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X7CPA4qylGs?si=DTQH98hfvXvr2vON
우연히 유튜브에서 <큐브로 만든 집 >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이 애니메이션은 2008년에 제작된
카도 쿠니오 감독 작품이다. 2009년에 일본 최초로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되었다.
노인이 사는 곳은 해수면 상승으로 집이 물에 잠기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집을 떠났다. 하지만 노인은 살던 집이 물에 잠기면 벽돌로 한층 더 올려서 살며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방바닥이 물에 잠겨 있었다. 노인은 다시 옥상에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서 집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사를 하다가 담배파이프가 물속에 떨어졌다. 다른 파이프를 찾아보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노인은 잠수복을 입고 파이프를 찾아 나서게 된다.
담배 파이프는 아래층에서 쉽게 찾았지만 오랜만에 아래층에 내려가니 그곳에서 살던 추억들이 생각나서 계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게 되었다.
침대를 보니 아내가 아팠던 시절이 생각하고, 소파를 보니 가족사진을 찍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노인은 추억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노인은 맨 아래로 내려가서 위를 보니 언제 이렇게 높은 집을 만들었을까?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며 추억을 떠올렸다. 노인은 바닥에 떨어진 와인잔 하나를 가져와서 두 개의 와인잔을 놓고 와인을 따른다. 한 잔은 추억이 아닐까?
고향집 마당 앞에는 커다란 대봉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가을이면 대봉감이 빨갛게 익어 가는 걸 지켜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빨간 대봉감 홍시를 따 먹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서리가 올 때쯤이면 엄마는 대봉감을 하나씩 따서 항아리에 넣었다. 항아리 뚜껑이 닫히면 내 기억 속에서 대봉감도 잊혀졌다.
하얀 눈이 오는 긴긴 겨울밤에 입이 심심해질 때쯤, 엄마는 항아리 뚜껑을 열고 대봉감을 꺼내 오셨다.
와!!
대봉감은 어느새 빨간 홍시가 되어 있었다. 대봉감 홍시를 한 입 베어 물면 차가워서 놀라고,
부드러워서 놀라고, 달콤해서 놀랐다.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맛이 생각나서 마트에서 대봉감 홍시를 샀다. 한 입 베어무니, 역시나 그때 그 맛이 아니었다. 다시 한 입 먹어봐도 역시나 아니었다. 내 입맛이 변한 걸까? 대봉감이 변한 걸까?
어릴 적 맛있는 대봉감을 생각하고 사 먹었다가 실망한 나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내가 직접 대봉감 홍시를 만들어 먹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마트에서 단단한 대봉감을 10개 사 와서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두고 기다렸다. 가끔씩 대봉감을 돌려가며 햇빛이 골고루 받게 하는 정성도 수고롭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면서도, 맛있게 익어 가기를 바라고 고대하는 날들이었다. 매일 퇴근하면 얼마나 익었는지 만져보고, 바라보는 일이 내 일과가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 첫 대봉감 홍시를 먹었을 때 그 맛, 어린 시절 엄마가 주던 맛에 비하면 초라하였지만 마트에서 파는 대봉감 홍시보다는 훨씬 맛있었다.
대봉감이 하나씩 홍시가 되어 내 입으로 들어갈 때마다 참 행복하고 행복했다. 마치 추억을 하나씩 먹는 기분이었다. 엄마가 생각나고, 고향집이 생각나고, 친구들이 생각났다. 어느새 나는 추억을 하나씩 꺼내 보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대봉감홍시보다 추억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추억은 그런 것이다. 엄마가 항아리에서 하나씩 꺼내주던 대봉감 홍시처럼, 추억은 힘들 때 하나씩 꺼내보는 삶에 충전재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추억이 있기 때문에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추억들이 하나씩 쌓여간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추억들을 만들며 삶을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듯이 추억들도 마음속 어느 구석에 조금씩 쌓여간다. 그러다가 삶이 지쳐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를 만나면 깊어 묻어 두었던 추억들을 꺼내 보게 된다. 마치 엄마가 항아리에서 대봉감 홍시를 꺼내 주듯이.
삶이란 마치 노인이 추억들을 간직하며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가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추억들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갈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 추억은
우리가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유일한 낙원이다." -장 폴 리히터
혹시 지금 여러분들은 추억을 쌓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추억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증표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쌓아 가시길 바란다.
한 번뿐인 인생,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순간순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