 때도 그렇고 함께 진행할 때 친화적이었네
#멜트인 능력이 있음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는 내 생각보다 강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포트폴리오를 위해 진행했던 작업이지만, 나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난다. 키워드를 뽑을 때 팁을 주자면, 남의 이력서를 평가하듯이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야 두루뭉실한 키워드가 아니라, 뾰족한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나에 대해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할 때 포트폴리오 제작이 쉬워졌다.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선택할 때도 나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스스로가 어떤 환경에 어울리는지 잘 아는 상태이니까. 더 나아가, 회사에서 원하는 나의 역량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줄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런 과정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든 후에 10개 지원 중 7개 모두 합격했다. 1곳은 아직도 미열람이라, 9개 열람 중 7곳에서 서류를 통과했다.
7곳 모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공통적으로 포트폴리오가 너무 인상 깊어서 만나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리더님은 면접 때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의도'를 직접 물어보시기도 했었다. 한 번은 개인 면담 때 커피를 함께 마시며 물어본 적이 있다. 왜 나였는지.
돌아온 답변은 면접 때와 같았다.
'타미님의 포트폴리오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다들 자신이 프로젝트 업무한 자료들을 가득 보여주거나, 프로젝트 성과를 막 쓰잖아요. 근데 그건 그 사람만의 성과가 아니라 회사의 성과니까...'
결국 채용자는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한다. 채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다녔던 회사의 성과가 아니라, 지원자라는 '사람'이니까. 자신이 살면서 스스로 이룬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결국 자신만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것과 같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한 것은 많지만 남들에게 이렇다 싶은 성과가 없는 나도,
나의 경험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 덕분에 함께 일하고 싶은 지원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보며 포트폴리오를 막막해하는 당신도 어딘가 주눅 들어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우리만의 성장 스토리가 있으니까 :)
나의 포트폴리오 제작 경험이 당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아, 혹시 제 글을 보고 노션 템플릿 공유 받고 싶으시다면, 댓글이나 이메일 주세요. 공유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