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by 조은이

이제 나는 어머니의 역할에서 다시 완벽한 세상, 내가 창조된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 노모(老母)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청각과 시각, 후각과 미각조차 둔해지고, 몸에 수분이 탈수되어 메말라 쪼그라들어요. 피부 조직이 파괴되어 처지고 늘어난 볼품없는 얼굴에 세월의 나이테가 자글자글할 때쯤 주인이 남자를 먼저 만든 것처럼 남자를 먼저 완벽한 세상, 헤덴으로 데리고 갔어요.

혼자라는 외로움은 여러 가지로 유치하고 불필요한 감정을 드러내게 하는 것 같았어요. 마음이 어린아이 같아져서 자녀들이 마음 써 주고 챙겨봐 주지 않으면 괜스레 서운하여 입맛이 없다고, 잘 살았던 집이 불편하다며, 바쁜 자식들에게 투정을 부리곤 해요. 이웃집 아주머니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나고, 길거리에서 노인 부부가 나란히 걸어가는 것만 보아도 내가 가장 외로운 존재인 것 같았지요. 하지만, 이런 노모를 자녀들은 한없이 받아 주고 위로해 주었어요. 내 불평과 어리광을 그냥 넘기지 않고 찾아와 대화를 나누어 주고, 좋은 음식을 같이 먹어 주고 채워 넣어 주었지요. 즐거운 세상 구경도 틈틈이 시켜주었고, 내 아들, 딸을 닮은 손주들과의 시간을 통해 흘러간 사랑의 흔적의 결실을 볼 수 있었죠.


내가 세상에서 얻은 어떤 명예와 명성도 많은 재물도 내 마지막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저 완벽한 동산에서 나와 살아온 인생 여정 속에서 자녀들을 낳아 키우고 그 자녀들이 또 자녀를 낳아 이 세상 연속성에 보탬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귀하고 복된 결실임을 나는 노모가 되어 깨달았지요. 자녀들도 그런 열매의 결실을 맛보고 살아가길 바랄 뿐이에요.


나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했고, 내 육신은 땅에 묻혀 비옥한 흙이 되고 나의 영은 완벽한 세상에서 떠나올 때처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창조주가 두 팔 벌려 기다리는 '헤덴(Heden)’동산에 안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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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또 저가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창조주와 및 어린양의 보좌로부터 나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실과를 맺히되 달마다 그 실과를 맺히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소성하기 위하여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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