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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하게 Aug 13. 2021

30살 N잡러의 진로고민 (feat. 퇴사 11개월차)

벌써 서른... 진로 고민은 언제쯤 그만할 수 있을까?

딱 30살이 된 올해는 여러모로 잘 풀리는 듯했다.


연초에 방황하며 놀고 있을 때 브런치를 통해서 머니투데이 유튜브 싱글파이어 출연 섭외가 왔고, 내가 나온 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3만이 넘었다.


내가 건물주라니 ㅠ ㅋㅋㅋㅋ 자세히 보면 '온라인' 건물주....


그리고 그만 방황하고 싶어서 1달도 넘는 텀을 두고 지원한 폴인의 객원 에디터, 그리고 출판사의 아르바이트가 하필 같은 날 '합격'이 되어서 갑자기 기존에 하던 꽃 수업 말고도 일이 2개나 더 생겼다. 이렇게 쓰리잡에 적응하고 있을 무렵, 얼떨결에 프리랜서 에디터 일을 하나 더 하게 되어 포잡이 되었고, 공간대여까지 더하면 5 job 달성!


그래서 정말 바빴지만 요즘 좀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들과의 약속까지 제한하며 하루 종일 일에 치여 사는데, 피곤하고 지치는 게 아니라 너무 행복했다.


우선 2021년 8월, 요즘의 일은 크게 글 관련 일이랑, 꽃 수업 이렇게 2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글 관련 일은 다시 '폴인'과 '월간서른'으로 나눌 수 있다.


1. 폴인 객원 에디터


폴인에서는 객원 에디터로 작가의 초고를 다듬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첫 독자의 마음으로 원고를 읽으면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나, 보완할 점을 찾아서 담당 에디터분에게 제안하는 일이 메인이다. 또 글 중간중간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서 넣고, 썸네일 및 문서 내 도표 등을 담당 디자이너에게 발주하고, 마지막으로 폴인의 '에디터'에 입력까지 하면 나의 역할은 끝.


수입까지 밝혀보자면 내가 수정해야 하는 정도에 따라 5천~8천 자 정도 분량의 1회 차 원고당 7~20만 원을 받고 있다. 예컨대 7만 원짜리 원고는 맞춤법이나 문장의 어색한 표현, 흐름들만 수정하는 '윤문'만 하는 정도고, 20만 원짜리 일은 회차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체 원고까지도 재구성하고, 어투도 바꾸는 등, 거의 다시 쓰다시피 하는 작업이다.


나는 이 편집 일이 정말 좋은데, 왜 좋은지 구체적으로 한 번 생각해봤다.


(1) 그동안 돈 내고 읽었던 글을 돈을 받으면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편집자의 마인드로 읽으면 독자로 읽었던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이 읽게 된다.


(2) 실력이 쌓이는 일이다. 알바는 몸이 조금 힘들지언정 대게 머리는 편한데, 편집하면 머리를 쥐어짜 내면서 내 실력도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다. 글을 보는 관점이 한주 한주 다르고, 한 달 한 달 발전하는 게 느껴진다.


(3) 너무 뿌듯하다. 내가 설정한 방향으로, 나의 생각과 나의 제안으로 원고가 바뀐다. 내가 그동안 '우와...' 하면서 읽었던 글이 나의 손길로 만들어지는 경험은 정말이지 너무 짜릿하다.


이 일이 그렇게 좋으면 폴인이나 퍼블리나, 아니면 출판사, 잡지사 등에 가서 주구장창 편집일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게 당연한데, 그건 또 싫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나의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편집'하는데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제일 큰 거 같다.


이건 대학교 때 통역을 정말 많이 하면서도 느낀 점인데, 내가 하고 싶은 내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걸 너무 많이 하면 '현타'가 오기 마련이다. 통역이 수입이 꽤 쏠쏠한 아르바이트였고 (이틀에 150만 원까지 받아봤다!), 사람들 만나는 거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나의 성향에 꽤 잘 맞아서 직업으로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현타 때문에 결국 선택하지 않았는데, 나는 말을 전달하는 중간자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런 맥락에서 편집 일도 통역과 조금 비슷한 거 같다. 그래서 메인 잡으로는 탈락.


2. 월간서른 에디터


두 번째 글 관련 일은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과 함께하고 있다.


월간서른과 함께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폴인에서 객원 에디터로 3개월 정도 일하니 편집 일이 진심으로 좋아졌고, 칭찬도 몇 번 받으니 편집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과장 조금만 보태서 인생 30년 만에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을만한 분야를 찾은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종종 인스타그램에 #객원에디터, #에디터모집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해보곤 했는데, 그러다가 월간서른의 콘텐츠 에디터 모집글을 보게 되었다. 마침 올 상반기를 지나며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랑 브랜드 만들기가 잘 안 된 이후로, 혼자 말고, 나랑 비슷한 사람 말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보다 10살 많은 인생 선배이기도 하고, 오롯이 혼자서 '월간서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계신 혁진님이랑 같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마케터를 뽑는 거라면 지원을 할 생각도 못했을 텐데, 마침 콘텐츠 에디터를 뽑는다고 해서 글에 대해 자신감 뿜뿜인 나는 바로 지원했고, 대표님이 좋게 봐주신 덕분에 합격해서 2달째 일하고 있다.


