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천주교 모임에서 만나 1년 정도 진하게 연애하고 2017년 부부의 연을 맺은 우리는 어느덧 7년 차 부부. 연애할 때도 물론 정말 좋았지만 결혼 후엔 더 좋았고 아기가 '6살 언니'가 된 지금은 더 더 좋아요.
물론 연애할 때와는 조금 다른 결이긴 하겠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같은 시, 공간을 걸어오며 더 단단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그 사랑이 아주 잘 변화되고 영글어 왔음을 느낍니다.
며칠 전 신랑 절친네 부부가 놀러 와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정말 둘은 지금도 그렇게 행복해?"
결혼 7년 차 정도가 된 부부 중 한쪽이 결혼생활에 깊은 만족감을 갖고 있다면 그건 분명 나머지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어느 정도는 깔려있기 마련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
그렇지만 남편도 저도 '내가 일방적으로 희생한다'는 생각을 해서 마음 한편에 억울함을 지니고 있다든가 말 못 할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희생한다는 생각에 늘 어느 정도의 미안함을 지니고 있는 편이 맞을 거예요.
그들 부부는 '세상에 이런 일이'를 연발하며, 그래도 여전히 남은 일말의 의심(?)을 안주삼아 맥주만 연거푸 들이키고 돌아갔지요.
그들이 가고 잠깐 진지하게 생각을 해 봤었다. 우리에게, 남들에겐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걸까? 그리고 이런 결론에 도달했답니다.
'특별한 무언가' 까지는 아니지만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일반적이지 않은 몇 가지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 아니, 정확하게는 남편에게서 시작된 대화 법 내지 사랑 법이라는 것.
1. 무언가 잘못된 상황 앞에 놓였을 때 '네가' 대신 '우리가'라고 말한다
: 저희 아이가 아기이던 시절, 함께 외출을 하려고 준비를 할 때 남편은 보통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고 옷을 입힌다면 저는 외출 가방을 싸는 편이었는데요, 제가 꼭 뭔가 하나씩은 빠트려서 곤란했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아기가 좋아하는 우유를 빼먹어서 차에서 '우유 줘 우유 줘' 오열을 했을 때 '넋이라도 있고 없고' 상태가 됐었다든가 병원에 가야 하는데 손수건을 빼먹어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기 얼굴을 휴지로 닦아줬다든가... 그럴 때 남편은 단 한 번도 '너 왜 우유 안 챙겼어!' '너 왜 손수건 안 챙겼어!' 한 적이 없었어요. '아 우리 왜 우유를 못 챙겼을까?' '우리 왜 손수건을 못 챙긴 걸까?' 라며 본인 역시 사건(?)의 공동책임자를 자처한 것. 그러니 전 더 미안해지고 다음번엔 실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되는 거지요.
2. 서로의 깨알 장점에도 폭풍 칭찬을 한다
: 저는 '작가'라는 제 일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한 편이고 제 일에 대한 칭찬과 인정에 몹시 매우 굉장히 큰 힘을 받는 편인데 남편은 그걸 늘 해 줍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짧은 글을 올려도 노벨문학상이라도 받은 양 폭포수 같은 칭찬과 찬사를 쏟아내곤 해요. '칭찬'은 저 역시 자신 있는 분야. 남편의 장점들(무척 성실하다는 점, 아기와 너무 잘 놀아준다는 점, 유머러스하다는 점부터 눈이 예쁘고 엉덩이가 토실토실 귀엽고 팔다리가 길쭉길쭉한 거까지)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하면 남편은 또 어깨가 꽤나 올라가지요. 물론 일부러 없는 칭찬을 만들어하는 건 아니고 꽤 괜찮은 면이 많은 사람이라는 건 '안 비밀'.
3.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 저희는 현재 아이 때문에 각방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 주방에서 만나(?) 수다를 떨기 시작! 밥 먹으면서 그 짧은 10분 동안에도 조잘조잘 떠들고 같이 퇴근하면서 또 하루 일과를 나누며 서로의 상사를 있는 힘껏 함께 씹어주고(ㅋㅋ) 아이를 재우고 나서 또 밀린(?) 얘기를 하다가 남편이 자러 들어가면 남편 침대에서 본격적인(?) 대화를 하지요. 침대에서는 대개 아기와 함께 있을 땐 할 수 없었던 진지한 대화가 오갈 때도 있고 나만이 목격한 '아기의 초 귀여운 순간들'에 대해 리얼하게 브리핑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화가 많으니 마음속에 뭔가 쌓일 틈이 없는 건 당연지사.
4. 답답한 건 본인이 한다
: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이에요. 순서대로 착착 진행이 돼야 '방송'이 가능한 이 바닥 일을 오래 한 탓도 있겠고 천성이 그런 탓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집안 일과 육아도 착착착 순서대로 빨리빨리 진행이 돼야 불안하지 않은데 남편은 조금 느긋한 편이어서 신혼 때는 약간의 트러블이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답답한 사람이 하자'는 분위기가 됐고 자연스럽게 정해진 순서대로 착착 진행이 가능한 집안일은 대부분 제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순간들 투성이인 육아는 남편이 주로 맡게 되면서 아주 평화롭게 윈윈(?)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너무 뻔한 네 가지 같기도 하지만 이게 7년째 열렬히 깨를 볶고 있는 우리 부부의 비결 아닌 비결.
시누이는 늘 서로가 제일 예쁘고 제일 잘 생겼다는 우리에게 '미친 부부'라고 하는데, 늘 말하지만 저는 '무척이나 객관적으로' 참 괜찮은 면이 많은 사람, 하지만 그걸 숨기고 있었던 '원석' 같은 사람을 잘 고른 것일 뿐입니다. '무척이나 객관적으로' 참 멋진 사람을 골라낸 제 눈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사랑에 미친 여자로 살아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