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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하게 Jun 25. 2020

3. 기자회견에서 GD에게 귓속말 한 썰

전시회 & 콘서트 통역

GD: "네??"

나: "오늘 기분이 어떠신가요?"

GD: "..???"


그때였다. 내 옆에 있는 GD에게 귓속말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순간은. 


나: (소곤소곤) "오늘 기분이 어떠신가요?"

GD: 아! 오늘 많은 팬분들 만나뵈어서 기분이 너무 좋고요, 설렘니다!



2013년, GD 월드 투어 콘서트 One of A Kind @홍콩에서, 통역 스탭으로 참여할 당시 있었던 일입니다! 콘서트 행사는 다 끝나고, 베르사체 브랜드 행사장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는데요, 제가 정말 운 좋게 현장 광동어-한국어 통역을 하게 되었어요. 기자들이 광동어로 질문을 하면, 제가 한국어로 GD에게 알려주고, 또 GD가 대답하면 광동어로 기자들에게 말해주는 역할이었습니다.


백화점 베르사체 매장 앞에서 진행 했던거라, 오전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처음에는 무난하게 진행했는데요, 점점 소식을 듣고 팬 분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소리 지르는 사람, 환호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져서, 현장이 난리도 아니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GD에게 소리를 지를 수 없어서 ^_^ 귓속말을 택했습니다. 핫. 제가 만약 GD 팬이었다면 아주 심장이 터졌겠지만, 다행히 아무 감정 없이 프로페셔널하게 통역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제 대학시절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전시회 통역 아르바이트예요. 우선 무엇보다도 페이가 매력적이었는데요, 당시 일당 시세가 150달러 (= 약 18만 원)이니깐, 4일 하면 약 70만 원이라는 돈이 생기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본업과 부업 사이에서의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시험기간에는 못 가겠지만, 평소에는 목금토 이렇게 전시가 있으면, 목금 수업을 좀 빼먹고 돈을 벌지, 수업에 착실히 나가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당시 저는 수업보다는 돈을 택한 경우가 많았던 거 같고, 이거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역시 돈을 택하되, 그 돈을 착실히 저금했을 거 같아요. 투자도 일찍 시작했다면 좋았겠죠? 과외에, 통역에, 다른 자잘한 일까지 한 덕분에, 풍족한 대학 생활을 보냈지만, 돈은 정작 한 푼도 모으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남는 명품을 산 것도 아니고, 그냥 소소하게 흥청망청 다 쓴 거 같네요.


부끄럽지만 저는 29살인 지금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경제관념이 생겼어요. 그전에 결혼한다고 몇 달 바짝 돈을 모은 적은 있지만,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가 전시회 통역 아르바이트를 20회 이상 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첫 전시회는 어린이용 전동차를 만드는 회사였어요! 대표님, 영업 이사님, 테크니션 이렇게 남자분 3분이 오셨는데, 서먹함도 잠시, 첫날부터 친해져서 재밌는 3박 4일을 보냈어요! 


9시~6시 전시회가 끝나면, 출장 오신 분들은 당연히 홍콩 야경도 보러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가고 싶고 하잖아요! 저는 어린 마음에, 당연히 그것도 일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3일 동안 정말 알차게 이곳저곳 투어가이드처럼 데리고 다녔어요. 저도 그게 즐겁기도 했고요!


3일째 저녁에는 정말 4차... 새벽 4시까지... 노래방에 따라가서, 대표님이 태연 좋아한다고 하셔서, <들리나요> 부른 기억도 선명해요...ㅎㅎ 이사님이 마이크 들고 거들어 주셨는데, 대표님이 여자 노래라고 저만 하라고 하신 것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향수 미니어처까지 제가 하나씩 어울리는 향으로 골라서, 편지와 함께 드렸는데, 대표님은 원래 쓰시던 향수랑 같은 제품이라고 하셔서! 정말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아련....)


근데 이렇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괜찮고, 저에게도 즐거운 기억이었지만, 매일 보는 대표님이 자꾸 같이 밥 먹자, 술 먹자 하시는 건... 음... ㅠㅠ 남자 친구라도 귀찮아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ㅠㅠ 내년에는 30살 기념으로, 조금 더 단호해지는 법을 배워야겠어요!!


그리고 그때는 다행히 좋은 분들만 만나서 그렇지, 여자 혼자 술자리에 가는 것의 위험성을 사실 그로부터 한참 뒤인 2년 전에서야 깨달았습니다 ㅠㅠ 정신 바짝 차릴 자신 있는게 아니면, 사실 여자 혼자 모르는 남자들과 술자리는 피하는 게 좋죠!! 


하지만 역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딱 잘라서 거절하신 싫어요! 처음 만나는 다양한 분들과 술도 먹고, 교류하면서, 그나마 조금 일찍 사회생활을 경험 할 수 있었고, 또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도 배운 거 같거든요! 덕분에 지금은 정말 오빠 아저씨 언니 할머니 가리지 않고, 누구와 만나도 안 어색하게 잘 지낼 수 있어요! (물론 깊게 사귀는건 또 다르지만요!) 사업을 한다면 꼭 필요한 스킬이라고 생각해요!


홍콩에서는 전시회뿐만 아니라, MAMA 시상식을 비롯해, 다양한 콘서트도 열려요! 광동어-한국어 이렇게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페이도 좋아서 전업으로 콘서트 통역만 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리고 정말 워낙 사람이 없다 보니, 어쩌다 기회가 저에게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맨 앞에 언급한 지드래곤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저는 YG 담당 대리님의 백스테이지 통역,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에픽하이의 인터뷰 통역, 그리고 GD의 베르사체 브랜드 행사 통역을 맡게 되었어요!


평소에 연예인에 별로 관심 없던 저에게도 모든 게 신기하고, 엄청 즐거운 기억이었어요!! 특히 에픽하이랑 한 방에서 3시간 넘게 같이 있으면서 인터뷰 통역 한 거랑, 기자회견에서 "꺆!!!!""끼약!!!!!"소리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ㅎㅎㅎㅎ 손나팔 만들어서 GD한테 귓속말한 거랑, 스탭 분들이랑 밤새 호텔 방에서 술 마신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 같습니다><


아 그리고 한국에서도! 희귀 질환 콘퍼런스에서 일당 100만 원 받고 광동어-한국어 통역한 경험이 있어요! ㅎㅎ 광동어 블루오션인 것.....ㅎㅎㅎㅎ 사용 범위는 매우 좁지만, 홍콩, 홍콩 영화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배워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중국어를 아시면 배우기도 훨씬 수월해요!  


3번째 챕터 통역 아르바이트는, 저의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측면이 있어요:


1. 본업과 부업 사이에서의 고민

일당이 센 일거리랑, 학업이 겹쳤을 때, 상황에 따라서 여러 선택을 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N잡을 하면서, 할 일이 쌓여있을 때, 뭘 먼저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잘 처리하기!가 중요해요.


2. 사회생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 회사는 일이 많아서 회식할 시간에 일하는 회사였고, 지금 회사에서는 사장님이 술 마시자고 자주 부르는 편이에요...ㅎㅎ 타고난 성격인지, 아직도 사회생활 스킬이 부족한 건지,  학생 때나 지금이나 사장님이 술 마시 자고 하면 거절을 잘 못해요....


3. 전시회!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업무, 새로운 사람, 특히 전 세계에서 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것, 세일즈&마케팅, 저랑 맞는 부분이 참 많은 게 전시회인 거 같아요! 그리고 이번 달부터 하고 있는 외부 기고 일도, 전시회 관련 일입니다! 뒷 챕터에서 천천히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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