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찌든 워킹맘의 일일 독박 육아기

그래도, 살아남았다

by 온작가

배관기술 쪽 창업 교육 강사인 남편은, 한 달에 두 번씩 토요일에도 출근을 한다.

아무래도 주말반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


평일엔, 늘 바쁜 나를 대신해 남편이 주로 아기와 놀아주곤 하는데, 그렇게 실로 막중한 임무를 도맡아주던 사람의 부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아기와 나 단둘만 남은 듯 한 공포감마저 주는 것이었달까.


그동안은 베이비시터 선생님이 와 주셨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선생님 대신 엄마와 놀기'를 너무도 간절히 바라는 아기의 마음을 지나칠 수 없게 됐고 몇 주 전, 그야말로 중차대한 결심을 하게 됐다. '혼자 해 보자'.



아기 엄마가 아기를 보는 게 너무 당연한 건데 뭐 그리 '중차대한 결심'이란 말까지 쓰며 요란을 떨까 싶기도 하겠지만 평일에 밤잠 네 시간, 아침잠 두 시간 정도.. 그것도 중간중간 몇 번씩 깨는 날이 대부분, 어떤 날은 불면증에 밤잠을 아예 못 잘 때도 꽤 있었으니 내 수면의 질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선 간신히 정신줄을 잡고 있지만 집에선 '반 귀신(?)'의 상태인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육아는 자연히 남편 위주가 됐고 난 집안 일과 내 일만으로도 무척이나 벅찼던 거다.


그래서 주말엔 아기를 베이비시터 선생님께 맡기고 최소 서너 시간은 그야말로 '기절' 했었는데 이 빡빡한 삶에도 '적응'이라는 게 돼 가면서 어느 순간부턴가 아기의 삶도 보이기 시작했다.


평일 내내 어린이집에 친구들보다 오래 머물러 있는 우리 아기. 주말이 되고 이제야 엄마랑 좀 놀아보나 싶었는데 웬 아줌마(?)가 와서 자꾸 놀이터 가잔다. 엄마랑 있고 싶은데 자꾸 나가잔다. (내 사정을 아는 시터 선생님은, 나를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해 주시려고 어떻게든 아기를 놀이터에 데려가려 하셨었다) 아빠랑 가면 그 좋기만 하던 놀이터도 어쩐지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왜인지 자꾸만 나가자는 아줌마. 이래저래 밍기적대 보다가 결국 '엄마가 1층까지 데려다줘요'로 퉁(?) 치고는 씩씩하게 내려가 '엄마 푹 자~ 하온이는 잘 놀다 올게' 하면서 놀이터로 끌려(?) 갔었는데, 그 작은 등이 어느 순간부턴가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 달에 두 번씩 아기와 온종일 데이트를 하게 됐다. 아하하하하.....



지난주 우리의 놀이(?) 아이템은, 짜잔~~

시금치 무치기!! ㅋㅋ


평소 손으로 꼬물꼬물 뭔가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 울 아기는 나의 예상대로 시금치 무치기에 꽤 흥미를 보였다. 시금치를 씻는 것부터 끓는 물에 넣는 것, 조물조물 무치고 간 보는 것까지 미션 클리어!



아기용 소금 우습게 보고 너무 팍팍 넣은 덕에 살짝 (사실 많이) 짜긴 했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그 모든 과정이 참 좋았다.




그리곤 택시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드로잉 카페에 가서 물감 놀이도 신나게 하고 (표정은 저래도 엄청 재밌었단다 ㅋㅋ) 집 앞 새로 생긴 카페에서 내가 마실 커피도 함께 사러 가고 기분 좋게 낮잠도 자고... 이래저래 길지만 짧았던 하루.



누구에게도 '세 살 적'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을 거다. 하지만 엄마와 단둘이 보낸 하루 속에 있었던 따뜻함, 사랑받는 느낌, 무언가 막 신이 나는 그런 간질간질한 느낌은... 어쩜 마음속 아주 깊은 곳 어딘가엔 남아있지 않을까. 그 느낌이 아이를 조금 더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시킨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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