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하지 않는 여행

군산여행 01. 편도표만 끊었어요

by 뭉게


느닷없이 군산 혼자 여행을 계획했다. 열차를 예매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관광지를 찾아봤다. 여행 가방을 싸고, 바로 다음날 새벽에 출발했다.


보통의 여행은 집으로 돌아오는 계획도 세운다. 그래서 평소에는 왕복으로 표를 예매하지만 이번에는 편도표만 끊었다. 그냥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마음껏,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었다.


MBTI 검사를 하면 계획형(J)이라고 나오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서해금빛열차는 매일 운행하지 않는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아예 운행하지 않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에 1번씩 운행한다. 출발 시간도 이른 아침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혼자 여행은 처음이라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채로, 새벽녘에 일어나 출발했다.


1호선을 타고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아침 출근 시간과 완전히 맞물려 버린 바람에 시루떡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납작해질 뻔했다. 일하러 가는 사람들 틈에서 여행객의 차림이란 퍽 이질적이다. 나의 시간과 사회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평소에는 시간 딱 맞춰서 플랫폼으로 내려갔을 텐데, 이날만큼은 15분 일찍 내려갔다.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자꾸만 들썩이는 엉덩이를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떠나자, 군산으로!



역에 도착하여 관광 안내 책자를 가져가려고 살펴보는데, 관광 가이드분이 먼저 다가오셨다. 혼자 왔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고, 어딜 갈 거냐는 물음에 도심 쪽으로 갈 거라고 말했다. 선유도는 갈 거냐는 물음과 가는 방법과 택시 타는 곳까지 자세히 알려주셨다.


택시를 타서도 친절함은 계속됐다. 정확한 위치를 모르니 대충 "이성당 쪽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했고, 기사님은 "여행 오셨나 봐요"라는 대답으로 말문을 트며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군산은 처음이고, 혼자 여행 온 내 처지를 말씀드리니 그때부터 여행 가이드가 되어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이곳은 역사박물관, 방금 지나온 쪽에는 이성당이, 이쪽으로 가면 동국사, 바로 옆에는 히로쓰 가옥이...


군산은 친절한 곳이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째보식당이다. 이곳은 신선한 게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바다와 맞닿은 지역이니 그곳에 어울리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가격이 부담스럽더라도 한 번쯤은 먹어보자라는 생각으로 향했다.


혼밥 하는 손님은 나뿐이었다. 원래 혼밥에 익숙했기에 아무렇지 않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혼자 게장을 쫩쫩-하며 야무지게 먹는 나를 생각하니 퍽 웃겼다. 꽃게장은 정말 신선했으며, 처음에는 담백하여 끝맛은 짭짤했다. 돈값하는 맛이다.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소화도 할 겸, 10분 정도 걸어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그 지역을 이해하는 데에는 박물관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와 문화 등 군산의 역사를 테마별로 전시해 놓아서 볼거리가 은근히 많았다.



엄마는 언제 돌아오냐고 물었지만,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충분히 군산을 즐긴 후에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더 기대되고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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