'콘텐츠 에디터'라는 이름에 맞게 내가 하는 메인 일은 월간서른의 유튜브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의 글로 변환하는 일.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게 있다면 타겟 독자인데, 폴인의 글은 이미 폴인을 좋아해서 매달 돈을 내고 있고, 폴인에 올라오는 글이라면 '믿고 보는' 독자들인 반면, 월간서른의 글이 노출되는 다음 메인이나 카카오탭의 독자는 '불특정 다수'이다.



책은 좋아하지만 TV는 안 좋아하고, 브런치를 읽는 건 좋아하지만 포털이나 커뮤니티는 즐겨하지 않는다. 솔직히 유튜브도 일주일에 1번 볼까 말까 하는 내가,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글을 쓰기는 너무 어렵다. 우선 그들의 이목을 끌려면 어느 정도 자극적인 제목이 필요하고, 내용도 그에 알맞은 편집이 필요하다.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제목을 뽑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열심히 플랫폼에 올라오는 다른 콘텐츠들을 의식적으로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 거 이외에는 이렇다 하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도 못했다.


조금 다행인 부분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콘텐츠뷰 이외에도, 매주 저자를 초청해서 진행하는 라이브 프로그램 '대책토크'에서 작게나마 '조수'로 참여하고 있고, 관련 홍보물 등도 만들고 있다. 근데 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운영도 하고 있는데 SNS는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고, 여전히 인스타를 올리면 좋아요는 1자리 수에, 팔로워도 별로 늘지도 않는다.


하아... 다행히 혁진님은 좋은 사장님이라^_^ 여전히 기다려주시고 있는데, 돈을 받고 일하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 성과가 안 나오는 건 정말 고통스럽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뜻이겠지만, 하루하루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3. 꽃 수업


꽃 수업도 마찬가지로 고민이 많다. 이제 탈잉에서 수업한 지 2년 6개월이 넘었는데, 슬슬 플랫폼에서 독립할 때가 된 거 같다. 아무래도 탈잉에서 20%라는 꽤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기 때문에, 수강생이 내는 금액이랑, 내가 받는 금액 사이의 괴리가 꽤 크기 때문에 계속하려면 독립은 필수다.


독립하려면 꽃 계정을 만들고, 꾸준히 작업도 하고 사진을 올려야 한다. 유튜브도 개설해서 같이하면 너무 좋겠지. 근데 위에 1,2번 일을 하기에도 요즘 너무 벅차서 꽃은 정말 부업 느낌으로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게, '폴인', '월간서른' 등의 이름에 기대어하는 1,2번 일과 달리, 꽃 수업은 정말 100% 나의 일이고, 스케줄/장소도, 커리큘럼도, 운영방식도, 뭐든지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온전한 나의 일이다. 또 쉬고 싶어도 지금까지 리뷰도 200개 넘게 쌓았고, 플랫폼 내 플라워 카테고리 독보적인 1등이라... 지금까지 일궈온 게 아까워서 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최근에는 또 인스타를 보다가 너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아서, 80만 원 내고 수업을 6번 듣기도 했다. 이 수업을 계기로 꽃이 더 좋아지는 바람에 처음으로 부업, 취미 말고, 정말 진지하게 꽃을 하고 싶어 졌다. 그동안 대중적인 꽃다발, 꽃바구니, 웨딩 등만 봐왔다면, 이제 정말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꽃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요즘 추구하는 느낌.....?! ㅋㅋ


공간 스타일링! 하고 싶다. 그러면 꽃을 더 사서 내 공간에 스타일링을 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차곡차곡 저장한 다음에, 광고를 돌려서 클라이언트를 모집하는 절차로 진행하면 될 거 같다. 아니, 가야 할 방향이 이렇게 명확한데, 나는 왜 이렇게 혼란스럽고 이따금 무기력할까.



그리고 아직 계약서에 사인하지는 않았지만, 9월부터는 아마도 KT&G 상상유니버스랑 대학생 대상 온라인 꽃 수업을 하게 될 거 같고, 어제 저녁에는 SBS 라디오 '정철진의 목돈 연구소'에 N잡러로 나갔다 (8월16일 방송에 나와요! ㅎㅎ). 추가로 이번 주에 월간서른 대표님의 소개로 세바시의 스피칭 코치 이민호 님!!! 영어 책 편집일까지 들어왔다. 남들 보기엔 아마 꽤나 그럴싸한 프리랜서의 삶이고, 주변에서도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는데, 그래도 여전히 나의 진로 고민은 오늘도 계속된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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