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육아 구세주

대놓고 하는 남편 자랑

by 온작가


하늘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했던가요?


육아와는 맞으려야 맞을 수 없는 제게 하늘은, 어린이집 원장님이 '이런 아이라면 백 명도 더 보겠다' 하실 만큼 순하고 똑똑한 아기를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그런 아기도 버겁게 느낄 걸 아셨는지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베이비시터를 옵션으로 주셨지요. 아기 케어는 물론 저의 푸념이나 인생 고민까지 열심히 들어주는데 시급은 0원인, 나의 육아 구세주 바로 남편입니다.


남편은 원래 아기를 싫어했던 사람이었어요. 누구나 그렇듯 예쁘고 착한 아기에겐 한 번씩 눈길을 주긴 했어도 금세 빽빽 울어대고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써 대는 대부분의 아기들은 친조카여도 예외 없이 대놓고 싫은 티를 냈었대요.


그런데 한 번의 유산 후 더 건강하고 씩씩해진 우리 아기가 뱃속에서 꼬물꼬물 존재감을 뽐내던 그 순간부터 남편은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절친이 가져다준 '태교를 위한 탈무드'를 매일 밤 뱃속 아기에게 들려주질 않나 제게는 세상 귀찮은 일일 뿐이었던 '아기 용품 쇼핑'도 신나게 해 줬죠. 유달리 손재주가 좋은 그답게 아이가 쓸 침대며 모빌 등을 직접 꼼꼼하게 조립했음은 물론이고요.


드디어 아기가 세상 빛을 보던 그날 2019년 7월 16일.

아빠 모드 제대로 장착한 그도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제가 마취에서 깨어나는 동안 온 사방팔방 전화를 해서 '나 아빠 됐다!!' 자랑을 하며. 아기를 봐도 이쁜지도 모르겠고 그냥 내 몸 아픈 게 가장 컸던 아내 대신, 그는 하루에도 열 번이 넘게 아기 면회를 갔더랬죠.


조리원에서도 수유 방법이나 목욕 노하우에 대해 귀 쫑긋해서 들었고요. 집에 돌아와 하나부터 열까지 어쩔 줄 몰라하는, 육아와는 참 상극인 저를 며칠 지켜보던 남편은 과감히 휴직을 결정했습니다. '백일까지는 내가 키워볼게'


그렇게 남편은 아기의 주양육자가 됐어요. 머리 감을 시간도 제대로 없어서 늘 귀신 산발에 떡진 머리를 하고서도 아기와 함께 하는 매일매일을 행복해했더랬죠.


아기가 소리 내서 웃는 모습, 기고 뒤집고 배밀이하며 아주 조금씩 '인간'이 돼 가는 그 모든 과정들을

세상에서 제일 먼저 포착한 남편.


그 모든 순간 제일 먼저 환호해 주고 손뼉 쳐 준 남편이 아기에게는 아마도 우주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백일쯤 됐을 때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매일 어린이집 등 하원을 시킨 것도 남편이었어요. '바구니 카시트'에 아기를 싣고는 신줏단지 모시듯 온 품으로 안고서요.


그 바구니 카시트는 토들러용으로, 또 이제 주니어용으로 바뀌었고요, 그는 여전히 참 좋은 아빠로 살고 있습니다.


늘 어지럽다 소화 안 된다 골골대는 아내를 대신해 매 순간 아이의 베스트 프렌드가 돼 주고 있죠.



회사에서 아무리 짜증 나는 일이 있었어도 두(?) 공주님 보면 다 풀린다며 희한하게 그는 늘 허허실실이에요. 심지어 결혼 전엔 욱하는 면이 꽤 있던 그인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거죠.


제 짜증도 다 받아주고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으면 진지하게 듣고 있다가 아주 현명한 대안까지 제시해 주는 남편. 제겐 육아 구세주뿐 아니라 가장 든든하고 믿을만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답니다.


남편에겐 확고한 육아 철학이 있어요. 위험한 것, 그리고 예의에 어긋나는 거 외에 아기가 하고 싶어 하는 건

다 허용해 주자...


집 여기저기 있는 물건들을 꺼내서 초토화시키는 건 물론 밥을 하겠다며 쌀을 푸다가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욕실에서 물감 놀이하다 바지를 다 젖게 하고 온 욕실을 총 천연색으로 만들어도 그것이 아이의 호기심을

또 창의력을 자라게 하는 거라면 다 허용해 주자... 허용이 되지 않는 이유가 그저 부모의 '귀찮음' 때문인 건

곤란하다, 그 귀찮음은 내가 감수하겠다...


그래서 제 지인들은 남편을 두고 '남자 오은영'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대놓고 하는 남편 자랑입니다만 이렇게 좋은 아빠의 베스트 프랜드로 사는 우리 딸이 참 부럽기도 하고요,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여봉, 육아는 1도 모르고
초예민한 아내 만나서
고생이 많아!
그래도 정말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어제 아기 때문에 세 번이나 깼다고 했는데
오늘 졸리고 피곤해도 힘내고~
있다 맛있는 거 먹자

제일 든든한 내 친구에게
항상 미안한 네 친구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의 시작을 힘껏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