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초보 엄마들, 랜선 7 자매

그녀들의 열혈 '공동 육아' 이야기

by 온작가


6시 조금 넘어 일어나서 일을 하고 있으면 대개는 7시쯤 첫 카톡이 도착한다. '모닝~'


도저히 '굿모닝'은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아침인사를 생략하고 다짜고짜 본론부터 시작하기도 애매했던 그녀들은 언제부턴가 '모닝~'이라며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그 담담하고 심심하기까지 한 두 글자에 지난밤의 어떤 순간순간들이 꾹꾹 눌러 담겨 있는 건지, 굳이 하나씩 풀어내지 않아도 모두는 안다. 또 아기가 새벽녘에 깨서 한참을 울었거나,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해 엄마의 밤을 다이내믹한 사건의 현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중간'의 밤, '보통'의 밤 따윈 없었다는 것을.


'랜선 7 자매'

말 그대로다. 우리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났고 지금도 주로 카톡으로 소통하고 있는 사이.

임신 초기쯤이었던가. 거의 매일 인터넷 맘 카페에서 살다시피 하며 내 몸에 찾아온 크고 작은 변화의 이유에 대해, 그리고 적절한 대처 방법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뭐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볼 때까지 파고야 마는 '직업정신'도 한몫해, 수십수백 개의 글들을 서치 하며 없던 병도 만들 지경에 이르렀었던 그때. 한 게시물이 운명처럼 반짝이며 시야에 들어왔다. '40대 초보맘들 소통해요~'


그렇게 만나 사는 곳과 이름과 나이 등을 수줍게 공유한 우리는, 곧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서로의 배 크기를, 입덧의 경중을 비교해 보기도 했고 출산용품 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했다. 누군가 힘듦을 호소하면 모두가 위로에 위로를 더했고 누군가 기쁜 소식을 알리면 모두가 내 일처럼 즐거워했다.


짜란~ 랜선 7 자매를 소개합니다!


첫째 언니는 경기도 용인에 사는 40대 중반의 대기업 출신 전업주부. 결혼 18년 만에 첫 아이를 임신한 기적의 여인. 모태 우아함을 지님.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받고 행복해하는 만년 소녀. 언제 어떤 딜이 뜨고 어느 회사의 어떤 제품, 식품이 괜찮은지 꿰고 있는 정보의 여왕.


둘째 언니는 경기도 수원에 사는 40대 중반의 어린이집 선생님 출신 주부. 전직 어린이집 선생님답게 '다 필요 없고 몸으로 놀아주는 게 최고'라는 육아관을 지녀, 하루 종일 밖에 있음. 아기는 자연히 '철인' 맞먹는 강철 체력을 소유. 덕분에 언니가 나날이 더 늙어가고 있단 건 안 비밀.


셋째 언니는 충남 당진에 사는 40대 중반의 아기 옷 디자이너 출신 주부. 아들 딸 둥이 엄마다. 굉장히 똑 부러지고 현명한 스타일 (그래서 둥이를 주신 걸 거다... 하늘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고 했다). 거기다 센스까지 넘쳐서 언니가 샀다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들 따라 산다.


넷째 언니는 인천 영종도에 사는 40대 초반 웹툰 작가. 개그우먼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유머러스함 소유. 가끔은 우울감이 감돌고 가끔은 분노도 폭발하곤 하는 우리 톡방에서 '그 와중에 빵 터트림'을 담당하고 있다. 인형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독보적 미모의 생명체 양육 중.


다섯 째가 바로 나. 그리고 동갑인 부산 친구. 보험 설계 일을 시작한 이 친구에게 자문을 받고 보험을 갈아타기도 하는 과정에서 몇 번 통화를 했는데 굉장히 똑똑하고 어른스러움. 나이는 같지만 한참 언니 같은 아이다. (외모 말고 지적 수준이ㅋ)


마지막으로 나보다 한 살 어린 울 방 막내. 부산 아래 양산에 살고 있고 우리 톡방의 '미모와 재력'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모 유전자를 좀 더 퍼트리기 위해 둘째 잉태 중. 다음 주에 드디어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특히 둘째는 아들이라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자상한 남편 덕분에 미치기 직전 살아날 예정이다.


나이는 많지만 엄마는 처음인 우리.

그래서 모든 게 낯설고 서툴러서 참 많이 헤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질문을 남기면, 당장 오늘 아침 일도 잘 떠오르지 않는 몹쓸 기억력으로나마 자신의 비슷했던 상황을 더듬어가며 조언을 전하곤 하는데... 그 끝은 늘 이거였다. '근데 우리 다 모르지 않아?'ㅋㅋ


그래도 비슷한 종류의 힘듦을 지고 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많은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7 자매. 사는곳도 사는 방식도 각자의 서사도 모두 다르지만 그 많고 많은 시간과 공간들 중 딱 그 타이밍에 딱 그 글을 보고 톡방에 모여 2년이 넘게 함께 울고 웃은, 참 희한하지만 정말 감사한 인연의 우리. 다 같이 모인 적은 (아이들이 모두 두 돌을 넘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없을지 모르지만... 조금씩 다른 형태의 엄마로 사는 각자의 일상과 웃음, 푸념, 한숨, 눈물을 공유하며 아주 오래도록 멋진 육아 동지로 함께 할 것이다.



>> 나이 든 초보 엄마, 랜선 7 자매의 이야기는 쭈욱! 계속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죽일 놈의 시청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