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기의 '수면이몽'

30분만 일찍 재우려는 엄마와 30분만 늦게 자려는 아기의 속사정

by 온작가

4시간, 2시간...

3시간, 2시간 반...

3시간 반, 3시간...


누가 보면 건강을 위해 운동한 시간인가? 무언가 취미생활을 위해 투자한 시간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저의 수면 시간입니다. 앞은 밤 잠, 뒤는 아침잠.


보통 빠르면 10시 반, 늦으면 11시 정도에 꿈나라 여행을 떠나는 우리 아기. 잠은 무조건 엄마와 자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10시 반 11시까진 꼼짝없이 아기와 함께 해야 하고 그 후부터 어린이집 간식 준비, 알림장 기재, 집 정리, 잠시 잠깐의 간단한 야식 시간 등을 거치고... 남편이 잠들기 전까지 서로 자신만이 목격한 아기의 '하루치 귀여움'을 공유하고 나면 작가로서의 제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빨라도 12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반드시 새벽 두 시엔 잠을 자자는 혼자만의 규칙을 정해놓긴 했지만 아무리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도 2시간 안에 일이 다 끝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지요.


성격 상 해야 될 일을 남겨두고 잠을 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면 3시가 넘을 때도 있지만, 몇 시에 잤든 저의 기상 시간은 6시, 늦어도 6시 반.


전날 못다 검수한 후배들의 대본을 봐주고 센터장님과 심의팀에 당일 방송을 위한 큐시트, 대본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이템을 준비하는 등등의 일들을 하려면 최소한 40분에서 1시간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과를 마친 후 남편이 기상하면 같이 아침밥을 먹고 그 사이 잠에서 깬 아기랑 잠깐 놀아주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면 그때부터 저만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귀한 시간에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바로 '청소'.


'아기 있는 집이 어쩜 이렇게 깨끗해요?'


집에 오는 사람들 중 열이면 열이 다 하는 얘긴데 원래도 청소를 좋아하긴 했지만 아기를 낳고 희한하게도 거의 강박에 가까운 결벽증이 생겨버려서 금쪽같은 그 시간에도 창문들을 다 열고 환기를 시킴과 동시에 아기가 흩트려놓은 것들은 각 잡고 열 맞춰 정리하는 저. 참 피곤하게 산다 싶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냥 흩트려놓고 사는 게 더 스트레스여서 그냥 이젠 기쁜 마음으로 정리와 청소에 임하곤 해요.


여하튼 저의 오전 일과를 마친 후 다시 잠자리에 드는데, 이때 주어지는 시간은 두 시간에서 길어봐야 두 시간 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아침잠 시간에 거의 기절해서 쭉 자야 그나마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깨지 않고 잔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아요. 제가 자야 된다는 걸 알 리 만무한 이들의 전화 공격, 카톡 공격 때문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수면 시간에 대한 집착' 같은 게 생겼지요. 밤 잠과 아침잠을 합쳐 6시간 정도는 자야 최소한 사람 꼴로는 살 수 있었다는 '경험치'들이 만들어낸 집착.


그래서 아기를 재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도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싶어 책을 더 느릿느릿 읽어주는 것으로 아기의 하품을 유도해 보기도 하고 수면등을 더 어둡게도 해보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 봤지만 웬걸... 두 돌이 지나고부터는 잠자리에서 더 활발하게 살아나는 아기인 겁니다.


애착 인형인 토끼 인형에게 당근 수프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불을 목에 두르고 (앞치마라고...) 당근 장난감으로 열정적인 요리 시간을 갖는가 하면 끝도 없는 '이건 뭐야?' 공격으로 혼을 쏙 빼놓기도 하고 의태어 의성어 책에 나오는 오빠를 따라 '엉금엉금' 소리를 내면서 침대 가장자리를 몇 바퀴씩 기어 다니기도 하는 등 레퍼토리도 어찌나 다양하고 참신한지... 엄마를 괴롭히는 방법을 따로 연구하나 싶을 정도로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 정도를 꼬박 채우고서야 쌔근쌔근 잠이 드는 아기.




11시 넘어서야 쉬야 기저귀와 책들을 주섬주섬 들고 방에서 나오며 너무 지쳐하는 제가 못내 안쓰러웠던지 남편은 며칠 전부터 아기에게 반복적으로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인 즉 '책 읽는 건 엄마랑, 잠자는 건 아빠랑'. 이왕 일찍 자기는 틀린 거 같으니 잠자리 놀이의 고통(?)을 분담해 보자는 취지였죠. 그럼 제가 30분 책 읽어주고 '아빠랑 자~' 하고 나오면 남편이 들어가서 잠드는 순간까지 함께 있어주는 것.


처음 며칠은 먹혔습니다. 유난히 말이 빠르고 똑똑하다고 칭찬받는 우리 아기는 무슨 수학 공식, 영어 단어라도 암기하듯 '자러 가자~' 하면 '책 읽는 건 엄마랑, 잠자는 건 아빠랑'을 반복했고 평소보다 30분이 더 여유로워진 저는 '와 이 정도만 유지돼도 훨씬 살만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그 여유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엄마 갈게' 하며 나가려던 순간 너무도 촉촉한 눈으로 간절하게 외친 아기의 한 마디를 들었기 때문이에요. '엄마 나가지 마'...


아침 9시에 등원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더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왜 집이 생각나지 않았을까요. 이제 겨우 세 살인 아기가 왜 엄마 품이 그립지 않았을까요. 그런 이야기를 다 전하기에 아직 말이 맘처럼 다 나오질 않기도 했겠고, 하루 종일 피곤해 보이는 엄마를 보며 눈치가 보이기도 했을 겁니다.



'엄마, 나가지 마'...

가슴을 강렬하게 친 한 마디, 거의 외마디 비명에 가까웠던 그 짧은 말은 아마도 아주 오래, 어쩌면 평생토록 생생하게 남아있지 않을까요.


그리고는 어제, 또 한 마디를 덧붙이더군요. '오늘은 엄마가 더 보고 싶었어! 엄마 사랑해'


누구보다 아기에게 자랑스럽게 '이런 걸 쓰는 작가가 네 엄마'라고 얘기하고 싶고 누구보다 아기에게 인정받고 싶어 잠을 줄여가며 일했는데 정작 아기에게 필요했던 건 그냥 엄마 냄새, 엄마와 손 잡고 웃는 것 그거면 충분했던 거예요.


이젠 또 다른 자투리 시간을 찾아내야겠습니다. 아기와의 밤 데이트만큼은 줄일 수 없을 테니까요. 줄이지 말아야 하는 거니까요.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꿈나라 여행은 엄마가 보내줄게. 엄마도 오늘 하루 종일 많이 많이 보고 싶었어...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어린이집 최연소 아기 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